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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인간 너머
1장. 다르게 생각하기
2장. 우드 와이드 웹
3장. 생명의 덤불
4장. 행성처럼 보기
5장. 낯선 이에게 말 걸기
6장. 비이진법적 기계
7장. 무작위성
8장. 연대
9장. 동물 인터넷
결론: 금속 농장으로

미주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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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제임스 브라이들 (James Bridle, 1980 ~ )
그리스 아테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기술학자,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컴퓨터과학 및 인지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졸업 후 뉴욕대학교의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ITP) 겸임 교수로 재직했다. 2017년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객원 예술가로 활동했고, 2018년에는 베를린 노메갤러리Nome Gallery에서 열린 〈Agency〉 전시를 공동 기획했다. 이 전시는 대규모 감시, 초국가적 테러리즘, 기후 변화, 음모론, 반사회적 미디어, 약탈적 자본주의 등의 주제를 탐구했다. 2019년 BBC 라디오 4는 브라이들의 4부작 시리즈 〈New Ways of Seeing〉을 방영했다. 이 시리즈는 기술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이자 존 버거의 기념비적인 저작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에 대한 현대적인 응답이었다. 2020년에는 베를린과 온라인에서 개최된 〈Spy on me 2〉 페스티벌에서 기조 연설을 했으며, 지중해 공용어Lingua Franca를 탐구하는 영화 〈Se ti sabir〉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예술, 정치, 문화 및 기술에 관한 그의 글은 『가디언』, 『옵저버』, 『와이어드』, 『애틀랜틱』, 『뉴 스테이츠먼』, 『프리즈』, 『도무스』, 『아이콘』 등 여러 잡지와 신문에 게재되었다. 기술과 지식, 미래의 종말을 고찰한 2018년 저서 『뉴 다크 에이지New Dark Age』가 1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그의 예술 작품들은 V&A, 화이트채플갤러리, 바비칸, 헤이워드갤러리, 서펜타인 등 여러 갤러리와 기관의 의뢰로 제작되어 전 세계와 인터넷에서 전시되고 있다.

역자 : 김보영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 및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번역에 뜻을 두고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 대학원에 진학했다. 졸업 후 현재는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도서의 검토와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옮긴 도서로는 『아더랜드』,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여섯 번째 대멸종』, 『화이트 스카이』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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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능이란 무엇인가?

브라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인간은 지능을 인간다움의 한 특징으로 간주해왔다. 많은 지능 테스트들은 특정 자극에 동물이 인간처럼 반응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이었고, 이 테스트를 통과하면 ‘고등’동물이 되고 통과하지 못하면 ‘하등’으로 분류되었다. 대표적으로 거울 테스트가 있었는데 초기에는 문이 아주 좁았다. 일부 영장류들과 코끼리, 돌고래 등만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럼 나머지는 모두 지능이 없는 멍청이들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제 지능이 있는 것을 넘어 인간만큼이나 똑똑하다고 알려진 동물의 목록은 엄청나게 길다. 사실상 모든 동물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나름의 지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 모두가 안다. 즉, ‘지능 = 인간다움’이라는 오래된 명제는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지능이란 뭘까?
브라이들에게 지능이란 자극에 반응하거나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함’에 있다. 인간과 동물 나아가 식물은 모두 별개의 ‘환경 세계’에 존재하기 위해 나름의 지능을 발휘하는데, 이것을 인간의 잣대로는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관점에서 지능이란 이 행성의 모든 비인간 생물에게 존재한다. 동물도 식물도, 곤충이나 단세포생물에게도 지능은 있다. 실제로 우리는 바이러스의 복제 방식(그러니까 존재 방식)을 지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로부터 뭔가를 배워서 요긴하게 써먹기도 하니까 말이다. 지상에서, 나무 위에서, 공중에서, 물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에게는 별개의 존재 방식이 필요하며 각기 다른 지능이 기능한다. 그들이 이 변화무쌍한 행성에 존재하기 위해 발휘하는 ‘지능’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그중 일부는 인간에게 더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브라이들이 잘 보여주듯이, 그건 아마도 우리가 휘어지고 튀어나오고 합쳐지고 갈라지는 ‘그물형 나무’를 따라 함께 진화해서 서로 많은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신 과학은 동물에게 인간처럼 지능이 있을 뿐 아니라 슬퍼하거나 기뻐할 줄 알고 사색도 한다는 증거를 수없이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식물도 말하고 듣고 기억하고 협력하며 이동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인간 지능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우리 인간이 그동안 충분히 똑똑하지 못했던 탓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의 지능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가 얼마나 비슷한지 깨달을수록, 우리가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며 다른 지적 존재들과 더 지혜롭게 공존하는 법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물, 공기, 돌멩이가 하는 말

브라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존재가 곧 지능이라는 그의 관점에 따르면 이 행성의 강, 대기, 돌멩이에도 일종의 지능이 깃든다. 샤머니즘이나 범신론과는 다르다.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 즉 우리가 물리화학적 법칙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브라이들은 지능이라 부른다. 법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환원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은 세부를 무시할 수밖에 없다. 유체 역학이 아무리 정교해도 홍수가 일어날 때 물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의 이론으로 자연을 이해할 수 없다. 브라이들은 서구 과학의 환원적 세계관과 이분법적 사고를 비판하며,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더 많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을 분석하거나 이론화하는 대신 그들이 직접 지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라는 것이다.
비생물 지능의 한 예는 ‘무작위성’이다. 이 책이 잘 보여주듯, 무작위성은 진화의 핵심 근간이자 우리 현실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막강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단독으로 무작위성을 실현할 수는 없다. 컴퓨터는 난수(亂數)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은 무작위가 아니다. 무작위처럼 보이도록 복잡한 매커니즘을 따라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브라이들이 보기에 이것이 바로 현대 컴퓨터의 한계이다. 진정한 무작위성을 위해 컴퓨터는 대기의 변동, 광물의 부식, 용암의 움직임, 우주 자체의 양자 춤 등 다양한 불확실성의 원천과 직접 연결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가 이 세계의 완전하고 유용한 참여자가 되려면 세상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컴퓨터는 세상과 접촉하고 소통해야 한다.

행성처럼 생각하기

우월하다고 믿었던 인간 지능, 그것이 만들어낸 컴퓨터가 (나아가 AI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여러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심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브라이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지능을 생각한다. 이 행성의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 지능, 행성 지능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연결’과 ‘참여’다. 이 지능은 새로운 정치를 필요로 한다. 나무가 하는 말, 문어가 하는 말, 이끼가 하는 말, 그리고 돌멩이가 하는 말을 들으려면, 그들의 인격(또는 법인격)을 인정하고 발언권을 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브라이들이 보기에 이를 실현할 가장 좋은 도구는 여전히 컴퓨터, 즉 AI이다.
브라이들은 반기술론자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의 힘과 그것이 열어젖힐 미래를 낙관하는 편에 가깝다. 그가 ‘기업 지능’이라고 부르는 현재의 AI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관점에 의해 채택되어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컴퓨터가 꼭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할 이유는 없었다. 브라이들이 예로 든 것처럼 거북 로봇, 게 컴퓨터, 항상성 조절기 등 컴퓨터를 자연과 직접 연결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들은 많았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바이오컴퓨터나 양자컴퓨터도 이런 시도에 가깝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방법을 알고 있다.
자연에 연결된 컴퓨터는 계산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기름을 채굴할 방법을 계산할 도구가 아니라, 제비를 돌아오게 할 방법, 숲을 회복시킬 방법, 전쟁을 멈출 방법처럼 계산할 수 없는 문제에서 이 행성의 다양한 존재들과 지적 ‘연대’를 가능케 할 도구다. 브라이들은 최신 연구와 사례를 통해 이 연대가 상상이 아니라 이미 가까이 와 있는 현실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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