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어른이 그리운 시대
이오덕과 권정생이 나눈 삶
바람처럼 오셨다가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일평생 마음 놓고 제 투정을 선생님 앞에서 지껄일 수 있었습니다. _권정생
동화 한 편 보내 주시면 상경하는 길에 잡지에 싣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협회 기관지에는 고료가 없기 때문에 신문이나 다른 잡지에 싣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작품을 참으로 귀하고 값있는 것으로 아끼고 싶습니다. _이오덕
이 책은 이오덕과 권정생이 3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이다. 두 사람이 세상을 뜨고 편지 묶음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로 나와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사랑받았다. 10여 년이 지나 새로 찾은 편지를 보태고 틀린 날짜를 바로잡고 《아름다운 편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펴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다시 읽어도 ‘아름다움’이라는 말 말고는 두 사람의 편지를 표현할 길이 없어서이다.
이오덕은 어린이문학가, 교육 사상가, 우리말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며 권정생은 ‘강아지 똥’으로 어린이문학사에서 손꼽을 수 있는 작가이다.
이오덕과 권정생을 빼고 우리나라 어린이문학을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 시대의 어른인 것이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을까, 어떻게 함께하며 어린이를 살리는 문학을 꽃피웠을까? 그리고 삶을 나누었을까?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에 그 길의 처음과 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서로를 기다리며 정류장을 서성거리고 우체부를 기다리는 그리움, 낙서 한 장까지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잠 못 드는 밤 생각하는 어린이문학의 세계, 무엇보다 약값 연탄값 걱정까지도 서로 나누고 있다. 어떻게 그리 솔직하고 지극할 수 있을까.
편지를 읽다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넘어서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엇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다다르게 된다.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 어쩌면 관계에 목말라 하는 우리에게 절실한 물음일 수 있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사람도 홀로 살 수 없다. 사람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주고, 온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 말이다. 이 책에는 오래된 진실이 담겨 있다. 존재와 존재가 만났을 때 어떤 아름다움이 피어날 수 있는지, 서로가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 천천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이발을 꼭 한 달 반 만에 한 것 같습니다. 싹싹 깎아 버리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옷도, 속옷 겉옷 필요 없이 자루처럼 하나만 입고 음식도 하루 세끼는 너무 많아요. 한 끼만으로 살 수 있게, 그리고는 잠들지 말고 눈을 감은 채 오래오래 앉아 있고 싶습니다.(권정생, 1976. 2. 11)
거기 일직교회는 햇볕이 앉을 곳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얼마나 추울까요.
약을 계속해서 잡수셔야 할 터인데 걱정입니다. 어디 돈을 빌려서라도 약을 잡수시면 제가 가서 갚겠습니다. 그렇게 쇠약하신데도 책을 읽고 싶어 하시니,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반성됩니다.(이오덕, 1979. 11. 9)
어둔 밤에 누워 소쩍새 소리 들으면서 인생과 역사와 문학을 생각했습니다. (이오덕, 1976. 4. 27)
근년에 들어 아동문학에서 논쟁거리가 되었던 문제를 중심으로 누가 어떤 발언을 하였는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평론 쓰는 자세, 받아들이는 자세 같은 것도 생각해 보렵니다. 참고되는 말씀 계시면 편지 주십시오.(이오덕, 1976. 7. 9)
아동문학인 자신들이 모두 여태껏 환상 속에서 글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의 평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면 독자들이 어느 것이 정론인지 판단할 것입니다.(권정생, 1976. 10. 11)
몇 해 동안 구상해 오던 동화의 서두가 열려서 이젠 정말 죽음을 무릅쓰고 써야겠습니다. 요즘 동심, 인간, 아동문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권정생, 1976.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