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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마리카 마이얄라(Marika Maijala)
1974년 핀란드에서 태어났다. 페카 할로넨 아카데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투르쿠대학교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 핀란드의 뛰어난 아동청소년책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는 루돌프 코이부상과 핀란드 북아트위원회의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수상했다. 2020년 핀란드예술진흥센터로부터 국가 일러스트 예술상을 받았고, 2024년에는 핀란드 일러스트레이터 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혔다. 그림책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로 2019년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고, 2020년에는 뮌헨국제어린이도서관에서 수여하는 화이트레이븐상을 받았다. 그림책 『너는 활짝 피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를 출간했고, 『백만 억만 산타클로스』, 『내일은 크리에이터』 등에 그림을 그렸다.

역자 : 정보람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노어노문학을 공부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경제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핀란드에서 중학생 딸을 키우며 핀란드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너는 활짝 피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 『사랑을 너에게』, 『닌니의 악몽 가게』 시리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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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늑대에겐 좀 특이한 면이 있었는데, 바로 슬프면 화가 난다는 거였어요.”
: 외로움이 비처럼 엷게 깔린 늑대의 성
불쑥 찾아와 봄을 일궈낸 작은 정원사 개

“참 이상하지, 슬픔이라는 것은? 나는 책 속의 늑대에게 전화를 걸어 묻습니다. 나를 화나게 하고, 이리저리 거닐게 하고, 조용한 성에 고립시키는 슬픔이 때로는 의미 있는 만남을 선사해 준다는 점이 말이야….” - 소설가 임선우

봄비가 쓸쓸히 내리는 회색빛 성, 검은 우산을 쓴 늑대가 홀로 서 있다. 늑대는 며칠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마음을 나눈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우산 아래 늑대는 으슬으슬 떨고 있다. 늑대는 슬프고, 슬픈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화를 낸다. 성 안에는 늑대의 유일한 취미인 그림 도구가 가득하지만, 더 이상 그리고 싶은 대상이 없다. 마음을 먹고 미술관으로 향한 늑대는 어느 초상화 속 인물의 눈에 “진짜 같은 눈물 두 방울”이 반짝이는 것을 본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나도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하지만 늑대의 곁에는 아무도 없는데, 누굴 그릴 수 있을까?

“그런 기분 알아? 가장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리고선
그걸 찾아 어두운 정원을 헤매는 것 같은 기분 말이야.”
: 누구에게도 터놓을 수 없었던 마음이
서툰 듯 다정한 선 사이로 조금씩 형태를 드러내는 순간

혹독한 겨울을 지나는 사이 늑대의 정원은 온통 시들어버렸다. 그런 정원에 어느 날 키 작은 정원사 개 ‘코이라넨’이 불쑥 등장한다. 낡은 코트를 입은 개는 몸집만큼 큰 가위를 들고 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한다. 쾌활한 기운을 정원에 뚝뚝 떨어트린 것인지 개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잎이 돋고 꽃이 핀다. 늑대가 여전히 성 안에서 그림에 골몰한 사이, 바깥은 온통 봄이 되었다.
마리카 마이얄라는 이번 책에서 크레용 특유의 보송하고 거친 입자감을 그대로 살린 그림과 명확히 끝을 맺지 않는 선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그려낸다. 색색의 크레용을 부드럽게 문지른 듯한 질감이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과 겹쳐지며 장면을 쌓아올린다. 아이의 손을 빌린 듯한 삐뚤면서도 정감 있는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직 그 자신도 또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서툰 늑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하다.
늑대는 개와 가까워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다정하지 못하고, 그런 스스로가 머쓱해 혼자 주둥이를 긁고, 마음과는 다르게 미안한 일이 생겨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개는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늑대가 좋아하는 아몬드번을 건넬 생각에 신이 났다. 늑대는 그런 개의 얼굴을 바라보며 첫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나는 너의 낡은 옷이 좋아.”
: 해진 옷과 두 눈을 오래 바라본 끝에
비로소 그려낼 수 있었던 어느 개의 얼굴

책의 제목 ‘어느 개의 초상화를 그리려면’은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의 시에서 따왔다. ‘새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Pour Faire le Portrait d’un Oiseau)’라는 제목의 이 시에서 화자는 말한다. 새를 그리려면 먼저 새장을 그리고, 그 그림을 나무 위에 걸어두고, 오래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며칠, 혹은 몇 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새가 찾아오면, 그 옆에 잎사귀와 바람과 햇빛을 조심히 그려 넣으라고. 그리고 새가 용기를 내어 노래할 때까지 조용히 곁에 머물러야 한다고.
삶은 매섭고 우리는 늘 어딘가 서툴러서, 때로 까칠하거나 무심해질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서운함을 안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진정 소중한 관계는 쉽게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킨다. 사나운 바람이 다 지나가고 마지막 낙엽이 내려앉을 때까지 묵묵히 지켜봐준다. 그런 사이는 애써 사과와 용서를 꺼내 보이지 않고도, 그저 애쓴 시간을 알아주는 마음으로 함께 고랑을 가볍게 건널 수 있다. 바람에 낡아버린 옷을 함께 여미면서.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서로를 놓지 않으려는 작은 시도들이 소중한 관계를 만든다. 늑대의 가시 돋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 코이라넨의 아몬드번과 커피처럼, 제때 마음을 건네지 못해 놓칠 뻔했던 관계를 용기 내어 다시 붙잡은 늑대의 전화 한 통처럼. 그렇게 우리는 다정함과 기다림이 만들어낸, 서로를 조금씩 닮은 얼굴을 그려나간다.

“인생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나면, 책을 덮은 뒤에도 내 안에서 오래도록 긴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당신도 이 책 속의 늑대를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와 친구가 되고, 대화하고, 함께 아몬드번을 나누어 먹으면 좋겠습니다.” ? 소설가 임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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