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오늘날의 경제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경제학 기초
필자가『국부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첫째로『자본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기 때문이었습니다.『국부론』이 경제학의 체계를 처음 세웠다는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마르크스경제학의 기본인 ‘노동가치설’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자본론』은『국부론』이 다룬 이윤과 지대의 원천, 상품의 자연가격, 이윤율의 저하 경향, 고정자본과 유동자본, 자본축적,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 등에 관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습니다.『자본론』의 부제가 ‘정치경제학 비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둘째로 한국의 경제학계는 미국 학풍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데(필자가 서울대 경제학부를 정년퇴임한 2008년 3월 1일 이후 경제학부의 교수는 31명인데, 그중에서 두 사람을 뺀 29명이 모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음), 이들이 주장하는 시장만능주의는『국부론』의 내용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머리말 <나와 『국부론』> 중에서
스미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모든 국민의 부’, 즉 사회의 이익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스미스는 현대의 부르주아경제학이 주장하는 시장만능주의적 자유방임과는 상당히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국부론』을 읽을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당시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아직 산업혁명이 진전되지 않았으므로 기계를 사용하는 공장이 거의 없었고, 따라서 생산이 도구를 사용하는 수공업 수준인 ‘가내공업’이나 한 건물에 다수의 수공업자를 임금노동자로 고용한 ‘공장제 수공업(매뉴팩처)’에서 행해졌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국부론』에는 자본가와 임금노동자가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에는 공장주인 자본가도 가족이나 임금노동자와 함께 일했기 때문입니다. (…) 또한 스미스는 생산기술이 빨리 발달한다거나 새로운 생산방법을 끊임없이 도입한다는 개념을 가지지도 못했습니다. 따라서 자본이 축적되면 축적될수록 새로운 노동절약형 기계가 도입되기 때문에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스미스는 한 번도 가지지 못한 것입니다.
여는 글 <『국부론』은 어떤 책인가> 중에서
『국부론』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모든 중요한 경제이론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스미스는 “인간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교환하려는 성향” 때문에, 분업이 생기고 상품들이 시장에서 교환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원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얻으려고 하며, 자기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고 하는 경제인”이기 때문에 저축을 하여 자본을 축적하며, 이 자본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부문에 투자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개인들의 사적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하는 “자연적인 질서”를 만들어낸다고 보고 있습니다. (…) 스미스가 말하는 분업은 다시 ‘공장 안의 분업’과 ‘사회 안의 분업’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어느 것이나 인간의 교환 성향에 따라 생긴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이 이윤을 더욱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1장 <애덤 스미스의 일생과 경제학 연구방법> 중에서
분업이 인간들의 교환 성향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주장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모든 새로운 업종들(예를 들어 자동차·컴퓨터·핸드폰·스마트폰)이 생겨나면서 사회 안의 분업이 발달하는 것은, 인간들의 교환 성향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의 이윤에 대한 욕심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자본가가 스마트폰을 발명하여 스마트폰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고객들에게 매우 유용하다고 광고·선전하니까, 스마트폰이 팔리면서 새로운 유망 업종으로 등장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고객이나 소비자가 왕이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자본가가 생산한다는 ‘소비자주권’도 옳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이윤을 많이 얻으려는 자본가가 훨씬 더 앞서가면서, 새로운 상품들을 발명하여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과학적인 분석입니다.
2부 <분업과 화폐의 발생> 중에서
상품들이 ‘가치’를 가진다는 말은, ‘상품들이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동질적인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상품들이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만, 상품들의 교환가치 또는 교환비율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상품들이 가지고 있다는 동질적인 그 무엇인 가치의 실체(본질)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상품들을 생산하기 위하여 노동해야 하기 때문에, 각 상품에는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동질적인 인간노동’이 응고되어 있거나 대상화되어 있는데, 이 동질적인 인간노동이 가치의 ‘실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품 가치의 크기는 어떻게 잴 수 있을까요? ‘각 상품을 만드는 데 드는 동질적인 인간노동의 양’에 의해 상품 가치의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흔히들 상품의 가치라고 하면, ‘그 사회의 평균적인 노동자가 그 상품을 만드는 데 드는 노동시간’이라고 간단히 말하게 됩니다.
3부 <상품의 가치·가격과 노동> 중에서
스미스는 토지가 개량되고 경작지가 확장될수록 지주가 얻는 지대는 점점 더 증가하게 된다고 봅니다(318-319쪽). 그러나 지금은 토지가 농경지로 사용되는 것보다는 도로·철도·항만·신도시의 건설, 건물·주택·아파트의 건설, 공업단지, 스포츠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더욱 많으므로, 토지의 비옥도보다는 토지의 위치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치는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좋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토지소유자(즉 지주)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점점 더 큰 지대를 얻게 될 것입니다.
사실상 땅값이 올라가는 것은, 그 땅을 빌려주면 얻을 수 있는 지대가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토지의 가격은 토지가 얻을 수 있는 장래의 모든 지대를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이것은 ‘주식의 가격은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받을 수 있는 장래의 배당 모두를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한 것과 같다’와 같은 원리이다). 따라서 땅값은 장래의 알 수 없는 사정들(예를 들어 그 옆에 도로나 골프장이 생길 것인가)에 의하여 크게 변동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회가 발달하면 토지소유자는 큰 이익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4부 <노동자와 자본가 및 지주> 중에서
스미스는 앞에서 국부를 증진시키는 데 가장 유리한 투자 우선순위는, 제1위부터 말하면 ‘농업→제조업→도매업(국내 상업→국내 소비를 위한 대외무역→중개무역)→소매업’이라고 했는데, 이때 기준으로 삼은 것은 각각의 투자가 얼마나 큰 생산적 노동을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스미스는 다시, 이런 우선순위는 인간의 자연적 천성에도 꼭 들어맞는다고 말합니다. 이리하여 이 투자 우선순위를 국부증진을 위한 ‘자연적인 순서’ 또는 ‘자연적인 진행과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왜 ‘인간의 자연적 천성’을 들먹이게 된 것일까요?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맡겨두면, 인간의 자연적 천성에 따라 투자가 국부를 가장 크게 증가시키는 산업부문들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5부 <자본의 축적과 투자의 우선순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