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구운몽》
《구운몽九雲夢》의 구九는 성진과 팔선녀를 가리키고, 운雲은 인간의 삶을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름에 비유한 것이다. 즉 《구운몽》은 아홉 구름의 꿈, 아홉 사람이 꾼 꿈이라는 의미이며, 우리나라 고전 소설 가운데 문학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이는 주제나 사상의 다양함은 물론이고 조선 시대에 쓰인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이며, 뛰어난 상상력으로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자신이 전하고 싶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김만중은 양소유라는 인물을 통해, 부귀영화를 누리며 절세미인들을 부인으로 두고 싶은 양반들의 욕망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구운몽》은 조선 시대 전형적인 양반 사회의 이상을 반영한 양반 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또한 소설적인 재미도 뛰어나다. 팔선녀가 환생한 여덟 여인들은 각각의 뚜렷한 개성과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양소유가 이들과 만났다 이별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묘사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남녀 간의 사랑을 품위 있는 문체로 묘사한 것도 여느 작품과는 다른 점이다.
팔선녀를 만난 성진이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히지만 결국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고 열심히 불도를 닦아 극락세계로 간다는 내용을 통해, 인간으로서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야지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서포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다.
《구운몽》은 다채로운 구조와 사실적인 경향으로 조선 후기 소설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씨남정기》
《사씨남정기》는 ‘사 씨가 남쪽으로 쫓겨나게 된 사연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이다. 이 작품의 표면적인 내용은 처첩 간의 갈등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임금인 숙종이 희빈 장 씨에게 미혹되어 인현왕후를 내쫓고 희빈 장 씨를 왕비로 맞아들인 것을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작품이다. 김만중은 이를 반대하다 유배를 가게 되었고 유배지에서 이 소설을 썼다. 그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난 뒤, 마침내 희빈 장 씨는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고 인현왕후는 다시 중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김만중이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간교한 희빈 장 씨에게 눈이 멀어서 어진 인현왕후를 내쫓은 숙종의 잘못에 대한 비판이다. 더불어 축첩 제도가 빚은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사회 제도의 모순과 양반 사대부의 부도덕함도 고발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에서 첩을 두는 것을 허용하는 축첩 제도는 삼국 시대부터 시작되어 일제강점기 초기까지 이어져 온 나쁜 풍습이었다. 조선 시대에 왕은 여러 명의 후궁을 거느렸고 양반이나 돈 많은 지주들은 가난한 집안의 딸이나 집안에서 거느리던 노비, 또는 기생을 첩으로 들였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여러 명의 첩을 거느려도 항의할 수 없었으며, 남편을 잃어도 재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욱 큰 문제가 된 것은 축첩 제도에 의해 태어난 서얼을 차별하던 제도였다. 《사씨남정기》는 이러한 축첩 제도의 불합리함과 양반 사대부의 부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현실을 비판하는 역할까지도 했다.
서포 김만중은 우리글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당시 양반들이 천대하던 한글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지었다. 우리 문학은 마땅히 한글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서포는 ‘자기 나라 말을 버려두고 남의 말로 시문을 짓는다는 것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며,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미를 살려 인물의 심리와 장면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서포 김만중은 오로지 한문만을 떠받들던 당시 양반 사대부들과는 달리 한글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사대부들은 소설을 써서도, 읽어서도 안 되는 가치 없는 글이라며 멀리했고, 퇴계 이황마저도 ‘음란하여 족히 이야기할 것이 못 된다.’고 하였지만 서포는 소설을 천시하던 조선 시대에 소설의 가치를 높이 사서, 오늘날까지 빛나는 문학 작품을 창작한 것이다. 이로써 양반 계층이 향유하던 문학이 평민들에게까지 널리 퍼지면서 한글 소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이 때문에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는 양반 문학에서 평민 문학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해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국어에 기초하여 문학을 발전시켜야만 순정한 문학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 김만중의 선견지명은 우리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