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산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전하다
어린 시절 생활의 터전이었고, 청년 시절에는 공수특전사라는 특수부대의 특성상 신물이 날 정도로 수많은 산을 넘나들었던 28개월의 군 생활 동안 저자 박호식에게 산은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힘든 기억으로 자리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단체로 가는 산행 외에는 스스로 산을 찾았던 적이 거의 없었던 산은 그렇게 그의 삶과는 무관한 존재였지만, 직장 생활 후반기의 건강검진에서 당뇨를 진단받고 금주, 금연, 운동이라는 세 가지 특별 처방전의 운동 목록에 등산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되었다. 그가 산을 떠난 지 30년이 지나서야 다시 산을 만난 셈이다.
2017년 설악산 종주 산행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종주 산행 도전, 그리고 민간 아웃도어 기업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을 완등하고, 그 결과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른다는 뜻을 간직한 금산과 우리나라 최동단 울릉도의 성인봉을 곁들여 《산을 노래하다_시(詩)로 만나는 100대 명산》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산은 그와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문학가도 아니고, 사진작가도 아니며, 전문 산악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는 100대 명산 이름의 유래와 그 산이 품고 있는 비경에 얽힌 온갖 이야기를 풀어내며, 산을 보고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계곡 입구의 바위가 마치 이무기 형상이라 물고기가 겁이 나서 숨어 산다고 하여 불린 이름 가리왕산 어은골. 법주사 창건 233년 후 신라 선덕왕 5년(784년) 진표율사가 김제 금산사에서 이곳에 올 때 밭 갈던 소들이 무릎을 꿇고 율사를 맞이하는 것을 보고 “짐승까지 저러하니 참으로 존귀한 분일 것이다” 하고 입산수도하는 이가 많아졌고, 이때부터 속세를 떠난다는 뜻으로 붙인 속리산. 한편, 아들 다섯을 둔 부자와 고을 원님이 원님의 딸을 두고 내기를 했는데, 원님이 산 위에 가장 무거운 바위를 올려놓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하여 다섯 형제가 바위를 올려놓는 경합을 벌였고, 이에 따라 다섯 개의 봉우리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오봉산. 아들 잃은 사냥꾼의 애끓는 사연을 품은 수락산.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연인산….
이처럼 100대 명산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천상계의 신선과 선녀가 어우러진 전설, 그리고 조상들의 해학과 재치가 곳곳에 스며 있다.
평범한 사람의 시선으로
산의 절경을 담다
산을 누비며, 있는 그대로의 산을 담은 사진들도 이 책의 볼거리이다.
그는 가파른 ‘감악산 암릉 구간’에 대해 첫째, 때 묻지 않은 원시적 자연미가 넘치는 산, 둘째, 직벽에 가까운 암벽 구간을 오르는 짜릿함, 셋째, 고송과 기암 그리고 주위 산그리메와의 조화가 매력이며 짙은 운무로, 이 세 번째 매력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또한 ‘정상 가는 능선의 눈꽃 세상’에서는 용문산은 대간이나 정맥에서 벗어나 독립된 산군이라서 일반인들은 크거나 악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으며, 동서남북으로 긴 능선을 이루고 있어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고 서쪽의 소구니산~유명산~용문산 연계 산행을 많이 한다는 점, 용문산 아래 수령 천 년이 넘은 용문사 은행나무가 유명하며 경기도에서 화악산(華岳山, 1,468m), 명지산(明智山, 1,267m), 국망봉(國望峯, 1,168m) 다음으로 높은 산임을 전한다. 이처럼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면 직접 가지 않고서는 몰랐을 산의 이곳저곳을 느낄 수 있다.
산과 삶을
시로 엮어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특징은 산행에서의 감상을 삶의 경험과 함께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산을 소개할 때마다 첫머리에 담은 그의 시는 산의 감성과 삶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가야산 일출에 취해/ 희로애락 거치다 보니/ 어느새 서산 일몰?? 퇴직의 문턱에 서서/ 붉은 노을 해질녘에/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삶을 상상한다?? 소홀히 했던 것들/ 미루어 왔던 일들/ 그대 자신을 위한/ 행복의 삶을 기원하네
_<가야산 정상에서(퇴직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이름 유래도 없는/ 무명에 가까운 산/ 기골 장대함에도/ 알아주는 이 없고/ 오대산국립공원에 가린
그저 그런 산?? 고유종 갑옷바퀴/ 지천의 산야초 세상/ 특효약 방아다리 약수/ 수많은 보물 지녀도/드러내지 않고/ 때 묻지 않은 옛 모습?? 야생화 천국의 봄/ 푸른 골 맑은 물 여름/ 붉은 단풍의 가을/ 순백 눈꽃 세상 겨울/ 어느 하나 빠짐없는/ 그대는 진정한 숨은 명산
_<계방산>
새들도 잠든 침묵의 밤/ 별빛 아래 능선 바람 따라/ 오체투지의 몸과 마음으로/ 너의 품속으로 조용히 다가서네?? 천 길 낭떠러지 암봉 위/ 모진 풍파 이겨낸 고고한 솔/ 갈대 같은 내 마음 아는지/ 그림자로 다가와 살며시 안아주네?? 여명에 비친 속리산 속살/ 붉게 타오르는 운해 일출/ 터질 듯한 내 심장 아는지/ 너는 왜 왔느냐 화두를 던지네
_<속리산 화두>
마음속에 사라진 줄만 알았던 산이라는 존재는 이제 그의 사랑이 되었다.
이 책은 산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시를 곁들인 기록물이, 산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산행이라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며, 삶과 관련한 모든 대상을 사랑하게 하는 산의 매력을 탐색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