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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009
에필로그 271
옮긴이의 말 289
저자 소개
저자 : 애거사 크리스티 (Agatha Christi)
1890년 영국 데번주에서 미국인 프레더릭 밀러와 영국인 클라라 보머 부부의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어머니에게 교육을 받았고 열여섯 살 때 파리로 이주해 학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1912년 영국으로 돌아와 이 년 뒤 아치볼드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했고, 1차세계대전 시기에 쓴 『스타일스 저택의 살인 사건』으로 데뷔했다. 1976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 사건』 등 80여 편의 추리소설을 집필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사는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에 큰 충격을 받고 잠적하는 등 방황의 시간을 보내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필명을 쓴 것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기 위한 배려였고, 이는 애거사의 뜻에 따라 수년간 비밀에 부쳐졌다.
1955년 미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거장상을 받았고 1967년 여성 최초로 영국추리작가협회 회장이 되었으며, 1971년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작위 훈장DBE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103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영어권에서 10억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다른 언어판 역시 10억 부 이상 판매되어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었다. 2009년에는 미발표 단편 두 편이 실린 창작노트 『애거사 크리스티 비밀 노트』가 출간되었다. 그녀의 유해는 영국 옥스퍼드셔의 세인트메리교회 묘지에 안장되었다.

역자 : 공경희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밭』을 시작으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비밀의 화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파이 이야기』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우리는 사랑일까』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우연한 여행자』 『타샤의 정원』 『포그 매직』 『꿈꾸는 아이』 『매뉴얼』 『빗속을 질주하는 법』 『좀비-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대디 러브』 『카시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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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외딴 곳에서 낮은 목소리로 이어지는 불쾌한 자기분석
“넌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자상하고 유능한 변호사 남편, 반듯하게 자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활기 넘치는 중년의 주부 조앤 스쿠더모어. 그녀는 딸의 병간호를 마치고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오던 길에 여고 동창 블란치를 만난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우상이었던 블란치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남자 이야기나 떠들어대는 천박하고 추레한 중년이 되어 있었고, 조앤은 그녀와 자신을 비교하며 내심 우쭐해한다. 하지만 이날 블란치는 조앤의 가족에 대해 언뜻언뜻 이해 못할 이야기를 던져 조앤의 심기를 거스른다.

그후 폭우로 교통편이 끊기면서 조앤은 사막의 기차역 숙소에 발이 묶인다. 어둡고 서늘한 무덤 같은 숙소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을 걷는 것 말고는 아무 할일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조앤은 그 며칠을 그동안 바라던 온전한 자기만의 휴식 시간으로 삼기로 한다. 하지만 블란치가 던진 말 몇 마디가 불씨가 되어 과거의 일이 하나둘 머릿속에서 점화되기 시작한다. 도마뱀처럼 여기저기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기억의 사금파리들이 조앤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있었다-“넌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자신 있어하더니 왜 그렇게 지쳤지?”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조앤은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자신의 과거를 송두리째 의심하기 시작한다. ‘블란치는 왜 엄마인 내가 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듯이 얘기했을까?’ ‘남편은 왜 내가 탄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마치 기쁜 사람처럼 뒤돌아 걸어갔을까?’ ‘딸은 왜 자기 병명조차 숨겼을까?’ ‘애들은 왜 아빠에게만 사랑한다며 매달렸을까?’ ‘나는 왜 남편과 셔스턴 부인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고도 도망치듯 물러났을까?’

변호사를 그만두고 농부가 되고 싶어하던 남편은 재고 따지기만 하는 세상이 역겹고 신물 난다고 했고, 아들 토니는 말끝마다 “엄마는 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라 빈정거렸고, 딸은 “엄마는 추악”하다고 소리쳤었다! 뒤돌아선 그들의 등뒤에서 흘러나온 아내와 엄마를 향한 혐오와 불쾌와 포기와 낙담의 언어들! 덮어버리고 지워버렸던 비극적 순간들이 조앤의 뇌리에 조금씩 뚜렷하게 떠오르고, 마침내 그녀는 정상과 광기의 경계에 위태롭게 선다.

현실 속에서 진실을 지나치고 회상 속에서 진실에 다가서는 아이러니
스토리텔러 애거사 크리스티의 진면목을 입증하는 작품

불안이 가파르게 증폭되는 조앤의 회상 장면은 자신에게 만족하며 살아가던 인간이 타인의 눈빛이나 말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해오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다가드는 불안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감정일 것이다. 작가는 불완전한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는 조앤을 삼인칭 주인공의 시점으로 묘사한다. 이는 주인공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냉정한 시점을 견지하여 자신을 반추하라는 의도다. 그 때문에 독자는 주인공에게 아주 밀착하지도,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와 자신을 겹쳐 바라보며 바라지 않던 자기분석의 시간을 갖게 될지 모른다.

자신을 똑바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인간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자기고백과 반성으로 내몰렸던 사막에서의 고립 이후 조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아니, 그녀가 의심했거나 확신했던 것들이 모두 사실이긴 할까? 기억은 언제나 온전하지 않은 거니까. 기억은 언제나 진실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니까. 그래서 그녀 역시 다시 진실을 의심한다. “진실? 그게 진실인지 내가 어떻게 알지?”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답변은 조앤이 집으로 돌아간 이후의 이야기에서 아주 현실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12장과 남편의 시점으로 쓰인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너무도 뼈아픈 선고다. 우리는 추리소설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가 사랑한 작가, 스토리텔러 애거사 크리스티의 진면목을 다시금 확인할 것이다.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 시리즈 소개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로 못다 한 이야기
미스터리로 남은 실종 사건 후 사유와 삶이 담긴
인간 애거사의 가장 사적인 컬렉션

봄에 나는 없었다 | 딸은 딸이다 | 두번째 봄 | 사랑을 배운다 | 장미와 주목 | 인생의 양식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벗어나 새로이 도전한 문학의 정점으로,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에 큰 충격을 받고 11일간 행방이 묘연해지는 등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애거사 크리스티는, 실종 사건으로부터 4년이 지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인간’, 특히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추리소설 작가로서 이미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작품을 출판했고, 이는 본인의 뜻에 따라 비밀에 부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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