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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5:건축은 무엇일 수 있는가?』를 엮으며_박정현
건축은 기율이다_배형민
건축은 무엇일 수 있는가 (그런데 기율을 곁들인)_정해욱
기술보다 기술이다_양수인
시장에 물어라, 건축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_이신후
산 옮기기, 혹은 바깥 없는 세계에서 건축하기_김선주
“그 점에 대해 나쁘게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_허성범
건축은 매체의 흔적을 디자인하는 것임을_박세진
슈뢰딩거의 공사장_김원일
대문 개방_전중섭
왼쪽 원에는 시계 오른쪽 원에는 건축_이지형
건축학과 졸업생은 무엇이 될 수 있겠습니까?_변건우
설계 스튜디오는 연구가 될 수 있는가_염상훈
- 건축 - 지식 - 판단 - 건축 -_박천강
공기청정 스프레이로 모든 걸 날려버리세요 사회비평으로서의 건축에 관하여_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모든 것은 건축이다 2.0_오피엠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상자와 내부 그리고 필드_여재원, 강신
글과 사고의 시체를 찾아서_김사라
건축이라는 파편들이 움직일 때_이지회
다시 만난 세계:글로 잇는 건축_심미선
저자 소개
저자 : 정해욱
미드데이의 공동 운영자로, 개념을 정의하고 구분하는 일과 형식과 내용 사이의 미끄러짐을 포착하는 일을 좋아한다. 시대에 호응하는 건축적 실천의 형식을 제시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가지고 있다. 미드데이는 출판, 저술, 전시, 실무 등을 넘나들며 ‘건물 이전에 실존하는 건축’,‘건축 표피 이면의 질서와 에스테틱’에 대한 사고를 프로젝트로 전개한다. 두 권의 단행본 『가상건축』(공동 저술)과 『Upperhouse-Oriented』를 출간했으며, 2024년 정림건축문화재단 〈등장하는 건축가들〉에 초대되었다.

저자 : 양수인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다. 건물, 공공예술, 체험 마케팅, 전자기기, 단편영화까지 다양한 스케일과 매체로 작업한다. 매체는 달라도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는과정은 근본적으로 같다고 믿으며, 어떤 ‘것’을 만들어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삼는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컬럼비아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뒤, 졸업과 동시에 컬럼비아건축대학원 겸임교수 및 리빙아키텍처랩 소장으로 7년간 재임했다. 2011년 서울로 돌아와 삶것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뉴욕건축가연맹 젊은건축가상,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 선정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대한민국 광고대상, Red Dot Award,iF Design Award 등을 수상했다.

저자 : 이신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미술대학교 조소과와 디자인학부 금속공예과를 부전공으로공부했다. 솔토지빈건축에서 22년 반 동안 수련했고, 제너레잇과 에디트 콜렉티브 두 곳의 프롭테크(부동산 정보기술) 스타트업에서 기획자이자 개발자로 전향했다. 2024년 옵티콘을 창업해 건축계와 프로그래밍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자임하며, 건설, 시공, 설계를 아우르는 자동화 서비스로 건축계의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2025년 9월 한국 최초의 AEC 해커톤인〈아키톤〉을 주최했고, 국내 건축 프로그래밍 분야 커뮤니티인 CBAS의 운영자이며, 이화여자대학교 공간 구성과분석 과목의 외래교수를 맡고 있다.

저자 : 김선주
스튜디오 시너반을 운영하며 건축, 조경, 미술 및 연구 등의 활동으로 현재의 도시와 건축, 자연을넘나드는 작업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과 학사를,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내외 설계사무실 및 베를린공과대학교 건축과에서 근무했다. 최근에는 도시의 자생식물과 건축의 생태계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UrbanUrbanStudiesStudies, Home CulturesHome Cultures, ToposTopos, 『ULCULC』 등에 논문과 글을실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과의 겸임교수다. 윤회론을 신봉하며, 다음 생에는 만타 가오리나댄서, 혹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저자 : 허성범
architectural/practice 대표이자 한양대학교 ERICA 겸임교수다. 취리히, 런던, 서울의 다양한환경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자연과 도시가 없는 대안적인 환경관 속 새로운 자연성의 공간 개념을탐구하고 있다. 건축, 연구, 교육, 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건축신문』, Flash Art, 『공간』에자연과 도시 그리고 공원에 관한 글을 썼다.

저자 : 강신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이로재에서 실무를 경험했고 현재 스위스 멘드리지오 아카데미아에서 수학 중이다. 건축과 번역,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저자 : 김사라
다이아거날 써츠 대표이자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다.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과 그에 따른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적시하고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독자적인 태도와개념을 통해 건축적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건축, 설치 작업, 전시 기획, 영상등을 매개로 공간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자 : 김원일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허서구, 도미이 마사노리의 설계 수업을 들었다. 졸업 전 운생동, 졸업후 무회건축연구소에서 일했고, 공간공방 미용실을 공동 운영했다. 2019년부터 백반건축을 11인체제로 운영 중이다. ‘덜 비싼 건축’을 지향하며, 소규모 건축의 설계와 시공을 통합 수행한다

저자 : 박세진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로버트 벤추리 신봉론자로, 건축이 매체로 표현되는 지점, 한 매체에서다른 매체로 옮겨가는 과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에 관심이 많다. 극단은 통하게되어 있다는 홍상수 감독의 감언이설에 매료되어 텍토닉 이론을 통해 위상 최적화 기술을 독해하는 등, 전통적이고 엄격한 건축관을 지지함과 동시에 이 세계관을 통해 최신의 기술을 포섭하려는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글들을 게시하는 작은 블로그를 게으르지만 10년째 운영하고 있으며이를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을 선동하고 싶어 하고 그것을 글의 사명…이라 믿는다. 현재는 평평한존재론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바르셀로나의 IaaC에서 가우디라는 거인 아래, 기계와 로봇을이용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과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을 연구 중이다.

저자 : 박천강
한동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교육받고 뉴욕 SO-IL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에서 권경민, 최장원과 함께 ‘‘신선놀음’’으로 당선했다. 이후, 박천강건축사무소를 개소하고, 2019년부터는 권경민과 함께 HAPSA라는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며 아모레 성수, House KW 등을, 2024년부터는 독립해 성수동 근생 증축, 광장시장 세마실크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Architecture For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건축설계뿐 아니라 출판, 번역,글쓰기, 교육, 플랫폼 등으로 건축 실천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 이 기획은 건축이 설계라는제한적인 영역을 넘어 건축계 내부에서, 또 건축과 대중 사이에 건축적 사유가 이어지고 축적되기위한 ‘공통의 토대’를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저자 : 배형민
건축 역사가, 비평가, 큐레이터이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교수를 지냈다. MIT에서 건축역사, 이론, 비평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두 차례 풀브라이트 스콜라를 지냈다. 대표적인 저서로The Portfolio andthe Diagram, 『감각의 단면: 승효상의 건축』,『한국건축개념사전』, 『의심이힘이다: 배형민과 최문규의 건축 대화』, 『건축 너머 비평 너머』가 있으며, 전시 플랫폼 ‘집의체계’를 총괄 기획했다.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운영위원장으로 아카이빙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초대 감독, 제5회 광주폴리 총감독,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를 두 차례역임했다.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 ‘기후미술관’으로 레드닷 본상을 수상했다.

저자 : 변건우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사회학 연구자를 꿈꾸며 문과로진학하길 희망했지만 ‘문과 교수 되는 게 엑소 되는 것보다 어렵다’는 어머니의 만류를 이기지못하고 이과에 진학했다. 돌고 돌아 결국 사회과학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인생은 참아이러니하다. 다양한 지면을 통해 에세이와 소설 등을 쓰고 있다. 현재는 사당동에서 힐스테이트아파트를 짓고 있다.

저자 : 송률
건축가이며 발행인이자 편집자다. 서울에서 거주하고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수파 송슈바이처(SUPA Song Schweitzer)의 공동대표다. 설계의 개념적 접근을 기반으로 건축의 언어와 영역확장을 목표로 작업하며, 예술과 디자인을 통하여 일상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격월간 잡지『SUPTEXT』를 편집, 발행한다.

저자 : 심미선
편집자. 건축을 공부했으며, 건축적 사고의 표현 방식과 매체에 관심이 있다. 정림건축문화재단팀장으로, 『미로』와 『건축신문』 편집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공간』 기자로일했고, 출판 브랜드‘공간서가’런칭과 『건축 이전의 건축공동성』(2014), 『한국현대건축 평전』(2015) 출판 기획과편집을 담당했다. 2018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아모레퍼시픽의 건축』(2018) 등에 편집자로 참여했다.

저자 : 여재원
김해에서 태어났고, 부산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이로재에서 실무를 경험한 후 현재 스위스 멘드리지오 아카데미아에서 수학 중이다.

저자 : 염상훈
서울대학교와 컬럼비아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CAT(Context, Architecture &Technology) 건축도시디자인연구실을 운영하며, 도시적 관점을기반으로 건축설계와 새로운 디자인 방법론을 탐구하고 있다. 도시 맥락 속에서 건축의 역할을재정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마을 단위의 건축적 대안, 기하학의 공간적 가능성, 설계및 건축교육 방법론에 대해 연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뉴욕 MoMA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게스트시티전을 기획하는 등 국내외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있다.

저자 : 오피엠
(OPM)
건축 리뷰어이자 유튜버다. 건축에 내재한 아이디어와 그 효과에 주목하며,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통해 국내 공공건축 설계공모, 국내외 건축 전시, 건축 관련 텍스트 등을 소개하고 리뷰한다.컬트적 성격의 건축 담론을 보다 친숙한 매체 환경 속에서 확산시키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저자 : 이지형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설계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역사와 건축이론을 공부했다. 서울 영등포의 탈공업화에 대한 연구로 예술전문사 학위를받았다. 『Woman Writing Architecture』, 『건축평단』 등에 글을 기고했으며 『폐기의 공간사』를 비롯한 다수의프로젝트에 외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건축독서모임 잡담회, 독서영화모임 아프리오리 등을 통해 미시적 실천을 이어나가고 있다.현재 에이코랩에서 연구원 및 건축사보로 재직 중이다.

저자 : 이지회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사(2017-)다. 《기울인몸들: 서로의 취약함이만날 때》(2025), 1세대조경가의 개인전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것을 위하여》(2024)와 베니스 순회전(2025)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워치 앤 칠’과 연계 국제 순회전(2021-2023) 등을 기획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새로운 유라시아프로젝트》(2015-2017) 큐레이터, 2014년에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국관의 부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저자 : 전중섭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현재 사사건건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 :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ChristianChristian Schweitzer)
건축가이며 교육자이자 평론가이며 서울에서 거주하고 활동하고 있다. 현재 수파 송슈바이처(SUPA Song Schweitzer)의 공동대표이며 프랑크푸르트 에른스트-마이-뮤지엄의 공동 창립자다. 사회문화적 맥락을 통해 현대 도시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것에 특히 중점을 두고 개념 설계,예술 및 건축 이론의 교차 영역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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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미로 5:건축은 무엇일 수 있는가?』를 엮으며
건축은 종종 스스로에 대해 되묻곤 한다. "건축이란 무엇인가?" 모든 '~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일종의 류(類) 개념에 대한 질문이므로 대체로 답하기 어렵다. 때론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개별적인 사례를 모조리 조사해서 이것들의 공통적 속성을 추출해내기는 불가능하고, 이제는 있다고 믿는 이들도 점차 줄어드는 '본질'을 상정한 뒤 여기서 정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불만족스럽다. 추상적으로 말하면, 이 질문은 실재론과 유명론 사이에서 표류하기 쉽다. 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세계관의 차이여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되 양단 사이의 대화는 시도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때문에 이런 질문은 즉답보다 질문이 제기되는 맥락, 이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효과 등으로 우회해서 이해하는 편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2005년 출간된 『건축이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 건축가 열 한 명의 성찰과 사유』는 승효상, 정기용, 조성룡, 김인철, 김영섭, 민현식, 이종호 등 4.3그룹과 그 동세대 건축가들이 생각한 건축, 더 정확히 말하면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건축에 대한 입장을 다룬다. 20여 년 전, 일군의 건축가들은 건물과 혼동되는 건축, 모든 건축적 행위가 부동산으로 환원되고, 진지한 담론이 부재하는 상황 등을 문제 삼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건축의 참된 모습을 그려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영문 제목은 "The Canon of Architect"다. 정본, 규범, 계율에 대한 갈망이 드러난다. 그들은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건축을 염원했고, 이를 윤리적으로 요청했다. 2013년 두 건축 역사학자이자 비평가인 이종건과 이상헌은 비슷한 제목의 책을 펴냈다. 『건축 없는 국가』와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가 그것이다. 저자들의 입장과 대상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두 책은 architecture는 서구의 지적 산물이고,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에는 아직 온전하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린다. 진짜로 있냐 없냐를 따지기보다 이들이 겨누는 비판을 경청하는 것이 더 유익한 독해일 것이다. 2005년의 『건축이란 무엇인가』가 건축가들의 호소라면, 『건축 없는 국가』와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는 비평가들의 질타에 가깝다.

이 모든 논의에서 한국의 상황을 비춰보는 거울은 언제나 서구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서양 양안의 몇몇 지역의 실천, 몇몇 대학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유포되는 담론이다. 여기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온전히 상대화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정부와 민간의 클라이언트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한국 건축계는 여전히 뉴욕의 기업과 아카데미 복합체에 인정받으려는 욕망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전국의 대학 설계 스튜디오는 튜터들이 런던, 뉴욕, 보스턴, 취리히 등에서 경험한 대학원 수업의 순한 맛 버전으로 진행되는 중이고, 비평가와 이론가는 영미권 이론의 지식 소매상 이상인 경우가 드물다. 부족하고 모자라서 건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 속에서 빚어지는 일들이 한국의 건축이다. 물론 이것만은 아니다. 인테리어, 전시, 유튜브 등 설계 중심의 사고로는 파악하기 힘든 다양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실천, 아직 충분 히 말과 글로 추수되지 못한 활동들이 있다.

이런 일들을 다 인정하고 껴안고 건축에 대해 다시 묻는 것이 이번 호의 목표였다. 본질론적이고 존재론적인 당위로서의 건축, 대타자 서구에 대해 부족해 미미해 보이는 건축을 한탄하기보다, 지금 '건축'이란 단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들을 모아 나열해보고 싶었다. '건축은 무엇인가'는 잠시 접어 두고 '건축은 무엇일 수 있는가'를 탐문해보자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AI가 재편할 시장, 수십 년째 크게 달라지지 않은 소규모 현장의 상황, 건축과 인접한 분야에서 오가는 모색, 이제 막 학교를 떠난 이들의 불안 어린 시선 속에 포착된 현실, 건축을 다른 실천들과 구분해 주는 중핵으로서의 기율(discipline)에 대한 관심, 행성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우려 등,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의 갈래는 어느 때보다 더 다채롭다.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산만하게 느낄 수 있을 테지만, 이는 지금 건축이라 불리는 일의 범위가 어느 때보다 넓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의미를 길어내고 이것이 또 다른 실천의 동력이 된다면 굳이 '건축은 무엇인가'를 물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일이 건축이니 말이다. 누군가가 10여 년 후 이 글들을 딛고 또 다른 질문들을 던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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