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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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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다시 여는 글
저자 소개
저자 : 김시열
경북 예천 미울에서 태어났다.
봄은 꽃으로만 오지 않고, 삶은 웃음으로만 피지 않는다.
인연은 우리로만 엮이지 않고, 시간은 앞으로만 내달리지 않는다.
두려움과 욕망 사이를 떠돌며, 기괴한 전쟁과 모순이 발부리에 차이는 나날 틈바구니에 끼어 연명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옮기고 땅별에서 함께 숨 쉬는 목숨붙이 숨소리를 전하고자 글을 길어 올린다.

《글,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어느 시인의 삶, 임춘》을 쓰고 《들사람 노명환 이야기》를 엮었다.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 다가올 앞날까지 달려가 전쟁과 개발로 스러지는 사람과 동식물을 촘촘히 톺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글쓰기 작업으로 질문을 간추리고 시간을 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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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잃어버린 터전을 찾는,
이름 한 줄 낼 일 없는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의 숭고함!

“어디서 누가 읽을진 모르지만 나는 하늘목장에서 불어온 바람과 사람들 말소리와 땀방울과 피울음을 적바림하고 남겼다. 난리가 끝나도 기찰은 끝나지 않았고 나와 아이와 내가 남긴 말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사냥이 시작됐다.
내 말은 그 눈길을 피해 세상을 모른 척 골짜기로 봉오리로 저마다 스며들었다.

글, 몸을 비틀고 숨 한 번 쉬자는 거지. 딴 거 암꺼도 없다. 나한테 글은 마음을 담아두는 그릇이데이. 그 그릇에 담긴 마음이 그리우면 이름을 부르는 거야. 이름이 문고리인 셈이지. 마음이란 방으로 들어가는 문고리. 언문책도 다 이름을 달고 나오잖나. 장화홍련, 심청이, 임경업, 홍길동. 그 이름을 부르면 글 안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달려 나오는 거야.
종선아. 니도 늑대울음 들었제? 밤마다 우는.
화퉁골 늑대도 다 자기 이름이 있어 우는 소리가 다 다르지. 너도 조금 있으면 늑대 이름을 다 외울 거야.

나는 엄마 말을 되새기며 그날 일을, 오빠가 겪고 내가 당한 일을, 초군들 모습을, 낱낱이 적어나갔다.

하늘목장은 양민증良民證이 없으면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세상이 그렇게 됐다. 어딜 가나 양민증을 내보이고 ‘나는 착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소릴 질러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누구한테 착한지는 묻지 않는다. 그저 암구호처럼 외쳐야 오늘에서 내일로 건너갈 수 있었다.”-본문 174쪽 중에서-

소설은 구한말 동학 농민 혁명기를 배경으로, 경북 예천 지역에서 벌어지는 민초들의 투쟁과 배신을 다룹니다.
하늘목장의 종선은 오빠 종해를 도와 동학군의 기록물들을 작성하며 활동하지만, 전란이 심해지자 임신한 몸으로 피신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과거 이웃이었던 임홍이 이끄는 민보군 세력에게 붙잡혀 고초를 겪고 기밀문서까지 빼앗기게 됩니다.
한편, 지역의 동학 접주들은 일본군의 침략이라는 더 큰 위기에 맞서 집강소와 힘을 합치려 노력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강소 지도부의 거부와 탄압으로 좌절됩니다.
소설은 ‘늑대’로 비유되는 외세(일본군)와 그보다 더 악랄하게 동족을 핍박하는 내부 권력자들 사이에서 고통받으면서도, 기록을 통해 역사를 남기려는 종선의 의지를 보여주며 긴박한 서사를 이어갑니다.

동학농민혁명의 다층적 구조가 조명되어 있으며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지역성, 근대적 가치와 전근대적 습속이 충돌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기록하는 여성’이라는 독특한 시각을 통해 내부의 배신과 외세의 침략에 맞선 민초들의 저항 정신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기록'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냄으로써,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보다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기억과 저항'의 가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

스물한 살 여성이 겪고 바라본 동학농민 전쟁은 어떤 걸까요?
1894년과 2026년, 20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고민과 삶의 응어리는 크게 다를까요.

동학에 뛰어든 모든 이가 보국안민이란 깃발 아래 반외세반봉건 한뜻으로 전쟁에 나선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1894년 동학농민군 북접 가운데 가장 큰 싸움이 일어났던 경북 예천 동학전투에 몸을 던진 초군(나무꾼), 봉화꾼(봉화 올리는 이), 포수, 승려, 백정, 나루津 장사치, 역말 꾼, 부호요농, 퇴임한 관리 들들 모습을 글에 담았습니다.

저마다 닥친 곤궁한 살림살이, 더는 물러날 곳 없는 옹색한 처지가 지금 20대가 겪는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봅니다. 제 글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경북 예천 동학농민전쟁은
읍내 민보군이 지키는 보수집강소와 태봉에 주둔하는 일본 19보병 후비대대에 맞서 화지·유천, 용궁, 용문 그리고 소야 석문리 관동포 소속 7만 농민군이 이들과 벌인 싸움입니다. 예천 악질지주 4인방이 아전과 짜고 토색질을 일삼고 가난한 이들 목숨을 우습게 여기며 열한 명을 산 채로 모래톱에 파묻어 죽이죠.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기득권층 모리배들 모습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큰 구호에 비분강개해서 사람들이 일떠선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떠안은 짐이 너무나 버겁고 군말 없이 걸어가기엔 삶이 억울하고 원통해서 일어섰을 것입니다.
21세 여성의 눈으로 전쟁터를, 사람들을, 낱낱이 톺아 이야기로 길어 올렸습니다.
아울러 동학을 탄압하던 세력이 그대로 이어져 예천 기득권을 형성하는 과정을 소설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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