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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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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 이론 편

1. ‘사회적 히키코모리’란 무엇인가
2. 사회적 히키코모리의 증상과 경과
3. 다양한 정신 질환을 동반하는 ‘히키코모리’
4. 사회적 히키코모리는 병인가
5. ‘히키코모리 시스템’이라는 관점

제2부 ‘사회적 히키코모리’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 실천 편

1. 정론·설교·논의의 극복
2. 가족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각오
3. 치료의 전체적인 흐름
4. 일상 생활에서
5. 가정 내 폭력의 슬픔
6. 치료, 그리고 사회 복귀로
7. ‘히키코모리’와 사회 병리

끝으로
히키코모리 대응의 프로세스
후기
참고 문헌
옮긴이 후기
저자 소개
저자 : 사이토 다마키 (Tamaki Saito)
1961년 이와테 현에서 태어났다. 츠쿠바 대학 의학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의학박사로 같은 대학 의학의료계 사회정신보건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사춘기, 청년기의 정신분석학, 병적학, 라캉주의 정신분석, 히키코모리의 치료와 지원 및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만화, 영화 등의 서브컬처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 『가족의 흔적』, 『살아가기 위한 라캉』, 『히키코모리는 왜 낫는가』, 『‘히키코모리’ 구출 매뉴얼(이론편)』, 『사회적 히키코모리』, 『세상이 토요일 밤의 꿈이라면』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이정민
동아시아 정신분석 수용사 연구자로, 성균관대학교에서 비교문화학을 전공하고 현재 대만 타이베이 소재 중국 문화대학 한국어문학과 조교수로 근무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한국의 초기 정신분석학 수용에서 일본의 영향: 김성희와 고사와 헤이사쿠의 이론적 유사점을 바탕으로」와 「한국의 프로이트 이론 수용 양상 연구」가 있으며, 역서로 『라캉, 환자와의 대화』,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 『캐릭터의 정신분석』(에디투스) 등이 있다.

역자 : 미우라 토모미
사이타마 출생.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에서 수학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비교문화협동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근대 초기 번역 문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1960년대 한국과 일본 혼혈 양공주의 국가 정체성 형성과 냉전 체제―박에니와 고제키 케이코의 수기를 중심으로」(202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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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립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관계와 사회가 함께 드러내는 현실일 수 있다
『사회적 히키코모리』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히키코모리와 마주하려면 - 익숙한 통념을 넘어

스스로 걸어 잠근 문. 누군가 그 닫힌 방 안에 오래 머문다.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고, 말을 줄이거나 아예 입을 닫은 채 사회적 관계에서 물러난 듯 살아간다. 우리는 이런 존재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안다고 여긴 나머지 너무 쉽게 설명해 버리곤 한다. 게으르다, 의지가 약하다, 사회성이 없다, 가족이 잘못 대응했다는 식의 말들. 그러나 그런 설명은 문제를 이해하기보다 오히려 닫힌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사회적 히키코모리』는 바로 그 익숙한 설명의 틀을 의심하게 하는 책이다.

사이토 타마키는 히키코모리를 한 개인의 성격이나 결함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그는 히키코모리를 개인의 심리, 가족 관계, 사회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로 본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히키코모리’를 말하지 않고 ‘사회적 히키코모리’를 말한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문제를 개인 내부의 결함으로만 보느냐, 아니면 개인과 가족, 사회가 맞물린 구조 속에서 이해하느냐에 따라 대응의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처음부터 다시 묻는 것은 단순하다.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먼저 보자는 것이다. 기존의 도덕적 판단이나 상식적인 훈계만으로는 이 문제를 설명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저자의 논의는 출발한다.

히키코모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병명보다 상태와 구조를 보는 시선

저자는 히키코모리를 단일한 병명으로 간단히 환원하는 태도에 신중하다. 이 책에서 히키코모리는 “6개월 이상 자택에 틀어박혀 사회 참여를 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다른 정신장애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설명된다. 다시 말해 히키코모리는 무언가를 단번에 진단하고 이름 붙이는 방식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저자는 이를 하나의 증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여러 정신적·사회적 어려움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겉으로는 무기력하고 정지된 상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초조함, 수치심, 가족과의 긴장, 관계의 단절이 복합적으로 자리한다.

이 책의 중요한 전환점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히키코모리를 당장 교정해야 할 비정상 상태로만 보지 않고 “곤란한 상황에 놓인 성실한 사람”의 상태로 보자는 제안이다. 이 말은 히키코모리를 낭만화하거나 문제를 축소하는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당사자가 아무 생각 없이 무기력에 빠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와 관계 속에서 깊은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말이다. 그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비로소 정론과 설교, 훈육과 압박이 왜 실패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저자가 보기에 히키코모리 문제는 개인을 고쳐 바깥으로 내보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가 놓인 곤란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는 문제다.

장기화와 고령화 - 더 이상 청년의 일시적 문제가 아니다

개정판에서 특히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히키코모리의 시간성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히키코모리는 더 이상 ‘젊은이들의 일시적 문제’로만 머물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이미 100만 명 이상이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80세의 부모가 50세의 자녀를 돌보는 ‘80-50 문제’가 사회적 현실로 부상했다. 히키코모리는 장기화되고 고령화되며, 가족의 생애주기 전체를 흔드는 문제로 나타난다. 더 이상 한 개인의 방 안에 갇힌 사적인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의 노화, 돌봄의 소진, 지역사회와 복지의 한계, 사회적 안전망의 결손이 모두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히키코모리』는 단순한 임상 보고서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은 한 사람의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보이는 고립이 사실은 사회의 여러 층위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히키코모리의 장기화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시간의 연장이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관계망 전체가 함께 굳어지고 있다는 징후다. 그래서 이 책은 오늘날의 고립과 은둔을 생각할 때 여전히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그것은 특정 사례의 특수성을 넘어 현대사회가 취약성과 의존, 돌봄의 위기를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함께 보여 주기 때문이다.

‘히키코모리 시스템’이라는 관점 - 개인·가족·사회가 맞물리는 악순환

이 책의 중요한 성과는 히키코모리를 개인 병리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개인·가족·사회가 맞물리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한다는 데 있다. 히키코모리 상태는 당사자의 고통만이 아니라, 가족의 불안과 초조함, 사회의 압력과 단절이 서로를 자극하면서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 구조 속에서 지속된다. 저자가 말하는 ‘히키코모리 시스템’은 바로 그 악순환의 구조를 가리킨다. 당사자는 사회에서 물러나고 가족은 불안 속에서 정론과 압박으로 반응하며 사회는 이해 대신 낙인과 통념으로 문제를 덮어 버린다. 그렇게 세 층위 사이의 의사소통과 접점은 끊기고, 단절은 다시 문제를 만성화한다.

그래서 히키코모리 문제에 대한 대응도 단순히 당사자를 바깥으로 끌어내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떤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끊어진 접점과 의사소통의 통로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점에서 개념적 설명과 실천적 지침을 함께 제공한다. 왜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 왜 어떤 개입이 실패하는지, 왜 가족의 불안이 문제를 더 깊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부터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보여 준다. 『사회적 히키코모리』가 오랫동안 읽혀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히키코모리를 ‘이상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사회가 함께 드러내는 현실로 보게 만든다.

대화가 지속되려면 - 설득보다 존중, 압박보다 의사소통

사이토 타마키의 태도는 단호하지만 일률적이지 않다. 그는 히키코모리를 무조건 치료의 대상으로 몰아가지 않으면서도 방치해서 해결될 문제라고도 보지 않는다. 개정판 머리말에서 저자는 지금은 지원을 거부하는 사람이라도 가족 관계가 복원되면 새로운 요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한 번의 강한 개입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거절당하더라도 다시 다른 기회를 살피는 일이다. 이것은 무력한 방임과도, 강압적 통제와도 다르다.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태도, 접점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책이 강조하는 것이 ‘대화’다. 저자는 설득이나 논의가 오히려 당사자의 힘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하며 타자를 철저히 존중하는 대화의 자세를 강조한다. 개정판 머리말에서 언급되는 열린 대화(Open Dialogue)에 대한 관심 역시 같은 연장선 위에 있다. 정중한 자세로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상적이고 부담 없는 대화를 지속하는 일이 관계를 개선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며 주체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상담 기법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니다. 상대를 바꾸기 위한 말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한 말의 윤리에 가깝다. 『사회적 히키코모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읽히는 이유는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이 책은 당사자를 이해하는 방식과 그에게 말을 거는 방식을 동시에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가정 내 폭력과 거리의 상실 - 낭만화 없는 실천적 시선

또한 이 책은 히키코모리 문제를 낭만화하지 않는다. 저자는 가정 내 폭력이 히키코모리와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며, 가족 내 거리 상실과 의사소통의 붕괴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실천 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룬다. 따라서 이 책은 막연한 공감만을 말하지 않는다. 가족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어디까지를 받아들이고 어디서부터 경계를 세워야 하는지, 치료와 사회 복귀는 어떤 흐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함께 짚는다. 이론 편과 실천 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은 바로 그 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이 책은 개념 설명에 머무는 이론서도 아니고, 대처법만 나열하는 실용서도 아니다. 이해와 대응, 분석과 관계의 언어를 함께 묶어 내는 책이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다시 읽는 이유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도 고립과 은둔은 더 이상 주변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너무 빨리 이름 붙이고, 너무 쉽게 개인의 실패나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곤 한다. 『사회적 히키코모리』는 그 속도를 늦추게 하는 책이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재빨리 판정하기보다 지금 어떤 고통과 단절,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현실 앞에서 어떤 말이 상처가 되고 어떤 말이 관계를 다시 열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당사자와 가족, 상담·복지·교육 현장의 실무자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인간의 취약성과 공존의 조건, 돌봄과 관계의 윤리를 고민하는 독자에게도 중요한 책이다. 고립을 낙인의 언어가 아니라 이해와 대응의 언어로 다시 말하고 싶은 이들에게, 『사회적 히키코모리』는 오래 곁에 둘 만한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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