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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하루의 온도

아침을 여는 차 한 잔|그해 봄|노랑나비|비 오는 날의 속도|나의 속도로 살아가기|늦은 오후의 그림자|접사의 거리|저녁이 데려오는 얼굴들|마루

2부 사람과 사람 사이

오래된 친구와의 침묵|동살의 시간|갈라진 잎, 그 사이로 흐르는 것들|어디쯤 가을|부모와 자식, 그 중간의 거리|소고기뭇국|이웃이라는 풍경|관계,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키스|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퍼즐이라는 사회의 다양성

3부 나이의 얼굴

몸이 말하는 것|등 굽은 국밥|빛을 잃고, 읽는 법을 배운다|어디쯤|거울 속의 느린 시간|사월|잃어버린 것과 남은 것|오만과 편견|나이 들어 생기는 용기|단 하나의 걸음으로

4부 사소하지만 오래 남는 것들

손에 익은 물건|그리움의 지분|자주 쓰는 단어|초록별지구수비대|책상 위의 빛|생각의 감옥|암흑카페|지갑 속 낡은 사진|인연, 그 아름다운 꽃 한 송이|거꾸로 선다는 일

5부 길 위에서 배운 것들

여행은 왜 돌아오게 하는가|문 앞에서, 나를 마주보다|화분에 깃든 시간|사과 이야기|기차 창밖의 풍경|날빛의 시간|길가의 들꽃과 눈인사|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낯선 도시의 오후|스크래치

6부 나를 지켜준 말들

누군가의 한 문장|어머니께 드리는 졸업장|오래 품어온 구절|충조평판|쓰다 지운 편지|시간 속의 시간|말하지 못한 고백|우물의 온도
저자 소개
저자 : 김윤삼
글쓴이 김윤삼은 경주 감포에서 태어났다. 울산공업고등학교와 서울디지털대학교를 졸업하였다. 시집으로 『고통도 자라니 꽃 되더라』, 『붉은색 옷을 입고 간다』가 있다.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시간은 언제나 처음이다. 우리를 스쳐 지나가며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그 상처는 단순한 흉터로 머물지 않는다. 기억은 때로 아프게, 때로 빛나게 우리를 다시 불러 세운다. 지나간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삶으로 환원된다. 걷는 발자취마다 흙 속에 뿌려진 씨앗처럼 흔적이 남고, 언젠가 그 흔적은 꽃이 되어 피어난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왔음을 증언하는 가장 단단한 방식이며, 동시에 사라짐조차 하나의 피어남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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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극단의 피로 사회, ‘나만의 온도’를 찾는 법

언제부턴가 우리는 초경쟁, 초개인, 초스피드, 초연결 사회(超連結社會, Hyperconnected Society) 로 치닫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은 파열된 지 오래다. 파시스트적 가속도 속에서 현대인들은 정작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린 채 타인의 시선에 매몰되어 살아간다. 그야말로 극단적인 피로 사회, 피로 시대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삶의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김윤삼 시인은 “비 오는 날의 속도는, 내 안에 쌓인 것들을 천천히 내려놓게 한다”(「비 오는 날의 속도」)며, 효율과 속도만이 미덕인 시대에 ‘멈춤’과 ‘비움’이 주는 미학적 가치를 역설한다. “외부의 환경이 변해도 18℃를 유지”(「우물의 온도」)하는 우물처럼, 세상의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 자신의 속도로 사는 것이 왜 중요한지(「나의 속도로 살아가기」)를 성찰한다.

삶의 의지를 표상하는 ‘무늬 뒤의 무늬’

이번 산문집의 제목은 ‘무늬 뒤의 무늬’이고, 6편의 산문 속에 ‘무늬’를 직접 언급하고 있는 만큼, ‘무늬’라는 단어는 이번 산문집의 핵심을 찾아가는 중요한 열쇠임에 틀림없다.

“나만의 무늬가 나만의 무늬를 부른다.”(「비 오는 날의 속도」)
“무늬 뒤의 무늬는 약점이 아니라, 향기가 될 준비다.”(「나의 속도로 살아가기」)
“시간의 무늬 안에서 오늘 하루를 건너온 저마다의 사정이 숨어 있다.”(「저녁이 데려오는 얼굴들」)
“세월의 무늬가 몸에 새겨진다는 건, 쥐고 있던 것을 놓는 일인 동시에, 놓아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을 천천히 구분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잃어버린 것과 남은 것」)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포부가 아니라 나의 무늬를 나의 마음에 새기겠다는 다짐이 쌓여, 내일의 빛으로 번진다.”(「나이 들어 생기는 용기」)
“손바닥의 굳은살 속에 새겨져 있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시간을 몸으로 살아낸 자들의 무늬다.”(「날빛의 시간」)

‘무늬’는 나를 지배하는 환경들 특히 시간에 관련되어 있고, ‘무늬 뒤의 무늬’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려는 삶에의 의지와 관련되어 있는데, 겉으로 드러난 삶의 무늬 뒤에 숨은 또 다른 결, 상처와 흔적, 침묵과 여백 속에서 피어나는 존재의 의미를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사진을 통해 전하는 거리두기의 지혜

산문집 『무늬 뒤의 무늬』는 총 6부-〈1부, 하루의 온도〉, 〈2부. 사람과 사람 사이〉, 〈3부. 나이의 얼굴〉, 〈4부. 사소하지만 오래 남는 것들〉, 〈5부. 길 위에서 배운 것들〉, 〈6부. 나를 지켜준 말들〉-로 구성되어 삶의 다향한 국면을 조망하고, 아침 햇살, 한 잔의 차, 반려견과의 교감, 부모에 대한 기억, 오래된 친구와의 침묵 등 일상적 소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사유한다.

특히 ‘거리’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인상적이다. 사진 기법인 ‘접사(接寫)’를 통해 ‘관계의 미학’을 설명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꽃은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서면 더이상 머물 수 없고, 멀찍이 바라볼 때 비로소 빛난다”(「접사의 거리」)는 통찰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적절한 거리두기의 지혜를 제시한다.

거친 현장에서 피워 올린 섬세한 문장

저자 김윤삼은 경주 감포 출생으로, 울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 조선소 현장에서 노동자로 살아왔다. 시집 『고통도 자라니 꽃 되더라』 등을 통해 고통을 삶의 승화를 노래해온 그는 이번 산문집에서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삶을 조망한다. 거대한 크레인과 용접기 불꽃이 튀는 현장에서도 그는 “떠돎의 절반은 노랑나비 찾아 헤매던 날들의 설렘 때문”(「노랑나비」)이었다고 고백하며, 척박한 현실을 문학적 사유로 치환해내는 시인 특유의 서정을 보여준다.

사라짐조차 하나의 피어남임을 증언하는 책

김윤삼 시인의 첫 산문집 『무늬 뒤의 무늬』는 “나에게 남겨진 상처들이 단순한 흉터로 머물지 않고, 어떻게 다른 형태의 삶으로 환원되는지를 보여주는 단단한 증언”이다. 비문증과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위기 속에서도 “빛을 잃고, 읽는 법을 배운다”며 절망을 공부의 기회로 삼는 저자의 태도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용기를 전한다.

『무늬 뒤의 무늬』는 단순한 감성 에세이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느림의 가치, 관계의 균형,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문학적 언어로 환기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환경 속에서,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게 하는 밀도의 산문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무늬 뒤의 무늬』는 우리 모두의 삶에 남은 작은 흔적과 상처가 언젠가 꽃이 되어 피어날 수 있음을 조용히 증언하는 책이다. 삶의 표면을 넘어 그 이면의 무늬를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작가의 말

가장 맑은 첫인사

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가만히 두드리면
밤새 숨죽였던 방 안이 서서히 깨어납니다.
투명한 빛이 바닥과 벽을 타고 번져
잠든 사물들을 하나씩 불러내고,
어제와는 다른 얼굴을 입혀줍니다.
빛은 맑은 첫인사 같아
눈꺼풀에 스며들 때
마음속 깊은 곳까지 환해집니다.
붙잡을 수도 없고, 오래 둘 수도 없다는 걸 알지만
나는 잠깐의 머묾 속에서
하루를 살아갈 온기를 얻습니다.
아침 햇살은 결코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금세 방향을 틀어 다른 창과 길 위로 떠나갑니다.
그런데도 방안은 여전히 빛의 기운으로 채워집니다.
마치 빛이 떠난 자리에
빛을 받은 나의 마음이 남은 것처럼.
우리는 종종 시작을 두려워하거나
시작의 찰나를 하찮게 여깁니다.
그러나 하루의 가장 맑은 순간은
늘 가장 짧게 머물다 사라집니다.
아침 햇살이 말해줍니다.
붙잡으려 하지 말고,
“길을 믿는 사람에겐 길은 빛이 된다.”
그 안에서 오늘을 살아낼 힘을 받으라고.
-2026년 봄 김윤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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