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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재앙 … 6
두 마리의 공작 … 16
봉오리 … 28
지요코의 남편 … 37
하나의 희망 … 53
구멍 … 69
별거 … 97
귀국 … 114
사자 … 130
장미 … 155
미로 … 167
남자들과 여자들 … 187
미끼 … 206
재회 … 218
여행 … 238
아이코의 결혼 … 257
나쓰에 … 273
원산으로 … 281
해바라기 … 302
가을 … 325
메이크 굿 … 342
우정 … 350
봄을 기다리며 … 364

해설 … 381
연재 회차 일람 … 387
저자 소개
저자 : 야마시타 하루코
1907년 일본 도쿠시마현에서 태어났다. 부산제2심상소학교, 경성제일고등여학교를 졸업했다. 『경성일보』 1만 호 기념 현상 소설 모집에서 「봄을 기다리며(春を待つもの)」로 2등에 당선되었다.

역자 : 송혜경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 여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연애와 문명-메이지 시대 일본의 연애 표상』(2011년도 문광부 우수도서), 『제국의 이동과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공저) 등의 저서와 번역서 『<식민지> 일본어 문학론』(공역), 『제국의 소녀들』(공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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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장르적으로 간단하게 축약할 수 있다면, 『봄을 기다리며』는 평범한 통속 소설에 속한다. 남녀 간의 사랑과 배신, 흔들리는 우정과 믿음, 정략혼 아래 엇갈리는 마음, 가문의 흥성과 몰락, 이루지 못함에 애태우는 불온한 연정……. 다각도로 얽히고설킨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야말로 ‘일희일비’를 교차시키며 숨 돌릴 틈 없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다소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형식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신파조의 멜로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테지만, 당시 현상 소설 모집 공고를 냈던 신문사에서 “그냥 낙선시키기가 아까워서 2등을 신설”까지 해가며 당선작으로 뽑아 약 5개월 동안 연재 지면을 할애해 준 작품이니, 『봄을 기다리며』의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감정의 기복이 크게 흔들리는 전개” 정도는 일간 연재작으로서의 전략적 요소라고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재 시점으로부터 100여 년이나 지난 오늘날에 와서야 『봄을 기다리며』를 소개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아주 특별한 지점이 있다. 『봄을 기다리며』는 1936년, 즉 일제강점기 시기에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경성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서, 재일조선인 작가가 당대의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1930년, ‘우리나라’ 조선에는 우리가 아닌 ‘그들’이 살았다
가깝고도 낯선 ‘재조일본인’의 이야기

『봄을 기다리며』의 작가 야마시타 하루코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무렵 부산으로 건너”와 “스물한 살까지 조선에 체재한 재조일본인 여성이다.” 즉, 『봄을 기다리며』는 ‘식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식민지’ 조선에서 생활하며 보고 겪은 바를 그대로 녹여낸,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시각에서 쓰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수상 소감을 통해 “여러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자신의 처지에 어떻게 대처해 갔는지 쓰고 싶었다”라고 밝힌 하루코는 실제로 ‘몰락하기 시작한 자본가 집안의 상냥하고 배려심 많은 딸 간코’와 ‘금융계 거물 집안의 거만하고 이기적인 딸 아이코’를 서로 긴밀한 가문에 각각 배치해 대조하거나, ‘폭력적이고 무능한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며 자신의 삶을 위해 애쓰는 지요코’와 ‘남편 몰래 유부남과 바람을 피우면서도 대갓집 사모님으로서 거들먹거리는 히와코’, 그리고 ‘내연녀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과 복수를 위해 본처를 이용할 정도로 저돌적인 세쓰코’를 한 남자 주변에 대치시킴으로써 각 인물들의 충돌과 갈등 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성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또한 『봄을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도식화해 보면 당대 사회 속에서 여성이 특히 “가장 취약한 위치로 밀려”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 여성들 사이에조차 “다층적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이렇게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인물들은 “촘촘하게 등장”하는 “조선의 도시와 지역”이 부여하는 핍진성 속에서 보다 사실적으로 생동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그러나 『봄을 기다리며』 속에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봄을 기다리며』는 조선을 살아가던 일본인들의 이야기이기에, 조선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결정적으로 ‘우리’의 조선은 등장하지 않는다.

조선이 없다는 말이 곧 조선에 대한 묘사나 현실성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에는 한 가족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또 철도성 기사인 슈이치로가 “북선(北鮮)의 철도 개통을 위해 함경북도 웅기군에 파견되어” ‘원산(동해에 접한 항구 도시로서 당대에는 함경남도 소속. 현재는 북한의 강원도에 소속되어 있다.)’에 방문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당대 원산은 “일본인들에게 휴양지이자 동시에 북선 개발 사업의 관문이었다.” 또한 “전차를 타고 삼판통에서 출발해 조선은행, 미쓰코시 앞, 본정통에 내렸다가 다시 총독부 병원으로 이어”지는 세밀한 동선 묘사 역시 “독자로 하여금 1930년대 경성 거리를 직접 걷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나아가 “대선은행 이사인 야마모토 간타 일가는 삼판통의 대저택에 살고, 광산업자인 무나가타는 경상북도 고령을 기반으로 생활하며, 그의 가족은 왜성대에 살다가 몰락한 이후 남미창정으로 이주”한다는 설정만 보아도 당대 재조일본인들이 각 삶의 형편과 형태에 따라 조선의 어느 곳에 어우러져 살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세부 사항은 결국 ‘재조일본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조선, 즉 삶의 터전으로서의 한 나라가 아닌 배경화된 지역으로서의 조선일 뿐이다.

“전차처럼 밝고 경쾌한 〈내지〉의 기차와 달리
조선의 기차는 폭이 넓고 여유 있는 느낌이었지만”

“석단이라고 해도 〈내지〉의 신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높고 가파른 것이 아니라,
자연석을 가져다 적당히 늘어놓은 뒤 흙을 덮어 만든 원시적인 것이었다.”

1930년대, 식민 통치에 열중하던 ‘일본 제국’의 시민들은 일본 본토를 ‘내지’라고 불렀다. 이는 ‘외지’인 식민지나 점령지와 일본을 구별하기 위한 표현으로서, 당대 일본인들의 내지 지향과 같은 제국 중심적 시선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은 조선 땅에서 공부하고, 조선 땅에서 놀고, 조선 땅에서 돈을 벌며 살아가지만, 그들의 정체성이 ‘식민자 일본인’인 한 조선은 평면적인 ‘외지’ 배경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봄을 기다리며』의 이야기는 대부분 경성(서울), 용산, 고양, 대구, 고령, 원산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의 지역을 무대로 펼쳐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한국적인 것’들은 소거된 것처럼 제 색을 드러내지 못한다.

“다행히 근처에서 얼음을 나르던 조선인에게
곧바로 구출되어 목숨은 건졌다고.”

“무엇보다 고스케가 안심하는 것은
이 소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청결하다는 점이었다.”

‘조선인’ 또한 마찬가지다. 『봄을 기다리며』는 “작품의 중심인물이 누구인지 다소 모호한 인상”을 남길 정도로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가 조선에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들의 삶의 범주에는 조선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역자 또한 해설에서 “이처럼 생생한 공간 묘사에도 불구하고, 정작 조선인은 뚜렷한 성격을 부여받지 못한 채 풍경으로 처리된다”라고 지적했듯이, 작중 조선인은 “한강에서 사각으로 자른 얼음을 짐차에 싣는” 모습으로서 단지 풍경 묘사의 일부에 불과하거나, 갱도에서 일하는 인부 중 한 사람일 따름이다. 그나마 주연급 인물인 고스케가 고용한 심부름꾼으로서 대사와 이름, 성격까지 확실하게 등장하는 ‘덕성이’가 존재하지만, 그 역시 “생각보다 훨씬 청결하다는 점”이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다시 말해 일본인의 시각에서 대상화된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신분, 직업, 가문의 입지, 성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철저하게 다른 권력을 부여받는 식민자 일본인의 사회 질서 묘사 속에서, “이름도, 서사도, 시점도” 올리지 못하는 무수한 조선인 개인이 그 시야의 외곽에 “말해지지 않는 최하층 계급”으로서 존재했을 것임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봄을 기다리며』는 재조일본인 여성이었던 작가 야마시타 하루코가 자신의 삶의 배경에서 착안하여 창작한 ‘재조일본인 문학’이라고도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 곳곳에 투영된 작가의 재조일본인적 시각이 ‘한국인 독자’의 시선과 마주하는 곳에서, 『봄을 기다리며』는 비로소 새로운 양상의 소설로 접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한국인 독자에게 『봄을 기다리며』의 주요한 가치는 “일본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활하며 일본식 절기나 관행, 문학적인 취향을 그대로 이어”가는 ‘식민자 일본인’들의 시각 속에서 철저히 배제된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을 재발견하는 데 있다. 그들의 ‘본토’를 벗어나 살고 있는 재조일본인의 ‘내지’ 선망이나 “일본의 절과 비교하여 조선 절의 석단이 원시적”이라고 말하는 “식민적 인식”은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한국인의 눈에 ‘발견’되는 것이다. 『봄을 기다리며』를 통해 1930년대의 경성을 함께 거닐며, 당대를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 풍경 속에서 ‘그들’은 포착하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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