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반송이란 마을 이름은 키가 작고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자란 소나무가 많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땅속에 넓은 돌이 깔려있으며 송림이 울창하여 반송이라 했다는 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넓은 소나무 숲’이란 의미로 반송이란 마을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반송의 넓은 소나무 숲은 한국전쟁 이후 대부분 사라졌다. 부산지역의 땔감 대부분을 반송에서 공급하느라 무분별하게 벌목을 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 곳곳에 자리를 잡자 부산시는 도시계획을 세우면서 반송동, 반여동, 서동 등에 집단이주촌을 만들었다. 반송에는 1968년부터 1975년까지 수정동 고지대, 조방부지, 철도변의 철거민들이 집단으로 옮겨오면서 현재와 같은 마을의 기본틀이 만들어졌다. 사회기반시설이나 문화, 복지시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도심에 산재한 판잣집들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실시한 집단이주정책은 당시 부산시의 미숙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책이었다.
--- p.23
지역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이 주체로 나서면, 아니 자신의 손때가 조금이라도 묻어 있다면 조금도 주저함 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가르쳐주었다. 또한 지역 활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였다. 전문가도, 경험도 없었지만 회원들이 직접 해보자는 마음이 모이니 안될 것이 없었다. 지역의 모든 활동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활동 주체인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지역 활동은 당연히 주민들이 주체로 나서야 하고 주민들이 주체로 나서면 못할 일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 p.50
그러나 후유증은 다음날에 나타났다. 교장선생님께 행사 결과를 설명하고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였는데 1학년 담임선생님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은 교장선생님은 어두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행사 다음날인 6일 오전수업 첫 시간에 아이들은 자기 책상과 의자, 남겨둔 책상 속의 물품을 찾느라 대혼란이 일어났으며 그 와중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었다. 담임선생님들께서 무척 당황하셨던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틀 동안 잠도 안자고 계속 서서 일했던 회원들 몸이 강철이 아닌 이상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책상 위치까지 원래대로 해놓는 데 소홀함이 있었다. 담임선생님들을 만나 행사 취지와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 사과드렸다. 선생님들의 거친 항의 속에 불편한 마음까지 위로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 p.87
폐기물 매립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부산시에 사업신청을 한 사람은 형식상 따로 있고 S산업은 이름뿐인 회사이며 그 뒤에는 막강한 재력으로 매립장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업계의 통설에 따르면 매립장 사업은 이익이 많이 남아 투자액의 수십 배까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산업이란 이름을 내걸고 고촌의 매립장을 신청한 사람들이 엄청난 이익이 생기는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반대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분열하고 지쳐서 주저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더 장기적이며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위한 대비가 있어야 하였다. 폐기물 매립장을 반대하는 주민이면 모두가 단결하여 힘을 모아야 했다. 반송 1, 2, 3동과 철마면 고촌마을, 안평마을까지 포괄할 수 있는‘주민대책위원회’ 구성이 필요하였다.
--- p.143~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