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앓았던 ‘절대적 사랑과 고독’
전쟁 직후인 1950년대, 허무와 폐허가 가득했던 시대에 시인은 “미움이 타버리고 아픔이 타버리는” 강렬한 사랑의 정념을 시로 써 내려갔다. 이번 시집은 조병화 시 세계의 근원적 에너지였던 사랑, 꿈, 고독의 지평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이 사랑의 사건은 그동안 완벽하게 봉인되어 있었다”며, “존재의 불안과 우수와 단절이 없는 종교적 체험에 버금가는 절대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조병화 미발표 시화집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적 가치와 현대적 감각의 만남을 주도하고자 한다. “명예, 욕망, 예술, 고독” 등 시인이 하나하나 버리며 찾아 돌아온 “고요한 작은 마을”의 풍경은,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도 잊힌 사랑의 원형을 되찾아줄 것이다.
시인의 숨결이 담긴 20여 점의 소묘와 자필 원고
이번 시집의 백미는 시인이 직접 펜으로 그린 섬세한 꽃 그림들이다. 카라, 센쥬란, 히아신스, 양귀비 등 1958년을 전후해 그려진 20여 점의 소묘는 시의 정서와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시집 후반에 시인이 직접 정서(淨寫)한 자필 원고 이미지를 배치하여, 독자들이 70년 전 시인이 메모지 위에 쏟아냈던 고독과 사랑의 숨결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1950년대 젊은 조병화는 뜨거운 사랑과 고독의 극한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사랑의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의 젊은 날의 사랑의 서사는 “시작”만 있지 “마지막”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일생 동안 이 사랑의 “마지막” 지점은 유예되었으리라. 그의 시편이 우리 시사에서 누구보다 강렬한 사랑, 고독, 우수로 물든 낭만적 삶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펼쳐보였던 것은 이를 증거한다.”
_홍용희, 「해설: 뜨거운 사랑의 고독」에서
원문의 결을 살린 현대적 복원
이번 시화집 『사랑의 바람이 뜨거이 불어옵나이다』는 70년 전 조병화 시인의 육필 원고가 지닌 본연의 정취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편집 원칙을 적용했다.
1. 현행 맞춤법 적용: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띄어쓰기 및 발음상의 차이가 없는 옛 표기(예: ‘했읍니다’ → ‘했습니다’)는 현행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라 수정하였다.
2. 원문의 미학 보존: 시인이 사용한 특유의 방언, 축약어, 조어 등은 작품 고유의 질감과 시대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표준어로 교정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수록하여 문학적 가치를 더했다.
3. 제목의 구성: 발견된 각 시편은 별도의 원제가 없는 상태였다. 이에 독자의 편의와 감상의 흐름을 돕고자 각 시의 ‘첫 행’을 제목으로 채택하여 편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