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남부러울 것 없는 교사 생활, 화목한 가정. 완벽해 보이던 삶에 예고 없이 ‘공황’이라는 불청객이 들이닥쳤다. 36년 차 과학 교사로, 착한 딸이자 헌신적인 엄마로 살아오며 억눌러온 마음의 퓨즈가 나간 순간, 저자는 절망 대신 ‘우아한 동거’를 택했다. 완치가 아니면 어떤가. 공황을 조수석에 태우고 ‘칠리레드 오픈카’의 엑셀을 밟는 60대의 반란은 유쾌하고도 뭉클하다. 마음의 터널 속에 갇힌 당신에게, 이 책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건네는 가장 강렬하고 눈부신 초대장이다.
책 속에서
그렇게 조금씩,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갔다. 그것은 싸움이 아니라 대화였다. 불안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 속에서도 우아하게 서 있는 연습이었다. 교단에 서면, 여전히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불안은 여전히 무례하지만, 나는 그 무례함 속에서도 이제 벌벌 떨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보려고 한다.
- p. 15
‘나는 반드시 일상으로 복귀할 거야. 나는 아직 부서지지 않았어. 잠시 흔들렸을 뿐이야.’ 그 이후로도 나는 여전히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워만 하지 않는다. 공황이 다시 찾아와도, 나는 그 속에서 숨을 고르고 또다시 교실을 향해 걸어간다.
- p. 23
공황을 겪으면서 나는 어느새 내 안의 작은 흔들림까지도 차분하게 안아주는 법을 배웠다.
- p. 24
나는 아직도 매일매일 두려움에 떨지만, 이제는 그 떨림 속에서 아주 가끔 미소도 지을 수 있다. 내가 다시 교실에 서 있다는 것,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우아한 기적이었다. 기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 p. 28
불안이 와도 괜찮다. 발이 나아가면 마음도 따라 나아간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을 때면, 마음에 쌓인 먼지가 조금은 털려 나간 듯 가벼워진다. 내일은 출근하면 후배 교사, 이은진에게 꼭 고맙다고 표현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에이스 크래커도 교무실 책상에 놓아둘 것이다.
- p. 47
상처와 우아함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 상처가 있었기에, 나는 오늘의 불안 속에서도 조금 더 담담하게,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p. 65
나의 36년간의 교직 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나는 그날 마지막 수업을 훌륭하게 해냈다. 용감하게 선글라스를 벗고, 45분 내내 열강을 했고, 놀랍게도 섬광은 한 번도 나를 해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교직 생활은 우아하게 끝이 났다.
- p. 89
“그 떨림이 바로 선생님의 손 감각이에요. 떨리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저도 떨리거든요. 그러니 편안하게 하세요.”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나는 더 이상 완벽한 선을 그리려 애쓰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의 떨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안에 내 불안과 숨결이 함께 있었지만, 뭔지 모르게 느긋해졌다.
- p. 97
하루 다섯 번의 하늘은 나에게 다섯 번의 숨, 다섯 번의 위로, 그리고 다섯 번의 회복을 준다. 그 작은 반복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오늘도 나는 하늘을 본다. 살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 p. 141
열 마리의 고양이는 떠났고, 사료 그릇은 텃밭 한구석에 조용히 놓여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은 꼭 데려와야만 하는 것도, 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때로는 놓아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보호라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 p. 159
이 에세이는 지금 불안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독자에게는 작은 공감이 되기를, 이미 긴 시간을 지나온 이들에게는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였습니다.
불안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써온 저의 진솔한 삶의 고백이 당신의 오늘에 가만히 닿기를 바랍니다.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