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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김멜라 ┃ 물먹은 편지…7
김보영 ┃ 축제…57
김숨 ┃ 이곳은 정류장이 아닙니다…117
박솔뫼 ┃ 까마귀에게…149
정영선 ┃ 매축지 마을 수국 화분…177

해설
김대성 ┃ 사라지는 것을 위한 가장 내밀한 직접행동…207
저자 소개
저자 : 김멜라
2014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적어도 두 번, 제 꿈 꾸세요」,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 리듬 난바다, 경장편소설 『환희의 책, 산문집 『멜라지는 마음이 있다.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받았다.

저자 : 김보영
2004년 「촉각의 경험」으로 제1회 과학기술창작문예 중편 부문에서 수상하며 데뷔했다. 개인 영문 단편집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 및 작품집으로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다섯 번째 감각, 종의 기원담, 고래 눈이 내리다,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사바삼사라 서』를 비롯해 다수가 있다.

저자 : 김숨
1997년 단편 소설 「느림에 대하여」가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8년 「중세의 시간」이 문학동네신인상에 각각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요, 간과 쓸개, 국수, 장편소설 『듣기 시간, 떠도는 땅, 『제비심장, 『잃어버린 사람 , 『간단후쿠, 연작소설집 무지개 눈 등이 있다. 김현문학패,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을 받았다.

저자 : 박솔뫼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출간한 책으로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우리의 사람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영릉에서가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미래 산책 연습』 등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동리목월문학상을 받았다.

저자 : 정영선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평행의 아름다움, 장편소설로 실로 만든 달, 물의 시간,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생각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아닌 빛이 있다. 요산김정한 문학상,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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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기후 위기의 시대, 가장 내밀하고 조용한 ‘직접행동’의 시작
“허물어져 가는 행성 위에서, 우리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을 질긴 힘”

사라져가는 세계의 끝에서 다섯 명의 작가가 당신이라는 ‘한 사람’에게 편지를 띄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출판사 곳간이 한국 문학과 함께 희박해지는 환경과 잊혀가는 존재들을 위한 문학적 기도를 올린다. 편지, 엽서, 기도, 부서진 말, 그리고 육체로 쓴 유언. 김보영, 김멜라, 김숨, 박솔뫼, 정영선이 보내는 다섯 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목소리로 사라져버린 존재를 기억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존재를 지켜내려는 문학적 직접행동이다.

해체되는 몸으로 써 내려간 사랑의 기원, 멸종의 문턱에서 피워낸 생명의 환희, 버스 정류장을 따라 부유하는 조각난 한국어, 희미하게 연결된 끈으로 확장하는 감각, 지워지는 마을에서 호미로 길어 올린 겸허한 애도까지. 기후 위기로 희박해진 환경과 멸종의 위기 앞에서, 이 간곡한 기도가 당신이라는 ‘한 사람’에게 닿아 새로운 생명의 연결망을 잇는 단단한 씨앗이 되기를 염원한다.

사라져버린 존재를 기억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존재를 지켜내려는 문학적 직접행동.

‘사라지는 것’에 보내는 애도사는 한국문학이 오랫동안 집중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빈번히 일어나는 사회적 참사나 재난이 일상화되면서 애도와 문학은 이제 한 몸처럼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애도는 슬퍼하거나 떠나보내는 것만이 아니라 존재의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을 다지는 힘이기도 하다. 그린피스라는 국제환경단체가 한국문학과 협업한다는 점은 기후 위기나 파괴되는 지구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적인 접근을 넘어서 문학의 존재 기반을 되묻는 일과 이어진다.

“편지를 쓴다는 건 쓸 수 없는 걸 쓰려고 하는 애씀이며, 읽는다는 건 읽을 수 없는 것을 읽으려 하는 애씀”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다섯 편의 이야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끝내 서로에게 닿으려는 마음의 궤적이다.

해체되는 몸으로 써내려간 사랑의 기원 : 김멜라
김멜라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이가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며 남긴 마음을 글로 옮겨 쓴다. 물먹은 편지는 글자도 없고, 도끼로 벽에 무늬를 새길 수 있는 몸도 없는, 그야말로 ‘쓸 수 없음’을 조건으로 써 내려가는 문자 이전의 글쓰기 여정을 담고 있다. “끝나지 않는 모든 마음은 한 통의 편지”(19쪽)라는 명제를 따라 흐르는 이 소설은 글자가 태어나는 기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발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죽어가는 세계를 가로지르는 생명의 경이로운 순례 : 김보영
김보영이 쓴 축제는 상반신은 포유류, 하반신은 어류인 인어들이 번식을 위해 성지 아우라지로 향하는 험난한 순례를 다룬다. 이 소설은 한 종족이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 앞까지 우리를 이끌지만 그럼에도 뚜렷하게 남는 건 신성한 생명의 축제, 삶이 꽃처럼 피어나고 물처럼 어우러지는 순간, 낯선 이와 친근한 이가 하나 되는 기적, 이어짐으로 피어나는 환희다. 그리고 서로의 아름다움에 이끌리며 경이와 호의, 너그러움이 물결치며 솟아오르는 생명의 활력이다.

조각난 문장을 타고 떠도는 빈자리 : 김숨
김숨의 이곳은 정류장이 아닙니다는 한국 사회의 경계에 머무는 이주 노동자와 난민의 삶을 여러 버스 정류장을 배경으로 그려낸 시적 산문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김포와 고성, 양산으로 가 소설 속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김숨은 그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점점 희박해지는 말로, 파편화되고 조각난 한국어(Fragmented korean)로 그려낸다. 말의 밀도가 희박하고 여백이 많은 서술 방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빈자리’에 머무는 존재들을 더 깊이 응시하게 만든다.

어떤 식으로든 손으로 : 박솔뫼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타인과 연결되려는 인물의 마음을 탐색한 박솔뫼의 까마귀에게는 기후 변화로 커피가 귀해진 근미래 배경 속에서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인물이 편지와 산책이라는 느린 행위를 통해 서로에게 닿으려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린다. 이 걸음을 천천히 따라 걷다 보면 흐릿해지는 과거의 흔적과 고단한 현재 사이에서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가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호미로 하는 애도 : 정영선
정영선은 「매축지 마을 수국 화분」에서 일제강점기 때 매축되어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에 많은 이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 마을이 지도에서 지워지는 장소의 풍경을 기록하며 애도한다. 이 소설에서 ‘호미’는 거대한 굴착기에 맞서 기억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애도의 도구다. 텅 비어가는 마을에 버려진 식물을 주유소 화단으로 옮겨 심으며 기억을 붙잡으려는 인물의 애씀은 사라질 생명과 기억을 구출하는 ‘이주(migration)’이자 ‘보존’ 행위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품었다가 비로소 멀리 보내는 ‘마음의 씨앗’이자 ‘한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쓴 기나긴 편지와도 같다. 편지를 쓰고 읽는 행위 속에 깃든 간절한 애씀이 차가운 보관소에 잠든 종자가 그러하듯 언젠가 찾아올 적절한 온기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문학이라는 가장 느리고도 내밀한 직접행동을 통해, 사라지는 것을 생명의 터로 다시 불러들이는 손짓이길. 문학이 건네는 이 느리고도 오랜 연대가, 허물어져 가는 행성 위에서 우리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질긴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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