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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암소수착
2장 이마트24
3장 그랑캐슬
4장 에덴빌라
5장 김가네
6장 스파르타논술
7장 시티뷰
8장 그루밍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우신영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사범대 교수로 일하다 작가가 되었다. 쓴 책으로 소설 『시티 뷰』 『죽음과 크림빵』, 동화 『언제나 다정 죽집』 『맨홀에 빠진 앨리스』 등이 있다. 혼불문학상,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책읽는샤미 어린이장르문학상, 사회평론 어린이스토리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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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도 100프로 밀크티로도 부족한 고3의 쓴맛.”

왔다,
너무 리얼해서 숨이 막히는
하이퍼 리얼리즘 대치동 드라마가.

번아웃이 왔지만
그만둘 수도, 쉴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대치동 키즈가 사는 법

대치동.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위치한 법정동.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대치동은 바로 다음과 같은 설명이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학원의 메카, ‘4세 고시’로 대변되는 조기 교육과 선행 학습의 지대, 그야말로 입시 전쟁의 최종 던전 등등등.

대치동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끝없이 길어질 수 있다. 4세 고시를 준비하는 어린아이든 이직을 준비하는 10년차 직장인이든 모든 한국인에게 대치동은 ‘불안’과 ‘경쟁’과 ‘욕망’의 소용돌이이자 굳건한 상징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이 숙명인 이 시대에 성적을 높이기 위해 밤잠을 줄이는 것은 모두 앞에 펼쳐진 풍경이다.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영어학원이 왜 늦은 밤까지 바글거리겠는가. 〈SKY 캐슬〉이 ‘진짜 저런다고?’ 하는 의구심을 받으면서도 왜 그렇게 큰 공감을 얻었겠는가. 영화 〈위플래쉬〉가 유독 한국에서 ‘학대’가 아닌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봐야 할 영화로 소비된 맥락은 어떻게 만들어졌겠는가. 모든 한국인에게는 대치동을 세운, 학원가를 불황 없이 밤낮 없이 굴러가게 만든, 불안과 경쟁과 욕망의 DNA가 있다.

혼불문학상 수상작 『시티 뷰』에서 송도를 배경으로 푸르도록 환한 자리와 그늘진 자리를 번갈아 비추며 복잡하게 음영 진 도시의 조감도를 담아냈던 우신영 작가는 새 장편소설이자 첫 청소년 소설의 배경으로 바로 이곳, 대치동을 선택했다. 『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은 대치동에서 나고 자라 학원 뺑뺑이를 한참 돌았지만 성적이 가파르게 추락하기 시작한,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없는, 겨우 10대에 어른의 얼굴을 하게 된 ‘고미정’의 파란만장한 수험 생활을 다룬다.
지금까지의 대치동 서사는 극성스러운 부모, 의대에 보내기 위해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입시 전략, 과외비가 얼마니 학원비가 얼마니 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 정작 그 모든 것을 감내하는 아이들의 존재는 지워 버린 채로.
우리는 여기서부터 대치동 서사를 다시 써야 한다.

“우리 집에서는 망하면 고 아웃이야.”

이 쓰디쓴 동네에서
KO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이 있을까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는 말한다.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동물의 왕국 같은 한국에서 뭘 목숨 걸고 치열하게 쟁취하지도 못하겠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더럽게 까다로워서 따지는 것은 많은 계나에게는 선택지가 몇 없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은 없는데 그렇다고 불안과 경쟁과 욕망의 늪에 빠져 영원한 자기 계발의 쳇바퀴를 굴릴 힘도 없다. 그래서 계나는 떠난다. 호주로.

그리고 여기, 한국을 싫어하는 무수히 많은 한국인 가운데 한 명인 ‘미정’이 있다. 미정이 싫어하는 것은 더 많다. 인간을 싫어하고, 편의점에서 조용히 라면 먹을 시간마저 빼앗아 가는 어린아이들은 더더욱 싫어한다. 당연히 후속 세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것은 오직 강아지뿐. 매일 손에 쥐는 커피우유는 기호 식품이 아니라 고카페인, 고열량, 고유당을 단번에 때려 넣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호주는커녕 학원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떠날 티켓도, 돈도, 자립 능력도 없는 미성년자, 대치 키즈로 평생을 보냈더니 번아웃을 맞은 고3이 되어 버린 미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성적은 손절 타이밍만 재야 하는 수준인데 그렇다고 3수, 5수, 10수를 하면서까지 의대에 갈 의욕 따위 없는 미정은.

공부만 하면 되는 학생 때가 얼마나 속 편하고 좋냐고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세상은 10대에게 훨씬 잔혹하다. 공부‘만’ 하느라 아이들은 하루 순공 시간을 지키기 위해 잠을 줄이고 식사 시간을 줄인다. 학원비로 몇백만 원은 우습게 쓰지만 정작 밥은 편의점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차에서 때운다. 용돈은 두둑하지만 체크 카드 사용 내역으로 동선이 파악되고, 공부에 방해될까 봐 최소한의 기능만 있는 ‘공부폰’만 든 아이들에게 갈 곳은, 없다. 학교와 학원과 스카와 집 사이를 뱅뱅 돌 뿐. 미정이 이렇게 중얼거리듯. “명색이 사춘긴데 제 발로 가출은 못 해 보고 온통 쫓겨나기만 하네. 아, 이 동네 애들은 가출을 해도 스카로 하지만.”

모두가 줄지어 달리는 이 트랙 위에서
덜 자라거나 웃자라 버린 아이들을
다정하게 돌아보는 시선

물론 대치동의 일면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우신영 작가가 현대인의 밑바닥을 포착했던 『시티 뷰』의 작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시티 뷰』가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것과 같은 해에 동화 『언제나 다정 죽집』으로 “돌봄의 순환이라는 다정함! 아동문학이 잃었던 감성을 지켜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송도를 냉소적으로 일별했던 시선과 드라마틱한 대조를 이룬다. 소설과 동화를 오가는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첫 청소년 소설의 배경으로 대치동을, 대치 키즈 중에서도 숱한 우등생이 아니라 “들인 돈에 비해 성적이 애매한 아이”, “동네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 쉬쉬”하는 “번아웃 틴에이저로 흑화한” 고미정을 선택한 것 역시 자못 흥미롭다. 지칠 대로 지쳐 버린 미정을 뒤따라가는 시선은 시니컬하기도 하지만, 대치동에 발 디딘 모두의 속사정을 조금씩 들춰 헤아려 줄 만큼 따뜻하기도 하다.

그렇다. 세상의 수많은 미정에 의한, 미정을 위한 이 소설은, 비단 미정만을 다루지 않는다. 미정의 동선을 따라 학원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백영만을 만나게 하고, 논술 강사 노서영을 만나게 하고,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 늘 비슷비슷한 곳으로 향하는 다른 아이들을 마주치게 하고, 그런 아이들을 라이딩하는 부모들을 마주치게 한다. 그럼으로써 대치동이라는 동네에, 한국이라는 공간에 스민 불안과 걱정, 애정과 눈물, 꿈까지도 전부 묘사한다.
모두가 줄지어 달리는 이 트랙 위에서 이탈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같은 트랙 위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다양하게. 미정이 목도하는 세계는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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