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최정희 소설에서 여성의 자리는 늘 불안정하다. 최정희 소설의 문제적 여성 주인공들은 성적 일탈을 추궁하는 적대적 사회와 마주치며,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얻어내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은 ‘보통의 여성’으로 돌아오라는 남성 중심적 사회의 보수적인 목소리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과정을 수반하지만, 역설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젠더 구성이 가진 억압성과 내적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를 내파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지배적 여성담론의 보수적 여성관에 순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실은 1950년대 한국사회의 사회적·젠더적 변화 과정 속에서 지배적 젠더 구성 전략이 지닌 모순과 억압성, 그 실현불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인생찬가」와 「너와 나와의 청춘」은 때문에 다분히 최정희 소설다운 소설로서, 최정희 소설의 교묘함과 복합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해제' 중에서
(전략) 최정희는 근대 한국문학의 가장 중요한 여성작가 중 한 명으로 비평가·연구자들의 적잖은 관심을 받아왔지만, 이 두 작품은 그동안 거의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인생찬가』의 경우 서울시문화위원회에서 주관하던 제8회 서울시문화상(1959.5) 수상작이라 최정희 연보에서 자주 거론되는 작품이지만, 정작 작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거의 없으며, 『너와 나와의 청춘』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잡지 연재 후 단행본으로 간행되지 않아 구해 읽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특히 『인생찬가』의 경우 미완성작이라는 점이 우선 문제가 된다. 또한 삼각관계의 연애담을 중심으로 하는 이 두 작품이 논의할 가치가 별로 없는 통속적 대중소설로 이해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결국 전통적인 여성성에 대한 보수적 옹호로 귀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중략)
『인생찬가』와 『너와 나와의 청춘』은 1950년대 후반 점차 탈이념화되고 속물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에 속절없이 동화되어버린 민족주의적 남성 주체의 권위를 사정없이 해체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체의 과정을 경유하며 비로소 최정희는 남성적 주체의 이념과 권위의 속박에서 벗어나 근대 한국 사회의 장기적인 사회 변동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그려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한다. (후략)
―유승환(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