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전 재산을 민족에 바친 ‘만주 갑부’
최운산은 한때 ‘만주 갑부’로 불릴 만큼 막대한 재산을 일군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자산을 독립전쟁의 토대로 내놓았다. 대한군무도독부는 임시정부가 인정한 최초의 정규군이었고, 이 부대를 중심으로 결성된 대한북로독군부가 1920년 6월 7일 봉오동에서 일본 정규군을 격파한다.
국사편찬위원회 발간 『한민족 독립운동사 독립전쟁 편』 역시 대한북로독군부의 성립에 최씨 삼 형제의 헌납이 “결정적인 기반”이었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막대한 재산을 실제로 희사한 주체가 최운산이었음을 치밀하게 입증한다.
미망인의 진정서, 역사를 다시 쓰다
1969년, 최운산의 부인 김성녀 여사는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봉오동전투와 북간도 무장투쟁의 공적이 누락·왜곡되었음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문서는 단순한 호소가 아니라, 구체적 질문과 사실 제시에 기반한 ‘역사 재심 청구서’였다.
그는 묻는다.북간도 독립군을 통합한 이는 누구인가.군자금과 무기를 조달한 이는 누구인가.봉오동과 서대파의 토지는 누구의 소유였는가.
저자는 이 진정서 전문과 당시 사료,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의 증언을 나란히 배치한다. 광복회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이강훈의 회고, 『한국독립사』를 남긴 김승학의 기록, 임시정부 부통령을 지낸 김규식선생의 증언 등은 김성녀 여사의 주장과 놀라운 접점을 이룬다.
‘질문이 곧 정답’이라는 말처럼, 진정서는 이미 답을 품고 있었다.
100년을 잇는 시간의 다리
저자는 이 책을 단순한 평전으로 두지 않는다.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의 함성과 1920년 봉오동의 승전보, 그리고 오늘의 시민적 저항을 하나의 시간선 위에 놓는다. 억압과 왜곡에 맞서 진실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100년 전에도,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최운산이다』는 역사적 인물을 복권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모두가 그렇다”고 말해온 기억을 다시 검토하자는 요청이며, 신화화된 공식 서사에 질문을 던지는 용기다. 동시에,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헌신을 온전히 기록하겠다는 다짐이다.
100년의 침묵을 건너,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봉오동의 또 다른 주인공, 최운산.
이 책이 굳어버린 기억에 균열을 내고, 독립전쟁사의 입체적 진실을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