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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인간을 다시 바라보는 성찰의 과정
들어가며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분노 ― 주체할 수 없는 내 안의 불
발작하는 사람은 폭력적일까 | 맞았기에 때리는가, 계획적으로 때리는가 | 환자에게 병을 준 의사 | 분노의 뇌과학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 영역 | 공격성을 촉진시키는 호르몬 | 사이코 유전자 |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폭력 | 내 머릿속에 일어나는 끝없는 전투 | 뇌 속에 각인된 시한폭탄 | 그놈의 술, 술, 술! | 나에게 가장 가혹한 나 | 차가운 분노, 진화적 명령 | 사이코패스의 뇌 | 난발하는 화를 통제하는 법

탐식 ― 게걸스럽게 음식물을 끌어당기는 혀
비만임에도 당뇨 위험에서 벗어난 동물 | 온종일 배고픈 뇌 | 왜 식탐을 자제하지 못하는가 | 허기 화학물질 탐색 | 인간의 체중에 관여하는 것들 | 흔한 유전자들이 주는 혜택 | 비만을 향한 여러 가지 가설 | 극단적인 식욕, 극단적인 대응 | 이 시대 진정한 유행병 | 미생물과 항생제를 둘러싼 오해와 환상 | 산모의 비만 유전자도 유전될까 | 도파민과 보상욕구 | 다이어트만 하면 초콜릿이 먹고 싶은 이유 | 음식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의 상관관계 | 왜 사람과 회색곰은 다를까 | 세상에서 비만을 종결시킬 힌트

색욕 ― 감춰지지 않는 음탕한 속내
불안해서 불안하다 |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강박적으로 행동하기 | 왜 아무하고나 자면 안 되는가 | 여성과 남성의 다른 짝짓기 전략 | 하룻밤 만남의 진화적 이점 | 지속적인 관계의 진화적 혜택 | 여성의 아름다움과 임신의 가능성 | 한국에서 거래되는 동남아 여성들 | 딴 놈의 아이 키우지 않는 법 | 뇌 속의 부러진 제동 장치 | 성적 충동과 이마엽의 상관관계 | 뇌 손상으로 성욕도, 성격도 달라진 사람들 | 성별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남성에서 여성으로, 다시 남성으로 | 트랜스젠더의 뇌 | 성적 선호와 뇌 | 파킨슨 병, 성욕과다증, 도파민 | 도파민과 섹스 중독 | 마음과 뇌의 구분

질투 ― 남이 가진 것을 빼앗고 싶은 마음
네가 가진 것을 갖고 싶어 | 생존의 원동력 | 질투의 두 얼굴 | 정상인과 환자의 모호한 경계 | 나르시시스트도 질투를 느낄까 | 시샘이 낳은 망상 | 시샘하기 때문에 시샘하기 | 허상을 시샘하는 사람들 | 왜 그는 비극을 맞이하고, 그녀는 회복되었나 | 이 모든 것은 열등감 탓이다 | 황급히 찾아왔다가 황급히 사라진 병 | 생존과 경쟁의 기반

나태 ― 가능성 앞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두 발
종교에서 보는 나태, 의학으로 보는 나태 | 동기를 촉진시키는 요소, 보상 | 나태 정도를 담당하는 뇌 기관 | 나는 헌팅턴병이에요 | 끊임없이 춤추는 병 | 질병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니까 | 이마엽과 다른 뇌 영역들의 상호작용 |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유령과 함께 살기 | 나태에 빠진 이들이 피곤해하는 이유 | 초인적인 괴력의 비밀 |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의 관계 | 노력할 가치가 있을까 | 정신과 신체의 모호한 구분 선 |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탐욕 ― 간악한 계획을 꾸미는 욕심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 | 욕심의 장점 |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까 | 정의를 버리고, 기만을 추구하고 | 저장 강박은 탐욕인가 | 삭제당한 위험 신호 | 탐욕은 병인가

교만 ― 오만하고 자만하는 태도
치통이 불러온 이기심 | ‘요즘 애들’의 자기애 | 애정 결핍이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 | 자긍심이 능력에 미치는 효과 | 정치인들의 오만 증후군 | 교만이라는 성격 |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 고장 난 믿음 평가 체계 | 피해망상을 겪는 사람, 과대망상을 겪는 사람 | 스테로이드가 불러온 망상 | 어디까지가 ‘인격’이고, 어디까지가 ‘미친 것’인가

자유 의지 ― 그렇다면 인간은 뇌의 꼭두각시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 자유 의지는 죽었다 | 너무 일찍 선고된 죽음 | 뇌가 시킨 것인가, 정신이 시킨 것인가 | ‘미친 사람’의 범위 | 자유 의지가 없다면 죄악은 어디에 물어야 하나 | 무궁한 스펙트럼 사이에 있는 세계 | 자유 의지 없는 범죄의 처벌 | 종교가 말하는 도덕적 틀

주석
저자 소개
저자 : 가이 레슈차이너(Guy Leschziner)
옥스퍼드 매들린칼리지와 임페리얼칼리지 세인트메리병원에서 의학 교육을 받았고,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케임브리지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에서 간질 유전학 및 약물 관리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반 의학 수련을 마친 뒤 가이스앤세인트토머스병원, 채링크로스병원, 퀸스퀘어 국립 신경학 및 신경외과병원에서 신경학 수련을 받았다. 이어 가이스앤세인트토머스병원과 퀸스퀘어에서 간질 및 수면 의학 펠로우십을 수료했다. 2010년 가이스앤세인트토머스병원에 컨설턴트로 합류한 이후 수면장애센터의 임상 책임자로 10년 이상 일했다. 현재 같은 병원의 신경과 및 수면장애센터를 비롯해 런던브리지병원, 크롬웰병원, 원웰벡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고, 킹스칼리지 런던 정신의학·심리학·신경과학연구소에서 신경학 및 수면 의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잠이 고장 난 사람들》, 《감각의 거짓말》 등을 썼으며, BBC라디오4와 월드서비스에서 신경과학 시리즈 세 편의 대본을 쓰고 출연했다. 2019년 왕립의학협회로부터 엘리슨 클리프 메달을 수상했다.

역자 : 이한음
생물학을 공부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다. 케빈 켈리,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포티, 제임스 왓슨 등 저명한 과학자의 대표작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지은 책으로는 《바스커빌가의 개와 추리 좀 하는 친구들》,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불멸의 유전자》, 《마음의 오류들》, 《바디: 우리 몸 안내서》, 《지구의 정복자》, 《인간 본성에 대하여》 등이 있다. 《만들어진 신》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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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질투하고, 시기하고, 미워하고, 탐하고…
내 안의 타락천사가 사라지지 않는 과학적 이유

악의 마음은 우리의 유전자, 창자, 뇌 속에
켜켜이 박혀 있었다!

우리를 영원히 유혹하는 나쁜 감정들의 신경학적 기원

런던에 사는 30대 후반인 제임스는 몸무게가 230킬로그램을 육박했다. 한번은 샤워 칸막이 안으로 넘어졌다가 몸을 가누지 못해 사흘 동안 갇혀 있었다. 당시 제임스는 허파가 몸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심장도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의 담당 의사였던 레슈차이너가 채혈을 위해 살을 헤집어보았지만 살이 워낙 두툼해 정맥을 찾을 수 없었다. 제임스의 피부에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해 곳곳에 욕창이 생겼고, 사이사이에 습기가 차 곰팡이가 퍼져 있는 곳도 발견되었다.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해 샤워실에 낀 이 남자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가 제임스를 마주했다면 ‘자제력이 부족하다’거나 ‘게으르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레슈차이너 역시 당시 그를 한심하게 보았다고 고백한다. “비만, 즉 탐식은 게으름을 보여주며, 이는 곧 도덕적 실패, 자제력 부족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레슈차이너는 실제 환자들을 만나면서 ‘탐식’을 비롯한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다. 심리적, 도덕적 요인과 상관없이, 우리의 유전자와 창자, 뇌 깊숙한 곳에서 유래하는 감정들이 있었다. 그는 도덕이나 종교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대죄, 즉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을 진화론적, 신경학적, 심리학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의 연구는, 교만은 자기 인식 회로의 손상에서, 분노는 위협 감지 시스템의 과활성에서, 나태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동기와 보상 회로의 붕괴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그 통찰의 결과물이다.

인류의 죄악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사라지지 않는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전복시키는 매혹적인 탐구

왜 하필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들여다보기로 했을까. 여기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38년 수정의 밤(11월 9~10일 나치가 독일 전역에서 유대인 상점을 부수고 약탈한 사건) 때 부헨발트강제수용소로 잡혀 들어갔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할아버지는 파시즘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뒤 인류를 향한 믿음이 산산조각 났고, 이후로는 가족만을 위해 살았다. 저자 집안의 역사 안에 타인을 향한 질투, 천연자원을 향한 탐욕, 노골적이면서 냉혹한 공격성, 교만 또는 파시스트 독재자의 오만함이 켜켜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저자 집안만의 특수한 이야기는 아니다. 인류의 잔혹함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시대든 늘 있어왔다. 그는 인류의 죄악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사라지지 않는지 질문한다.

이후 레슈차이너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수십 년간 뇌에 이상 증후가 생긴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앞서 살펴본 제임스의 사례뿐 아니라, 비정기적인 발작 이후 분노에 사로잡혀 손에 잡히는 대로 부수는 숀, 뇌종양이 생긴 후 남편이 자신을 독살하고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운다고 믿게 된 여성, 전쟁에서 뇌에 총상을 입은 뒤 성적 자극과 섹스에 집착하게 된 군인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수십 명 환자의 사례를, 그들을 대표하는 감정을 중심으로 살핀다.

어떤 이는 창자가 터지기 직전까지 음식을 먹었고, 또 다른 이는 분노나 질투, 교만, 욕정 등에 사로잡혀 정신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오기도 했다. 모두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멀쩡했던 사람들이다. 레슈차이너는 그들의 문제를 치료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감정 자체를 이해하려 한다. 그의 연구는 우리가 감정을 보다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무엇이 도덕적 실패이고, 무엇이 뇌의 취약성인지 구분할 수 있게 한다.

나쁜 감정은 결코 나쁘지 않다
수천 년간 인류와 공존한 부정적 감정의 과학

‘죄를 도덕적 관점만이 아닌 뇌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몹쓸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불러올 수 있다. 범죄자들이 형량을 감하기 위해 ‘심신 미약’을 증거로 내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감정은 뇌 탓이니 누구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제안하는 것은, 도덕적 잣대뿐 아니라 환자가 실제 아픈 상태인지, 즉 뇌를 고칠 수 있는 문제인지 여부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단이 틀리면 해결 방법도 틀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부정적인 감정은 맞다/틀리다로 나뉘는 문제가 아니라, 0과 1 사이 기나긴 스펙트럼 어딘가에 놓여 있다. 예컨대 현대 사회에서 탐식이나 나태는 일종의 질병처럼 취급되지만, 인류의 진화와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감정 중에 하나였다. 시대가 바뀌었을 뿐, 감정의 역할은 그대로다. 그러니 우리는 정상/비정상을 가르는 경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재점검해야 한다.

또한 어떤 감정이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만약 일곱 가지 대죄가 인간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나쁜’ 감정들이었다면 진화 과정에서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부상이나 질병 시 ‘나태’를 부리는 게 유리할 수 있고, 자기 보호를 위해 ‘분노’가 필요할 순간도 존재한다. ‘색욕’이 없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그의 연구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혼란을 야기한다. 이 혼란은 우리를 좌절시키는 게 아닌 새로운 성찰로 이끌어나간다. 그간 이해하지 못한 타인을 이해하게 돕고, 누군가를 쉽게 낙인찍기 전에 한 번 더 멈춰 서서 판단하도록 하고, 자책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자신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도록 돕는다. 인류의 부정적인 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결국 인류를 긍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연구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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