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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에스코바의 편지

현장법사 서역 여행 지도
저자 소개
저자 : 페페 에스코바 Pepe Escobar
브라질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지정학 분석가로 스스로를 다극세계의 시민으로 규정한다. ‘죽어가는 신문 산업의 해외 통신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유럽, 할리우드, 아시아를 거치며 견문을 넓혔다. 라틴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정체성을 함께 품고 문명적 관점에서 세계정세의 한복판을 치열하게 탐구하고 있다. 분쟁 지역 전선 취재도 마다하지 않고 유라시아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가장 최근의 다극세계 역사를 추적하고 글을 쓰고 방송을 한다. 특히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 유라시아경제연합 등의 다자기구에 대한 그의 능숙하고 전문적인 취재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때때로 이러한 기구들의 컨퍼런스에 직접 토론 및 연설 패널로 출연하면서 다극화 진영이 그에게 갖는 신뢰감을 입증하고 있다.
홍콩의 《아시아타임스》, 베이루트의 《더크레이들》, 모스크바의 《스푸트니크인터내셔널》과 《전략문화재단》, 테헤란의 《프레스 TV》 등에 연재 칼럼을 쓰며 이 글들은 글로벌사우스 및 미국, 유럽의 매체에서 여러 언어로 다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그의 작업물은 텔레그램(@rocknrollgeopolitics)과 X(@RealPepeEscoba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삶의 지혜를 동여맨 페페 에스코바의 편지》, 《다극세계가 온다》, 《글로벌라이스탄》, 《혼돈의 제국》, 《분노의 20년대》 등 여러 책을 썼다.

역자 : 조영학
한양대 영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은 책으로는 《아내를 위한 레시피》 《딸에게 들려주는 영어 수업》 《여백을 번역하라》 등이 있으며,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로버트 해리스의 《콘클라베》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유령 작가》 《임페리움》 《아크엔젤》 《루스트룸》 《딕타토르》,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스티븐 킹의 《스켈레톤 크루》, 존르 카레의 《실버뷰》 《리틀 드러머 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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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지적·문화적 탐닉과 구원

이 책은 세계사적 혼란기를 거쳐온 한 지식인이 쓴 일종의 거대한 문화적 회고록이다. 저자는 1968년 프랑스 혁명, 베트남 전쟁, 1970년대 히피 문화의 한가운데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정신적으로 깊은 아노미 상태를 겪었다. 때로는 마약에 의지하기도 했던 불안정한 20대의 삶 속에서 그를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위대한 문학과 음악이었다. 그는 밥 딜런과 롤링 스톤스 등 대중음악에서부터 T. S. 엘리엇,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플라톤, 니체 등 문학과 철학에 끝없이 탐닉하며 내면을 치유했다. 본문 앞에 수록한 도서 목록은 페페 에스코바가 언급한 것으로, 라블레부터 보들레르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인류 정신사의 찬란한 보고를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이 폭도 끝도 없이 몰두했던 이 문화적 유산들이야말로 전쟁과 허무주의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게 해준 영혼의 자양분임을 밝힌다. 그는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인간을 버티게 하는 힘은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과 지식·지혜의 탐구에 있음을 강조한다.

현장법사의 여정과 시공간을 초월한 역사적 통찰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서구 지식인인 저자가 당나라 승려 현장법사의 서역 여행을 책의 주요한 주제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현장법사는 627년(또는 629년)경 당시 불교 경전의 교리적 모순을 해결하고 원전을 직접 구하기 위해, 국법을 어긴 채 홀로 생사를 넘나드는 인도행 길에 올랐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살인적인 더위와 생명체가 살아남기 힘든 파미르 고원의 혹독한 추위를 맨몸으로 뚫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인도에 도달한 그의 고난 가득한 여정은 단순한 종교적 순례를 뛰어넘는다. 이는 동서양 문화 교류의 기념비적인 사건이자,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 정신의 위대한 도전이었다. 저자는 이 위대한 여정을 통해 모순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험난한 길을 기꺼이 나아가는 역동적인 정신을 손자(미래 세대)에게 전한다.

신자유주의적 디스토피아를 향한 날카로운 경고

저자가 진단하는 현재의 사회, 특히 손자가 앞으로 살아갈 무대가 되는 현대 유럽의 모습은 지극히 어둡고 비관적이다. 세계 곳곳을 누빈 언론인으로서 권력의 이면을 직시해 온 그는 현재의 시스템을 두고는 “누아르 필름처럼 부패가 부패 위에 쌓이는 곳”, “영혼의 폐허”, “인류의 불행”이라고 비판한다. 현시대를 “모든 것을 초월해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신자유주의적 현실”로 규정하며, 그 안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좀비 죄수들이 버글거려 악몽으로 탈바꿈한 꿈을 투사”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이러한 거친 언어는 단순히 세상을 혐오하거나 절망만 안겨주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손자가 직면하게 될 모순 가득한 현실을 미화 없이 똑바로 직시하도록 돕는 일종의 예방주사다. 구조적 악과 불평등이 판치는 세상에서 거짓된 희망에 빠지기보다는, 현실의 민낯을 철저하게 파악해야만 다가올 위기 속에서도 자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주체적 생존 지혜와 자기만의 서사 구축

저자는 문학, 음악, 역사, 여행에 걸친 자신의 방대한 지식과 현장법사의 여정 같은 묵직한 통찰을 손자에게 거침없이 쏟아내면서도 결코 이렇게 살라고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을 품으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남긴다. 정보의 과잉과 소음으로 가득 찬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목소리에 휩쓸리지 말고, 내면의 고요함을 통해 스스로 통찰력을 기르라는 가르침이다. 저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손자(미래 세대)가 할아버지(기성세대)의 궤적을 맹목적으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현장법사가 기존 경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사막을 건넜듯 손자 역시 자신의 힘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위대한 유산은 축적된 지식 자체가 아니라,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직조해 나가는 서사의 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30년, 청소년이 될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극단적인 이윤 추구와 양극화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 기성세대가 반드시 읽어야 할 뼈아픈 반성문이다. 기성세대는 과연 미래 세대의 안녕과 희망을 위해 어떤 서사를 남겨주고 있는지 치열하게 되묻게 만든다.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는 생존을 위한 무기이자 지침서가 될 것이다. 척박한 시대를 견뎌내는 청춘들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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