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지난 유라시아의 세기: 냉전
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대전 이후 찾아온 냉전 역시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유라시아의 세력 균형을 둘러싼 본질적인 다툼이었다. 이번에는 스탈린의 소련이 공산주의라는 메시아적 이념과 거대한 군사력을 결합하여 유라시아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세력을 확장하려 했다. 지정학적으로 소련은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끝없이 영향권을 넓히며 적대 세력의 완전한 파괴를 통해서만 안정을 추구하는 집요한 동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거대한 냉전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평화적인 방식으로 종식되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무력 충돌 대신 조지 케넌이 제안한 ‘장기적인 경쟁’과 ‘봉쇄’라는 정교한 전략을 택했다. 막대한 경제 지원(마셜 플랜)과 강력한 군사 동맹NATO을 통해 유라시아 주변부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결속시킴으로써,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소련이 내부의 경제적 무능과 억압적 체제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하게 만든 것이다.
냉전의 종식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압도적인 평화와 번영의 ‘황금기’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환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자유 시장과 무역이 확대되면 적대국들도 자연스럽게 온건한 민주주의 국가로 변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 속에서, 서방 세계는 이른바 '황금 족쇄' 전략을 맹신하며 경계를 늦췄다. 미국이 중동의 소모적인 분쟁에 갇혀 있거나 고립주의적 후퇴를 고민하는 사이, 유라시아의 거친 세력들은 서방이 주도한 세계화의 단물을 빨아먹으며 새로운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돌아온 유라시아의 세기
바야흐로 세계는 중국, 러시아, 이란이 새로운 권위주의 연대를 형성하며 미국 주도의 질서에 노골적으로 도전하는 ‘두 번째 유라시아의 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마오쩌둥 이후 서방의 기술과 자본을 흡수하며 로켓처럼 경제력과 군사력을 키운 중국은 아시아를 넘어 전 지구적 패권을 넘보고 있으며, 러시아는 과거의 제국을 재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자비한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 이들은 서로의 무기와 기술을 공유하며, 자유주의 진영의 압박에 맞서 유라시아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
이 책은 6장에서 과거 열전과 냉전의 역사를 관통하여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9가지 지정학적 원칙과 교훈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념과 지정학은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권위주의 세력이 유라시아를 장악하도록 방치하면 결국 자유세계 전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평화는 선의나 조약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의 굳건한 결속과 이를 뒷받침하는 압도적인 군사적 억지력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인 대가를 치를 때만 지켜낼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일깨운다.
과거의 역사가 증명하듯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단층선이 흔들릴 때마다 세계의 운명이 바뀌어 왔다. 이 책은 시의적절하게도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꿰뚫어 보는 가장 훌륭한 통찰과 지식을 제공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지정학적 열쇠로서의 유라시아를 이해하고, 우리 세대에 강대국들이 어떤 행보를 취해나갈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할지 예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