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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발췌
모비 딕

역자 해설: 부조리한 사회를 전복하는 거대한 문학의 힘
허먼 멜빌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허먼 멜빌
1819년, 미국 뉴욕에서 부유한 무역상 집안의 8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13세 때 아버지가 거의 파산상태에 이른 후 죽자 농장 일꾼, 가게 점원, 학교 교사 등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돕는다. 20세에 상선의 선원이 되어 영국의 리버풀까지 항해했고, 22세에 다시 포경선의 선원으로 남태평양에 나갔으며, 1844년에 군함의 수병이 되어 귀국하였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쓴 작품으로, 포경선에서 탈주하여 남태평양의 마르키즈제도의 식인종 마을에 살았던 기구한 경험을 그린 '타이피'(1846), 남태평양의 평안한 방랑생활을 엮은 '오무'(1847), 가공의 남양 모험담 '마디'(1849), 리버풀을 왕복하는 상선생활을 그린 '레드번'(1849), 군함생활을 그린 '하얀 재킷'(1850) 등이 있다. 근대적 합리성을 거부하는 비판적 사고, 풍부한 상징성을 작품에 담았던 그는 다음 세기에 와서야 단순한 해양모험담 작가가 아닌 친구 내서니얼 호손과 더불어 인간과 인생에 비극적 통찰을 한 상징주의 철학적 작가로 평가받게 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마지막 장편 '사기꾼'(1857), 유작이 된 미완성 중편 '빌리 버드'(1924) 등이 있다.

역자 : 강수정
어려서 책장 한쪽에 〈문학사상〉과 〈현대문학〉이 빼곡했다. 어린이 세계문학전집을 뗀 후로 엄마가 구독하던 그 월간지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뽑아서 시와 단편소설을 읽었다. 그 탓인지 전공과 전혀 무관한 출판 쪽 일을 하게 되었고, 출판사와 잡지사를 들락거리다가 전업으로 번역을 시작한 지도 얼추 스무 해 가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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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무궁무진한 해석을 이끌어 내는 다층적인 텍스트

『모비 딕』은 1851년 10월 <고래>라는 제목으로 런던에서 출간된 후 제목을 바꾸어 11월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자칭 소설이라는데, 말할 수 없이 독특하고 대단히 과장이 심하다. 몇몇 부분은 매력적이고 묘사가 생생하다.> 『모비 딕』이 처음 발표됐을 때, 런던에서 발행되는 『리터러리 가제트』라는 문학 전문지에 실린 비평의 한 구절이다. 헤브라이어부터 에로망고어에 이르는 어원과 <성속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수집한> 인용들로 시작해서 극적인 서사와 박물학적인 정보, 그리고 내면의 성찰을 아우르는 이 책은 정확한 장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정도로 낯설고 파격적이었으며, 그런 만큼 평가도 극명하게 갈렸지만 그 누구도 멜빌의 텍스트가 <독보적>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않았다.
모험담과 철학적 사유, 종교와 문학적 견해, 비유와 상징이 어우러진 『모비 딕』은 무궁무진한 해석을 이끌어 내는 다층적인 텍스트이며,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과 세계라는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열망을 지적인 탐구와 문학적 성취로 완성해 낸 걸작이다. 멜빌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바다 생활과 포경업 전반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독자들이 『모비 딕』을 통해 항해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고래의 추격과 포획, 기름을 추출하고 지방을 분리하고 정유하는 과정까지 19세기 미국 포경업의 실상과 역사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가 하면 서사의 리얼리즘과 별개로 고래에 대한 세밀한 탐구와 박물학적인 정보가 제공된다. 생물학과 해부학, 골상학은 물론이고 신학과 법률학, 사회학적인 측면에서까지 전 방위적으로 고래를 고찰하고, 희곡의 형식을 차용하는가 하면 화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독백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변화가 시도된다.
또한 주인공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을 수 있다. 에이해브와 모비 딕 사이에 벌어지는 형이상학적인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이해할 것인가, 신의 뜻을 놓고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에이해브와 스타벅의 갈등에 주목해 기독교적 함의가 가득한 텍스트로 읽을 것인가, 아니면 비극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이는 에이해브와 모험의 전말을 관찰하고 홀로 살아남아 그것을 기록한 이슈마엘의 철학과 성찰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인가. 곳곳에서 등장하는 예언가들과 스쳐 가는 배의 선장들, 항해사와 작살잡이들은 물론 핍과 맨 섬 노인, 양털 영감, 목수와 대장장이 등은 또 어떤가. 이와 같이 다채롭고 흥미로운 인물들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한편 핵심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창을 제공해 준다.

종교적,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라

화자인 이슈마엘부터 시작해서 에이해브, 일라이저, 가브리엘, 빌대드와 레이철에 이르기까지 성경 속의 이름을 두루 차용하며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해당 인물의 성격이나 인물들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추측할 수 있도록 쓰인 『모비 딕』은 전반적으로 기독교적인 세계관의 토대 위에 놓여 있다. 출판 당시 부정적인 의견이 평가를 압도하며 끝내 외면을 받게 된 데에는 독자들이 『모비 딕』에서 기독교에 대한 멜빌의 불경한 태도를 감지한 탓도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 멜빌은 포경선 항해 중에도 틈틈이 성경을 읽었다고 알려져 있다.
멜빌은 종교는 물론이고 인종에서도 근거 없는 우월감이나 배타적인 태도를 경계했다. 인종에 대한 멜빌의 이런 생각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인물이 바로 퀴퀘그다. 이슈마엘은 전형적인 야만인이자 식인종이며 이교도인 퀴퀘그와 어쩔 수 없이 침대를 함께 써야 했을 때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소동을 일으킬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지만, <문명의 위선이나 허울 좋은 기만 따위가 도사리지 않은> 퀴퀘그의 천성은 산산이 갈라졌던 이슈마엘의 가슴을 달래 주고 세상에 저항하던 성난 손을 어루만져 준다. 이슈마엘은 급기야 이웃이 내게 해주길 바라는 대로 이웃에게 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며, 우상을 섬기는 퀴퀘그의 예배에까지 동참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내용은 멜빌이 1841년에 남양 포경선인 애큐시넷호를 타고 뉴베드퍼드를 떠났다가 이듬해에 마키저스 군도에서 배를 버리고 탈주한 후 타이피 섬의 식인종들과 한 달을 지낸 경험에서 비롯한다. 멜빌은 그때의 경험 덕분에 백인들이 타인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이를 작품 속에도 반영하여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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