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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의 살의
팔각관의 살의
죽지 않는 살의
인공지능의 살의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홍정기
네이버 블로그에서 ‘엽기부족’이란 닉네임으로 장르 소설을 리뷰하고 있는 리뷰어이자 소설가. 추리와 SF, 공포 장르를 선호하며 장르 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쫓는 장르소설 탐독가. 2020년 『계간 미스터리』 봄, 여름호에서 「백색살의」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하였고, 『초소년』으로 2024년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상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전래 미스터리』,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 『살의의 형태』, 『초소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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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비현실의 세계에서 가장 논리적인 범인을 찾다
특수설정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 『살의의 특수』

『살의의 특수』는 귀신이 등장하고, 좀비가 활보하며, 인공지능과 순간이동이 가능한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얼핏 보면 장르적 상상력에 전면적으로 기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집이 독자를 끝까지 붙잡는 힘은 오히려 그 반대 지점에 있다. 저자는 ‘가장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범인을 찾아라’라는 선언처럼, 특수한 설정을 논리의 도피처가 아닌 추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네 편의 단편은 각각 독립적인 세계를 펼치지만, 공통적으로 살인의 구조와 동기를 끝까지 해부하며 본격 미스터리의 원칙을 놓지 않는다. 설정이 파격적일수록 추리는 더 정직해야 한다는 신념이 이 작품집 전반을 관통한다.

특수설정은 장식이 아니라 규칙이다
『살의의 특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특수설정이 결코 ‘트릭을 가리기 위한 연막’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귀신이 보이는 세계,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황, AI가 일상 깊숙이 개입한 사회는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 세계 안에서만 성립하는 명확한 규칙을 갖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그 규칙을 은근히 제시하고, 이후 모든 단서를 그 규칙 안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한다. 이로 인해 독자는 ‘판타지적 가능성’이라는 안일한 수용을 허락받지 않는다. 오히려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추리에 접근할 수 없고, 이해한 뒤에는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만들어 낸 살인의 구조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각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살의의 조건’은 초현실적 상황 속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이기심, 공포, 집착―에서 출발한다. 특수설정은 살인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일 뿐, 범인을 숨겨 주는 면죄부가 아니다.

세계가 달라도 살인은 인간에게서 시작된다
네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세계관을 지니고 있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한다. ‘이 상황에서 누가, 왜, 반드시 살인을 저질러야 했는가.’ 귀신이 등장해도, 좀비가 인간을 물어뜯어도, 인공지능이 판단을 대신해도 살의의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저자는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물들이 보여 주는 선택의 순간이다. 세계는 비정상적이지만, 그 안에서의 계산과 판단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독자는 추리를 따라가며 범인을 좁혀 가는 동시에, ‘나라면 이 선택을 피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이 작품집의 미스터리는 범인을 맞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살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독자는 세계의 기괴함보다 인간의 냉정함에 더 큰 전율을 느끼게 된다.

『살의의 특수』는 특수설정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작품집이다. 상상력은 과감하지만, 추리는 끝까지 정직하고, 세계는 낯설지만 인간의 본성은 익숙하다. 이 균형감각이야말로 홍정기 미스터리의 가장 큰 미덕이다. 본격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장르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논리적 쾌감을 선사한다. 비현실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에도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것은 결국 하나의 질문이다. ‘살의’라는 것이 세계의 불합리함으로 탄생되는 것인지, 인간 내면의 본성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인지. 어쩌면 그 두 영의 교차 지점, 그 감각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것이 『살의의 특수』의 최종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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