출판사 서평
변호사 같은 검사, 검사 같은 변호사의
세상 사는 이야기
보건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항상성(homeostasis)’의 핵심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내부의 중요한 균형점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저에게 그 균형점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신뢰’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변호사 같은 마음으로 검사직을 수행했고, 검사의 눈을 잃지 않은 채 변호사 노릇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민들레를 그 효능이 아니라 민들레 자체로 바라보며 아끼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어느 풀도 잡초로 보지 않고, 모든 사람을 그 능력이나 사람됨을 따지지 않고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것, 그것이 나의 민들레 원칙이 될 것이다.
―「민들레 원칙」 중에서
사실 나는 이런 노인이 되고 싶다. 누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살짝 찾아와 알려달라고 물을 수 있는 그런 노인 말이다. 지식도 지식이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가 필요하여 나를 방문한 그 사람의 신발 앞에 등불을 켜 두려움을 없애고 길을 밝혀주고 싶다. 내 주장을 삼가며 모든 걸 받아들이고 포근히 감싸주는 그런 포용력을 지니고 싶다. 죽고 싶을 만큼 심한 고민이 있거나 말하기 곤란한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나를 찾아와 모든 걸 다 털어놓으면 봄눈이 녹듯이 모든 괴로움이 사라지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도서관 같은 노인이 되고 싶다.
―「도서관」 중에서
* 표지그림 행복 여정(박명희, 2008)
저자의 말
두어 해 전, 그동안 발표했던 글 중 다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 소박한 에세이집 『에움길』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걱정이 앞섰으나 뜻밖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이후 발표한 작품들과 지난번에 미처 싣지 못한 글들을 모아 다시 책을 엮어보라는 권유가 이어졌습니다. 그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이번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보았습니다.
이마누엘 칸트는 생의 마지막 순간 “Es ist gut(아, 좋다)”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간병인이 티스푼으로 먹여준 설탕 탄 와인이 달콤해서였는지, 아니면 평생을 건너온 자신의 삶에 건네는 완벽한 긍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순간 그에게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평온함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요즘 나의 일상이 고마울 정도로 참 좋습니다. 그 감사한 마음을 담아 어느 하루의 풍경을 그린 「참 좋다」라는 글을 이 책의 머리에 두었습니다. 이어지는 50편의 글들은 다섯 갈래로 나누었습니다. 이웃과 가족 간의 에피소드부터 법조인으로서의 고뇌, 사회를 향한 제언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묵상(두 분에 대한 회상 포함)까지 골고루 담겼습니다. 편의상 분류하긴 했으나, 결국은 모두 나름 자신을 지키며 치열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의 기록들입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법조인이 된 저는 검사 시절엔 “변호사 같다”는 말을, 변호사가 된 후엔 “검사 같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피의자의 사정을 살피느라 엄격하지 못하다는 혹은 의뢰인의 요구보다는 원칙을 앞세운다는 비판 섞인 평가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저를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곧 저였기 때문입니다.
보건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항상성(homeostasis)’의 핵심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내부의 중요한 균형점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저에게 그 균형점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신뢰’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변호사 같은 마음으로 검사직을 수행했고, 검사의 눈을 잃지 않은 채 변호사 노릇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지난 『에움길』에 이어, 경계에 선 한 법조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을 담고 있다 할 것입니다.
이 책을 펴내기까지 고마운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저에게 맘껏 글 쓸 기회를 내어주신 《경제포커스》 정영훈 대표님, 글 발표 때마다 늘 따스한 격려를 보내신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명예이사장님, 아직도 미숙한 저에게 글쓰기의 길을 밝혀주신 멘토 G 선생님, 그리고 투박한 원고를 멋진 책으로 빚어주신 청어출판사 이영철 대표님과 이설빈 편집장님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곧 다가올 금혼식을 앞두고, 고집 센 저자와 50년을 함께하며 좋은 글감이 되어준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과 인내 덕분에 저의 일상이 비로소 ‘참 좋을’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 글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삶의 균형을 되찾고, “참 좋다!”라고 나직이 읊조릴 수 있는 평온함을 만나시길 소망합니다.
2026년 2월??
양평 효란재(曉蘭齋)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