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저자의 말
“책으로만 익숙하던 작품의 무대를 직접 찾아가면 그곳은 분명 낯설다.가까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동남아는 문학으로 들어가니 더욱 새로운 세계였다.이것이 ‘더,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가 탄생한 배경이다.”
저자는 역사 수업이 지루했던 이유를 “사람이 없어서였다”고 고백한다.연대와 사건만 있는 역사 대신, 문학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을 보여주었고, 그 깨달음은 저자를 세계의 다양한 문학 현장으로 이끌었다.
“얼마나 다르게 볼 수 있는지,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할 수 있는지,인간을 발견하는 기쁨은 문학에서 시작되었다.”
동남아 문학을 통해 식민지배의 상흔을, 발칸에서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표정을, 일본·중국·러시아·유럽·미국을 거치며 ‘인류의 보편적 체험’을 발견하는 과정이 진솔하게 고백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빛과 표정, 언어보다 깊게 스며드는 비언어가이방인의 가슴을 적신다. 이것은 인간수업, 감정수업이었다.”
책 속에서
동아시아 문학은 어쩔 수 없이 전쟁문학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웃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비슷한 역사의 길을 걸어온 동남아의 현대사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략 ‘외세침략과 식민지배-민족주의 운동-독립-쿠데타 군부 통치-민주화운동-경제성장과 정치발전’의 흐름, 이른바 독립과 부패와 혁명의 드라마다. 그간 서양 위주의 역사만 배웠던 치 떨리던 기억이 미안해서 의도적으로 더 접근하는 과정은 사실상 고통이었다. 풍성한 과일과 값싼 생활비, 아름다운 휴양지 외에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우리처럼 나라를 뺏겼다고 비분강개하며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하고 한 맺힌 과거를 잊지 않는, 비교적 단일문화권 사람들로서는 동남아를 이해하기가 좀체 어렵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문학을 통해 세계사의 결을 탐구
문학 속 공간을 직접 답사한 기록
풍부한 사진과 간결한 글
동남아 문학·역사에 대한 국내에서 드문 탐색
문학 애호가·역사 독자·여행 인문서 독자 모두에게 적합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는 1945~1950년대까지의 대만 현대사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한 가족사를 그린 동시에 대만의 2.28을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영화 의 바탕에는 본성인과 외성인의 갈등이 깔려 있다. 귀먹고 말 못하는 사진사 문 청(양조위)은 친구들이 반정부 운동을 할 때 고뇌한다. 점차 친구들이 체포, 처 형되는 모습을 보며 끝내 동참하다가 체포된다. 1949년 12월 국민당이 대만으로 들어와 장제스가 초대 총통이 되는 시점에서 문청은 행방불명이 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워낙 설명이 없어 앞선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워 불친절한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에 는 분명 슬픈 여운이 남는다. 대만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과 사람이 만든 슬픈 역사가 공존한다.
--- 「아시아 / 대만의 2.28과 비정성시」 중에서
우리는 한 번의 식민지배도 치욕적으로 생각하며 그 잔재를 없애려 드는데, 이런 수용과 공존 방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나라를 뺏겼다고 비 분강개하며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하고 한 맺힌 과거를 잊지 않는 우리 같은 단 일문화권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가 힘에 부친다. 나라마다 지배 기간이 다 르고, 지배자의 목적과 성향도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 ‘어두운 역사라도 사실이니까 그대로 둔다.’라는 말도 다시금 떠올리며 카메론 하일랜드와 유기리 의 여운, 윤링의 특별한 사랑에 조금 더 오래 잠겨 보련다.
--- 「아시아 / 말레이시아, 《해 질 무렵 안개 정원》의 사람들」 중에서
베트남은 싸움조차도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기억된다. 그 목소리와 고요함 속에 묻어나는 인내와 강인성에는 섬찟 해진다. 그것은 아마 낙관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베트남 민족, 그들만의 사랑과 용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존심과 자생의 능력이라고 믿는다.
--- 「아시아 / 베트남 문학으로 본 전쟁과 평화」 중에서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하는 숙제가 있다.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은 침략국에 대한 증오심이 우리보다 적거나 없어 보인다. 우리 독립운동 가들과 마찬가지로 호세 리잘은 훗날 자신의 조국이 어떻게 비극적인 역사로 이 어졌는지, 특히 21세기에도 독재 정권 아래에서 어떻게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지를 본다면 뭐라 말할까. 마닐라의 여전히 빈약한 시내 골목길을 걸으며 마음 은 마냥 언짢고 무겁다.
--- 「아시아 / 필리핀 마닐라,호세 리잘의 혼을 찾아서」 중에서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도덕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거듭했다. 허름한 간이역에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진정 그의 고뇌가 무엇인지 짚 어내지는 못해도 ‘저 밖에는 힘들게 사는 농부가 너무나 많은데 이렇게 즐겨도 괜찮은 걸까’라며 죄의식에 사로잡혔던 그를 가리켜 깨어 있는 불안한 양심의 소 유자라 말하고 싶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식민지 백성 윤동주도 그러하였지. 혹 톨스토이를 만나러 야스나야 폴랴나에 가는 순례자나 여행자가 있다면 여름이 아닌 눈 덮인 겨울을 권해 본다.
--- 「러시아 / 톨스토이의 문학과 삶이 깃든 ‘야스나야 폴랴나’」 중에서
인적 드문 황량한 고원에 드문드문 남아 있는 보랏빛 작은 꽃과 뾰족한 잎, 이것이 바로 헤세가 말한 ‘보랏빛이 섞인 붉은 에리카’이다. 키 작은 관목이 우 거진 들판을 헤더 혹은 히스라 하고, 이곳에서 피는 야생화들을 흔히 히스꽃이 라 부른단다. 산언덕에는 아득히 펼쳐진 히스 외에 아무것도 없다.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뿐, 입이 벌어지게 광활하다. 보라꽃이 만발한 8월이면 굳이 브론테를 만나는 문학기행이 아니라도 낭만 여행 혹은 트래킹 코스로 찾아와도 멋질 것이다.
--- 「유럽 / 브론테 세 자매의 문학 산실, 영국 요크셔 하워스 마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