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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새로운 정복자가 온다

UN은 여전히 세계를 대표하는가
무한 폭력의 시대, 민주주의는 안전한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밀레니얼 독재자, 나이브 부켈레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
기술과 정치가 공모한 세계
AI 석학들의 대격돌, 누가 미래를 정의하는가
혁명과 쿠데타의 기술
테크 포식자들의 시대
AI, 새로운 권력의 출현
AI가 예고하는 신세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주
참고 도서
저자 소개
저자 : 줄리아노 다 엠폴리Giuliano da Empoli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적의 정치평론가이자 소설가. 1973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유럽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피엔차로마대학교에서 법학을, 파리정치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이탈리아 피렌체시의 문화 부시장으로 활동하다 마테오 렌치 총리 재임 시절 수석 고문으로 발탁되어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법과 정치의 언어를 익히는 한편 언제나 ‘이야기’의 힘을 믿었다. 2022년 첫 소설 『크렘린의 마법사』를 발표해 단숨에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했고,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며 정치평론가를 넘어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널리 알렸다. 이어서 발표한 『포식자들의 시간』에서는 이러한 문학적 기량을 바탕으로 복잡한 현실 정치를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그려 내며 다시 한번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는 파리정치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전문성과 통찰을 바탕으로 정치·경제 관련 저서를 집필하고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역자 : 이세진
출판 번역가. 서강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과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그림책부터 세계적인 석학들의 저서까지 다양한 프랑스 도서를 우리말로 번역해 왔다. 옮긴 책으로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 『미술관 여행자를 위한 도슨트 북』 『일리아스에 대하여』 『각별한 실패』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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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새로운 세계의 정복자들이 온다
- 독재자, 테크 억만장자, 광란자들이 폭주하는 권력의 지각 변동

“우리 시대의 ‘포식자’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어둡고도 눈부신 책”
― 『라 트리뷴』

『포식자들의 시간』은 프랑스 종합 베스트셀러 2위, 아마존 사회과학 분야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17개국에 번역된 화제작이다. 저자 줄리아노 다 엠폴리는 파리정치대학 교수이자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마테오 렌치의 전 정치 고문으로, 러시아 권력의 심장부를 다룬 소설 『크렘린의 마법사』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 책을 원작으로 한 주드 로 주연의 동명의 영화가 지난달 프랑스에서 개봉했다).
저자 다 엠폴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같은 기술 정복자들을 새로운 포식자로 일컫는다. 이들은 현대 정치의 혼란 속에서 ‘속도와 힘’을 주요 덕목으로 내세우며 새로운 권력의 종족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신흥 세력은 포퓰리즘적 정치인들과 기술 기업가들의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순히 권력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의 본질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민주주의의 틈을 파고든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이제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신흥 권력자로 떠올랐다. 기술 권력은 기존의 정치권력과의 연합을 넘어 오히려 그들을 흡수하거나 대체하며 민주주의의 규칙과 책임을 점점 무력화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새로운 권력의 주체들을 하나의 진화된 종족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탄생과 부흥 과정을 치밀하게 관찰해 나간다.

왜 지금이 ‘포식자들의 시간’인가?

지금 세계는 ‘절차·규칙·제도’보다 ‘속도·힘·감각적 충격’을 더 빠르게 소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민주주의는 너무 느리고 복잡한 체제로 인식된다. 기술은 사회의 분열을 더 빠르게 확산시키고, 플랫폼은 민주주의의 규칙을 대체한다. 경제적 불안은 기존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시민들은 ‘빠른 해결사’를 갈망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이들이 ‘포식자’다.

“포식자들의 시간에 (기술과 정치 사이의) 균형은 무너지고 만다. 머스크나 저커버그 같은 새로운 테크 엘리트들은 다보스 포럼에 모이는 기존의 기술 관료들과 완전히 다르다. 그들의 인생철학은 기존의 것을 잘 관리하려는 욕망보다 혼돈을 불러일으키려는 강력한 욕망에 기반한다. 질서, 신중, 규칙에 대한 존중이 페이스북의 모토인 ‘빠르게 움직이고 문제들을 부숴 버려라’에 걸맞게 신속한 시도와 혁신의 경험을 쌓은 이들에게는 금기시된다.”(145쪽)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포식자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지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그들의 등장 자체가 시대의 증상이자 역사적 ‘정상 상태’로의 회귀라고 말한다. 즉, 규칙과 인권으로 권력을 통제했던 시대는 아주 짧은 예외적 순간이었다. 인류 정치의 긴 역사에서 힘, 속도, 폭력, 결정력은 오히려 ‘기본 상태’였다. 지금은 단지 그 기본 상태가 기술 문명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돌아온 것일 뿐이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AI를 만든 사람들의 결여된 역사 감각이다

저자는 AI 기술 자체의 작동 원리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이 기술이 등장한 이후 정치적?문화적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즉 기술의 성능보다 권력의 이동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은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샘 올트먼, 얀 르쿤, 에릭 슈미트처럼 기술 개발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는 ‘테크 개발자’들에게 향한다.

“AI는 키르케고르의 신과 마찬가지로 순전히 합리적인 틀 안에서 사유될 수 없다. AI와 관계를 맺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그냥 신뢰하는 것이다. AI의 위대한 약속은 예측이다. 비록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기술인들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보지 못한다. 그들은 역사나 철학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제안이 계몽주의 시대 이전으로의 회귀나 다름없다는 것을 모른다. 고대의 신들을 우러르듯 AI를 우러르며 AI의 지배를 받는, 이해할 수 없는 마법적 세계로의 회귀.”(177쪽)

권력의 탄생과 전환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포착하는 저자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기술 자체의 문제로 돌리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맹목적인 확신과 역사 감각의 결여 속에서 기술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지배층의 사고방식이 더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 권력의 미래이며, AI 자체가 아니라 AI 시대를 지배하는 인간들의 선택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아닌
이미 도착한 현재를 직시하는 일

『포식자들의 시간』의 가장 매혹적인 점은 저자가 내부자이자 외부자, 참여자이자 관찰자라는 두 겹의 시선을 독특하게 교차시킨다는 점이다. 전직 정치 고문이자 현직 정치평론가인 그는 권력의 중심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저자는 마치 16세기의 마키아벨리처럼 권력의 작동 원리를 현장에서 포착하면서 동시에 풍부한 역사적 배경과 서사를 함께 풀어낸다.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유엔 총회 현장이나 오바마 재단 창립 만찬회 같은 장면에서 사람들의 몸짓, 가식적인 미소, 거만한 손짓, 의미심장한 웃음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로써 권력이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일상 속에 드러나는 구체적 관계의 역동임을 일깨운다.
이 책은 미래를 쉽게 예측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시작된 현재를 가장 생생한 현장의 언어로 포착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설교하지 않는다. 무엇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지를 냉정하고도 매혹적인 서사로 보여 줄 뿐이다. 『포식자들의 시간』을 읽는다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도착한 현재를 직시하고 깨어나는 일이다. 읽기 쉬우면서도 신랄한 통찰과 서사적 흡인력을 지닌 이 책은 독자를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시대의 목격자로 만든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독자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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