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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7 - prologue 기꺼이 하기
11 - 나의 몸짓
17 - 있는 힘껏 우는 사람의 얼굴
20 -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
25 - 아직 다 파묻히지 않았다는 중얼거림
33 - 뒤돌아봐
39 - 쓰기와 믿기
45 - 지금 하고 있어
52 - 도망치기, 달아나기, 벗어나기
62 - 도모
73 - 언니들
가끔만 생각하려고 - 84
인다의 집 - 87
기념하는 사람 - 96
다음과 나 다음 - 101
왜 거기 있어? - 109
남은 건 이게 다예요 - 116
밍기적 - 124
거의 있음 - 132
일희일비 금지 계절 - 141
기록함으로써 기록된 장면들 epilogue - 145
저자 소개
저자 : 박규현
2022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모든 나는 사랑받는다』가 있다. 동인 ‘도모’와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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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끝까지 쓰기 위하여, 마침내 살아내기 위하여-
자신을 배반함으로써 비로소 근원에 가닿으려는 응시의 기록

“갓 세수를 하고 마주한 거울 같은 문장들.
진짜 이야기는 언제고 이런 모습이다" - 김소연 시인 추천

시집 『모든 나는 사랑받는다』와 『새 우정을 찾으러 가볼게』로 우정과 연대, 상실과 애도의 미학을 선보인 박규현 시인이 첫 산문집 『가끔만 생각하려고』를 펴냈다. 시를 통해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현실 세계에서 희생된 이들을 호명하던 시인은 『가끔만 생각하려고』에서는 상실감과 자신의 삶을 촘촘히 엮어나간다. 나아가 쓰는 자의 숙명적인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너머의 해방을 갈구한다.

“나는 나를 배반하는 동시에 나로부터 벗어난다. 일순간. 나는 내가 기꺼울 수 있다.”

시인에게 쓰기란 ‘줄곧 하고 싶던 말을 해내는 홀가분함’이 아니라, ‘마침내 자신을 내던지는 일에 성공했다는 데서 오는 가뿐함‘이다. 그렇기에 시인은 무언가를 쓰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밀어 넘어뜨린다. 또한 시인은 내 고통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착각, 나의 세속적이고 치졸한 면, 그런 것들을 시치미 떼고 싶은 마음을 ‘있는 힘껏’ 배반한다. ‘쓸 수 있는 자’라는 사실은 시인에게 수치와 책임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 가혹한 배반의 끝에서 시인은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된다. 자신을 배반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다른 존재와 자기 자신을 기꺼이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쓸 수 있는 자라는 사실은 나를 수치스럽게 한다.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나를 꼼짝 못하게 한다.”

시인은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주길 바라며 창밖을 내다보던 어린 시절, ‘버티고 있다’는 주치의의 말을 되새기며 홋카이도의 폭설 속을 홀로 걷던 밤, 이제는 곁에 없는 친구를 애도하며 꽃을 만지던 날들, 사회적 비극 앞에서 무력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고백, 자신을 구원할 단 한 문장을 찾아 헤매는 고독한 독서의 여정까지. 시인은 쓰기가 가진 힘, 여름날 계곡의 늪지대처럼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이 끌어당기는 끈질긴 힘에 기꺼이 이끌린다. ‘쓸 수 있는 자’라는 사실이 주는 수치와 책임이 그를 꼼짝 못 하게 할 때도, 시인은 주머니 속에 찔러 넣은 차가운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여 보듯 자신과 세계를 예민하게 감각한다.

“이삭 한 톨을 주워 바구니에 담는 듯한 소중한 이야기들”

김소연 시인은 “발밑에서부터 생겨나 뾰족하게 키워졌던 마음을 상기시킨다”며, 박규현 시인의 문장이 품고 있는 남다른 생명력에 주목한다. 시인이 상실 속에서 작은 용기를 쥐고 분투하며 길어 올린 이야기들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김소연 시인의 말처럼 오히려 “이삭 한 톨을 주워 바구니에 담는 듯한” 작고 소중한 진실들이며, “갓 세수를 하고 마주한 거울 같은” 투명하고 진실된 고백이다.

『가끔만 생각하려고』에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깨고 굳이 과거의 얼굴들을 마주하는 용기, 폭설 속에서도 ‘아직 다 파묻히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는 필사의 몸짓이 담겨 있다. 또한 이 책은 ‘우리를 끝내 지켜주고 살아가게 하는 안간힘’이 무엇인지 묻는다. 자신을 응시하고 배반하며 얻어낸 이 고통스러운 기록은 독자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그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작가의 얼굴이자, 동시에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얼굴이기도 하다. “진짜 이야기는 언제고 이런 모습이다”라는 추천의 말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내밀하고도 보편적인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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