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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_김명자(KAIST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김은미(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머리말

1장. 타협의 정신으로 돌아가자

여의도 권력 서사의 붕괴
정당이 납치된 시대
부족전쟁의 정치, 냉담층이 멈춰 세워야
6·10 민주 시민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애니웨어 엘리트’ 대 ‘섬웨어 대중’
중도를 위한 나라는 없다
내전의 시대
청년 자유주의 vs. 586 반자유주의 민주화
우리는 멜로니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협치의 성공을 위한 두 가지 조건
정당의 민주화와 협치
법치와 인치의 시험대
표류하는 K의료

2장. 다수의 폭주를 어떻게 제어할까

다수당의 질주 vs. AI 시민 대표
시대정신에서 밈으로
무소불위 국회 권력과 필터 버블
당정 갈등, 너무나 한국적인 정치 퇴행
흔들리는 양당 체제
국회는 리콜이 안 되나요?
권력의 폭주를 막을 개헌이 절실하다
규제 혁파, 정당도 예외 아니다
예고된 재난, 인플레와 버블 공약
아웃소싱 정치
데이터 통치의 개막
탄핵 표결 이후 정당들은 어디로?
추락 이후

3장. 우리는 어떤 비전을 내놓고 있는가

〈남한산성〉,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국가의 실력, 위신, 그리고 위험
트럼프 리스크와 경제 안보 그리고 정체성
대미 실용 외교와 걸림돌들
4차 산업 동맹으로의 초대
9·11 20주년과 아프간, 두려움과 흥분을 넘어
역사의 분기점 앞에서
문재인표 한미 관계의 딜레마
지지율 하락과 내러티브의 빈곤
바이든 대통령의 서울 일기
20년의 베팅과 신냉전 동맹
대통령의 두 얼굴
안중근 의사의 전쟁과 평화

4장. 솔직함과 용기를 갖춘 리더를 바란다

후보들은 두 번째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전두엽 건강을 지키자
차라리 AI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
대인플레 시대, 공감의 정치는 어디에?
초대통령제 해소가 관건이다
당선인의 상시 캠페인 통치
스트롱맨 후보들과 좁은 문
바이든, 노련하고 복잡한 낙관주의자
한동훈 현상, 세대 교체론과 자질론
내향적인, 너무도 내향적인 대선
역사의 결절점 앞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너무도 다른, 두 대통령의 임기 말
대통령과 국민의 ‘가상’ 대화

대담. 한국 현대 정치사 회고(장훈, 공희준, 홍희경)
1987년 ‘8인 정치회의’를 아시나요?
한국은 리더십에 큰 영향을 받은 민주화
노태우 정부 관리 능력의 재평가가 필요하다

감사의 글
저자 소개
저자 : 장 훈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를 마쳤다. 한국정당학회장(2011),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2019 한국정치학회장으로 일했다. 자연의 흐름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정치 현상의 순환과 질서, 변동을 관찰하는 정치학자이다. 저서로 『20년의 실험: 한국 정치 개혁의 이론과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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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치적 극단주의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김명자(KAIST 이사장, 전 환경부 장관) 김은미(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석재(서울대 철학과 교수) 추천

우리의 정치는 왜 이토록 서글픈 ‘부족전쟁’이 되었나
‘87년 체제’ 이후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 ‘타협의 실종’을 진단하다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운 정치 기사를 보다 나도 모르게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 적이 있는가. 중동에서 들려오는 포성은 타협이 사라진 세계가 마주할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욱 서글픈 사실은 우리 내부의 정치 역시 이 ‘극단주의’의 문법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섬멸해야 할 적군’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언어는 임계치를 넘었다. 대화와 설득이 머물러야 할 공론의 장은 날 선 혐오와 물리적 충돌로 얼룩진 지 오래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정치의 본래 기능은 간데없고, 거친 함성만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정치학자 장훈 교수의 신간 『훌리건과 벌컨』은 바로 이 지점, 합리적이고 온건한 시민들이 왜 정치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민주주의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뼈아픈 진단이자, 나아갈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다.

‘훌리건’에 납치된 정당과 정치 냉담층이 된 ‘벌컨’

오늘날 한국 정치는 이른바 ‘훌리건(Hooligan)’들의 함성에 점령당했다. 저자는 정치철학자 제이슨 브레넌의 비유를 빌려 우리 사회의 시민을 세 부류로 나눈다. 극단적 당파성에 매몰되어 폭력과 혐오를 서슴지 않는 ‘훌리건’, 정치에 무심하거나 대세에 휩쓸리는 ‘호빗(Hobbit)’, 그리고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벌컨(Vulcan)’이 그들이다.

지금의 여의도에서 벌컨들의 합리적인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가장 뼈아픈 현실은 공론의 장이어야 할 정당이 강성 팬덤과 포퓰리즘에 의해 ‘납치(hijacking)’되었다는 사실이다. 숙의와 절차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좌표 찍기’와 ‘문자 폭탄’이 들어섰고, 상대 진영을 절멸시켜야 할 적폐로 규정하는 ‘원시적인 부족전쟁’만이 남았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만든 ‘필터 버블’은 시민들을 확증편향의 감옥에 가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을 기회조차 차단한다. 저자는 이 전쟁터 같은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가 서서히 질식해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정당 독과점’과 ‘제왕적 대통령제’, 이렇게 개혁해야…

우리는 선거 때마다 ‘대표’를 뽑지만, 투표가 끝나면 당선자들은 다시 그들만의 성벽 안으로 숨어버린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인물의 문제가 아닌, ‘고장 난 시스템’의 문제로 규정한다.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도 정당이 독과점 체제에 갇혀 있고,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한 민주주의의 추락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수리법은 파격적이고도 구체적이다.

첫째, 정치 시장의 진입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신규 정당의 진입을 원천 봉쇄해 정치를 고이게 만드는 정당법 제17조와 제18조의 철폐를 주장한다. 특히 기득권 정치 귀족들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시민들의 눈높이를 반영하는 ‘비례대표 후보 추첨제’라는 혁신적 대안을 제안한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자의적 결단에 공동체의 운명이 휘둘리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체제 전환, 연금 및 의료 개혁 등 국가적 장기 과제는 대통령 단독 결정이 아닌, 국회의 가중다수결 합의와 시민 공론화를 거쳐야만 하는 ‘협치 영역’으로 명시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시민의 통제권을 제도화하여 상시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거 후에 군림하는 정치를 막기 위해, 부적격 의원을 파면하는 ‘국회의원 소환제’와 권력의 고착을 방지하는 ‘지역구 의원 3선 연임 제한’ 등의 도입을 역설한다. 이는 정치인에게 부여한 권력이 시민으로부터 잠시 빌려온 것임을 각인시키는 강력한 장치가 될 것이다.

다시 타협으로, ‘87년 6·29 선언’에서 찾은 민주주의의 본질

저자는 절망적인 현실의 해법을 우리 민주주의가 일궈낸 가장 찬란한 성공의 기억에서 찾는다. 1987년 6월, 군부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파국적 충돌 대신 선택했던 6·29 선언은 단순한 양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정수인 ‘타협’이 빚어낸 결실이었다. 당시 김대중, 김영삼 두 지도자는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적대적 세력과 대화하며 민주주의의 문을 열어젖혔다.

저자는 이 ‘타협의 정신’이야말로 고사 직전의 한국 정치를 다시 살릴 유일한 열쇠라고 단언한다. ‘87년 체제’ 40주년을 앞둔 지금, 우리는 승자독식의 낡은 서사를 끝내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을 시작해야 할 때다. 결국 정치는 ‘적을 섬멸하는 전쟁’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며 합의를 일궈내는 예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훌리건과 벌컨』은 그 길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 시민과 정치인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권고장이다.

진영논리에 등 돌린 침묵하는 다수를 위하여

이 책은 단순한 정치 비평서가 아니다. 6월 항쟁의 함성을 듣던 청년 시절부터 두 번의 대통령 탄핵, 그리고 최근의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응시해온 정치학자의 기록이다. 저자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에 갇힌 보수 엘리트와, 도덕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윤리적 모순에 빠진 586 세대 모두의 서사가 이미 붕괴했음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하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듯, 광적인 부족 전쟁에 동요하지 않고 이성의 끈을 놓지 않는 ‘합리적 시민(벌컨)’들이야말로 희망의 근거다. 저자는 소란스러운 광장의 소음을 뒤로하고 차분하게 대안을 모색할 때, 납치된 정당이 비로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치는 혐오를 동력 삼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통스러운 숙의 과정이다. 폭력과 혐오로 가득 찬 뉴스 창을 열 때마다 가슴 답답함을 느끼는 지친 시민들과, 진영논리를 넘어 상식의 언어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훌리건과 벌컨』은 반가운 해독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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