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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비야, 비야, 내려라, 내려라
바람의 학교
한 바퀴 빙 돌아
행방불명
차미그린 커플
호두 같은
랄프 로렌 양말
일본의 날
갤럭시
청춘
혹시 복권에 당첨된다면
내 이름은
수첩
철탑을 오르는 남자
핫라인
또 하나의 핫라인
사막의 눈
편지
답신
무 반쪽
어머니들
딸들
마지막 더비 경마
비탈길
넥타이 저편
축제 뒤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
이발사의 휴일
햇병아리의 옹알이
별과 무지개
자운영밭에 두고온 것
침대 위의 성인
후기
저자 소개
저자 : 사와키 고타로 (Kotaro Sawaki)
1947년 도쿄에서 태어난 논픽션 작가이자 소설가, 수필가다. 요코하마국립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르포라이터로 데뷔하며 강렬한 감성과 참신한 문체로 주목받았다. 『젊은 실력자들』 『패배하지 않은 자들』 등을 발표한 후 1979년 『테러의 결산』으로 오야소이치논픽션상, 1982년 『순간의 여름』으로 닛타지로문학상, 1985년에 『버번 스트리트』로 고단샤에세이상을 수상했다. 1986년부터 간행한 『심야특급』 3부작으로 1993년 JTB기행문학상을 받았다. 논픽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며 1995년에는 타계한 소설가 단 가즈오의 아내를 화자로 일인칭 시점으로 쓴 『단』을 발표했고 2000년에는 첫 장편 소설 『피의 맛』을 선보였다. 2006년에는 『빙벽』으로 고단샤논픽션상, 2013년에는 『카파의 십자가』로 시바료타로상, 2022년에는 『하늘길 여행자』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장편 소설 『달력의 물방울』을 발표했다.

역자 : 김태광
일본어 번역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학사와 일본언어문화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방송대 일본어 번역연구회 및 대학원 문학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월간 『말』 과 월간 『다리』 『한국방송통신대학교신문』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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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와키 고타로가 들여다본
“불가사의”한 순간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당연한 것들이 갑작스레 생경해질 때, 지상에서 두 발이 한 뼘 붕 뜬 것 같을 때, 되돌아보니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삶의 지문을 가만히 들여다본 사와키 고타로는 이런 순간을 “불가사의”라는 단어로 명명한다. 불가사의라는 단어는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하고 야릇하다”라는, 인간 초월적인 뜻을 내포한다. 불가사의한 순간은 선형적 경험이 차곡차곡 모여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관해보이는 어떤 ‘순간’이 포개질 때 ‘나’가 주변화되면서 그 틈에서 비집고 들이닥치는 것이다. 그가 화자로 삼는 인물 대부분은 평범하다. “평소”와 같은 도로를 다니고 “주기적으로” 철탑에 올라가며 “매일” 운전하며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한다. 그러나 그들은 평범하게 살지 않는다.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변성에 견디거나 대항해야 한다. 견고함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과 같다. 사와키 고타로는 이런 몸부림에 집중하며 작중 인물들을 비춘다.

보통의 소재를 통해
겹쳐보는 다른 삶의 궤적

「무 반쪽」의 ‘나’는 거래처 임원의 집안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를 탄다. 나는 버스에서 할머니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데, 할머니는 바로 옆좌석에 앉은 젊은 엄마한테 무 반쪽을 건네주며 가져가달라고 말한다. 젊은 엄마는 필요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당황하여 머뭇거린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겹쳐놓는다. 바로 자신이다. 나는 할머니가 그저 짐을 덜기 위해 낯선 사람에게 무를 건네는 사람이 아님을 안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건내는 것은 ‘내 것’이었던 일부를 드러내는 연약하고도 강인한 시도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좌석을 양보하면 상대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그 찰나의 모습을 견디기 어려워 자리가 있어도 애초에 앉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무 반쪽을 보고 자신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를 떠올린다. 이처럼 불가사의함은 평범하고 사소한 순간에서 발생한다. 커다란 충격으로 생활의 지반이 흔들릴 때가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무언가 맞물려 틈새가 벌어질 때 생겨난다. 「내추럴」에서 프로야구 선수 남편을 둔 그녀는 야구를 야구로서 즐기지 못한다. 그와 결혼하고 나서 남편의 실적은 아내의 탓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아들이 프로야구 세계에 들어간 순간부터 야구의 의미는 달라진다. 아마도 그녀에게 유사한 두 경험의 궤가 다른 궤적을 그리는 순간일 것이다. 그런 일화들이 이 책 곳곳에 있다.

「넥타이 저편」의 ‘나’는 아내의 부탁으로 백화점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대학교 때 고급 넥타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자신을 떠올린다. 그는 명품관에서 일하며 진열장에 놓여 있는 고급스러운, 그러나 무난하지 않은 넥타이를 욕망했다. 일에 적응하면서 운 좋게 고객 응대를 맡게 된 그는 일부러 고객들에게 그 넥타이를 보여주지 않거나 다른 상품을 추천하는 등 넥타이를 그 자리에 두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성이 진열장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은 채, 그 넥타이를 가리키곤 지갑에서 돈을 꺼내 구매해간다. 순식간에 욕망체가 사라진 그는 “나중에 두고 보자”며 중얼거린다. 문득 지금, 백화점에서 과거를 떠올린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그 정도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췄지만, 그것을 매고 회사를 갈 수도 놀러 갈 만한 곳을 알지도 못한다. 욕망체였던 “명품 넥타이”는 그에게 시도해볼 수 있는 많은 가능성 중 극히 일부만을 시도하면서 살았다는 허망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인의 전후 삶을
들여다보는 정치적 시도

사와키 고타로는 시대 작가라고 명명할 수 있다. 1980년도에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글을 묶은 이 책에는, 전쟁이라는 역사의 굴곡이 일본인의 몸에 고스란히 아로새겨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게 산다’는 의미는 각각의 정치성을 띠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인의 날」 핫시는 자신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일본의 날’을 어떻게 기념하려 했는지 상세하게 서술한다. 이방인으로서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핫시는 자신을 “인종뿐만 아니라 국적 그 자체가 여전히 일본인”이라고 규정한다. 미국에서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소속감을 느끼며 일할 수 없음을 깨닫곤 언더커버 경찰로 일한다. 언더커버 경찰은 경찰이라는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 생명에 위협을 당하는 건 물론이고, 중간에 일을 그만두면 다른 언더커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에 늘 언더커버이길 요구받는다. 일본인이 일본인이길 요구받는 것과 같다. 그는 일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어느 거리에서 축제를 기획하지만 미국의 도움은커녕 일본 도쿄도청의 도움조차 받지 못해 결국, 미국 기업의 지원으로 일본의 날을 기념한다. 여기서 더 모순적인 것은 일본의 날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해 미국에 항복한 날이라는 사실이다. 핫시의 행동은 패전 후 패전국의 국민으로서 씨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투쟁에 더 가깝다.

이 책은 1991년에 출간된 후 1996년에 재출간되었다. 2023년에 14쇄를 찍었는데 그만큼 꾸준하게 독자들이 찾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작중 인물들의 생활 방식이 지금과 많이 상이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독자들이 이 책을 펼쳐보는 이유는 원형이라는 답에 있다. 사와키 고타로 본인도 「후기」에서 이야기했듯 작가는 발광체의 빛을 감지하는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절제된 문체로 대상과의 거리감을 조절하여 작가의 시선을 투영하는 데 집중한다. 사와키 고타로가 감지한 그 빛은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일 테다. 그것은 아마 시간의 연속성을 허무는 “평범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그가 포착한 삶의 단면들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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