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지혜를 담은 다섯 묶음의 이야기보따리
‘판차탄트라(Panchatantra)’는 2천 년 이상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어온 인도의 오래된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이야기들이 인도의 성스러운 고대 문헌인 ‘리그베다(Rigveda)’만큼 오래되었다고 말합니다.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판차탄트라는 다섯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Sanskrit; 梵語) ‘판차(Pancha)’와 지혜의 확장을 의미하는 ‘탄트라(Tantra)’가 조합된 이름입니다. 따라서 ‘다섯 묶음의 지혜로운 이야기들’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동물들과 일반적인 사람들, 그리고 수도승을 포함한 흥미롭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우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배우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약삭빠름과 얄팍한 행동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충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움과 자기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에 대한 분별력을 강조하고 있는 다섯 개의 묶음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그림 속의 액자처럼 서로 연계되어 구성됩니다.
판차탄트라는 비슈누샤르마(Vishnu Sharma)라고 하는 브라만(Brahman) 학자가 왕의 아둔한 세 아들의 교육을 위해 들려준 우화들입니다. 최초의 산스크리트 원작은 현재 전해지지 않으나, 대략 BC 100~AD 500년 사이에 창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우화들은 많은 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며, 11세기경 유럽에 ‘비드파이의 우화들(The Fables
of Bidpai)’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제목은 내용을 낭송한 인물로 전해지는 ‘비디아파티’라는 인도 성자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12세기 인도학자 나라야나(Narayana)가 편집하여 독창적으로 개작한 ‘훌륭한 충고(Hitopadesh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판차탄트라는 비슈누샤르마(Vishnu Sharma)라는 학자의 구술로 시작된 인도 산스크리트 원본을 모태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왕실로 초청된 80세의 학자가 세 아둔한 왕자들을 지혜의 길로 이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슈누샤르마는 왕의 세 왕자들이 하나같이 아둔하였기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지혜를 전했습니다. 인간 세상과 마찬가지로 동물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우화의 형식으로 흥미를 높였습니다. 이 우화들은 갖가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며, 인생에서 부딪히는 난관을 통과할 수 있도록 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다섯 개의 큰 묶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아울러 특정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읽고 들려줄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복잡한 세상사에서 생존과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지혜를 통해 당면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이야기의 형태는 우화라는 형식을 빌려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통속적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는 교육적인 내용과 아울러 오랜 경험의 지혜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에 내재되어 있는 크고 작은 반전들은 어른들의 삶에서도 다시 숙고해볼 의미를 제공합니다. 인간 본성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은 누구나 관련되어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 안에 담긴 교훈을 이해하는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구연으로 들려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원한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인도’라는 토양에서 생겨난 재미있고 재치 넘치는 이 우화집을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문학세계에서는 판차탄트라를 가장 오래된 전통적인 민담들의 모음으로 우화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널리 읽히는 이런 형식의 우화집은 다양한 작품들이 있으며, 이솝 우화집도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판차탄트라는 여러 나라에 전해오는 민담과 설화의 유사성이 엿보이는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한국의 전래동화 및 민담, 옛 이야기들에서도 판차탄트라의 내용과 매우 유사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특히 꾀 많은 원숭이와 아둔한 악어의 이야기는 민담이 판소리로 만들어진 별주부전과 거의 흡사한 내용입니다. 판차탄트라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서 도움이 되는 지혜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모음입니다. 세속적 지혜에 관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지만 인도 특유의 독창적인 중의적 사상이 내용 전체에 담겨 있습니다. ‘판차(Pancha)’는 다섯을 의미하고, ‘탄트라(Tantra)’는 지혜의 확장을 뜻하며, 방법이나 전략 또는 원칙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다섯 묶음의 지혜로운 전략들 또는 위기 극복의 방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자식들을 위해 왕이 선생님에게 간청한 교육적 소재의 교훈적 내용들은 긴 시간 동안 이어져오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혜를 구하는 다섯 가지 이야기보따리의 큰 묶음을 살펴보면,
첫 번째, 이야기보따리는 ‘친구를 배신하지 않는 의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보따리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새로 사귄 친구와의 우정’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보따리는 오랜 갈등에서 빚어진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의 교훈’들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보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이익과 손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보따리는 ‘경솔함으로 인한 갖가지 실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나이트는 중동을 무대로 한 다양한 민담을 모아 놓은 작품입니다. 원본은 사실 어린이들이 읽을 수 없는 야설과 독설 그리고 잔혹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화로 바꾸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소재가 되고 꿈과 영감을 주는 모험담으로 꾸며지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판차탄트라 또한 인도 대륙을 무대로 오랜 세월 삶의 다양한 이 야기들이 구전된 민담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에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내용의 일부가 각색되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산스크리트어’ 원본 내용을 토대로 하여 대화체의 형식을 독립된 장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라기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인도 우화 모음집입니다. 비록 오랜 옛날에 만들어진 우화집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생길에 있어 숙고할 만한 깨우침을 줍니다. 때로는 무겁지 않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재미있고 교훈적인 내용들이 다섯 묶음으로 담겨 있습니다.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동화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판차 탄트라는 지혜를 확장하는 다섯의 의미이지만 상황과 대처하는 입장에 따라 지혜(智慧), 총명(聰明), 영특(英特), 영석(穎釋), 명석(明晳), 기만(欺瞞), 술책(術策), 방책(方策), 계책(計策), 책략(策略), 대책(對策), 책모(策謀), 음모(陰謀), 음흉(陰凶), 흉계(凶計), 간계(奸計), 전략
(戰略), 전술(戰術), 술수(術數), 묘수(妙手), 묘책(妙策), 묘계(妙計), 천재(天才)성, 영악(穎惡)함, 영민(穎敏)함, 영리(怜悧)함, 간사(奸詐)함, 교활(狡猾)함, 기민(機敏)함, 영활(穎猾)한, 간악(奸惡)함, 간특(奸慝)함, 엉큼함, 속임수, 꾀돌이, 꾀주머니, 약삭빠름, 약아빠짐, 슬기로움 등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선악이라는 상대성까지도 달라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위기에 대처하는 모든 능력과 기술들은 그 상황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다른 표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어떤 표현이 적절할지 판단해보는 재미를 제공할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의 전개가 다양하게 각색될지라도 원전이 담고 있는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이 책에서는 원본의 흐름을 변형하지 않고 읽기 쉽게 현대적인 언어와 느낌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다만, 고어와 경어체,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긴 이름들은 독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생략 또는 임의적으로 배제하였습니다. 아울러 이 작품에 녹아 있는 지혜와 정신이 훼손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내용이 변질되지 않는 범위에서 부분적인 편집과 의역이 있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