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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의 바닥을 단단하게

내겐 초라한 나밖에 없을 때 - 따돌림 자살
외로움이 뇌를 변화시킨다|타이레놀로 마음의 안정을|모두가 피하는 한 사람|도덕적 가치가 우선|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사람만 보면 두근두근 - 사회 불안 장애
슈퍼스타의 낯가림|그저 피하고 싶은 사람들|표정에 민감한 안테나|비극을 예상하는 습관|불안을 줄이는 생각법|타인의 시선에 맞서

허기짐이 나를 압도한다 - 거식증과 폭식증
나의 몸무게 변천사|수면과 식욕의 관계|푸근한 몸과 성격|과체중 어린이에 대하여|식욕 부진증과 폭식증|바비 인형의 영향력

차마 버릴 수 없는 물건들 - 수집광
잡동사니에 대한 애착|강박 장애와 다른 면|어린 시절의 스트레스|수집광의 뇌 반응|분노를 처리하는 연결망

퇴근길의 충동구매 - 쇼핑 중독증
정신과 의사의 쇼퍼홀릭|자율성을 회복한다|갈망과 금단 사이|쇼핑 중독자의 뇌 반응|스스로 변하는 방법

내 결함은 조명을 받는다 - 신체 이형 장애
성형 수술의 나라|자신감을 위하여|콤플렉스에 집착하기|서로의 얼굴을 보라

우리가 어디에서 만났죠 - 안면실인증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뇌가 얼굴을 인식하는 법|보톡스의 과학과 역사|표정에서 시작하는 감정|주름 제거와 우울증|상대의 감정을 읽기

일상이 새삼스러운 지옥이라면 - 주요 우울 장애
자아의 빈곤과 죄책감|프로이트와 뇌 영상|자살이 가진 전염성|우울증 환자의 얼굴

온몸에서 제멋대로 울리는 경보 - 공황 장애
두려움과 당황스러움|맞서거나 회피하거나|유명인사의 투병 회고|당신은 아픈 게 맞습니다

나는 사랑에 무능한 걸까 - 산후 우울증
행복하지 않은 출산|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감정을 조절하는 뇌|괴로운 도시의 산모들|나도 겪을 수 있다

안전벨트 없이 치솟다 꺼지는 마음 - 양극성 장애
무분별한 오해와 공포|사도세자의 양극성 장애|작가들의 기분 장애|의사와 환자를 위하여|우울증 환자의 편도체

그 허상이 내겐 너무 실제일 때 - 조현병
피해망상의 순간들|신경계 조율에 관한 병|나에게만 들리는 환청|망상을 부추기는 사회|조현병 환자를 품는 법

과거의 어느 날에 나를 두고 왔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리가 목격한 참사들|기억을 지우려는 뇌|세월호의 심리적 여파|외상 후 성장을 바라며

직감이 내게 경고한다 - 뇌전증
이미 경험한 느낌|도파민의 이모저모|익숙하다는 착각에서|기억을 다루는 뇌|진료실에서의 데자뷔

그 사람은 왜 미운 짓만 골라 할까 - 확증 편향
머리가 좋은 사람|아인슈타인의 뇌|뇌의 크기에 대하여|두개골을 둘러싼 논쟁|확인하고 싶은 마음|주관성과 확증 편향

멍석 위의 로봇 되기 - 입스
갑자기 불안해진 투수|운동선수의 전전두피질|주변의 도움과 방어 기제

타인의 고통을 느낀다는 것 - 거울-촉각 공감각
내게 부족한 공감|거울 뉴런의 활성화|보기만 해도 아프다|환자의 통증을 느낀다면|피아를 구분하는 뇌|관계를 위한 노력

술이 없으면 어떻게 견디지 - 알코올 사용 장애
너무 빠른 재발과 재입원|술 끊는 약에 대한 두려움|치료에 활용되는 혐오|병명이 바뀐 알코올 중독|10년 단주의 핵심 비결

이상한 게 아니라 아픈 겁니다 - 뚜렛 장애
증상보다 무서운 사람들의 오해|약물 치료 다음에 상담 치료|틱은 나의 장점|숨길 수도 필요도 없다

에필로그 함께 회복으로 나아가기
주
저자 소개
저자 : 최강
정신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며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자 늘 고심한다. 불안 및 정동 장애, 물질사용 장애 같은 정신질환부터 스포츠 정신의학, 의학사, 뇌 영상학까지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어릴 적부터 읽고 쓰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한다. 지은 책으로 『아픈 마음들의 시대』, 『도핑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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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단편적인 처방을 넘어
치유의 근본 조건을 탐색하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공원에서 환자를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이 여성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지나가 버린다. 얼마 뒤 병원에서 다시 만난 그 환자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어색하게 답례를 하는 순간, 환자는 먼젓번 공원에서는 함께 있던 지인에게 자신의 정신과 내원 경험을 들킬까 봐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252쪽)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불안과 우울을 견뎌 낸 이들의 에세이 혹은 정신의학·심리학 전문가들의 콘텐츠는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임상 현장의 시점에서 보면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공고하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친구나 동료에게 약점을 드러내지 말라는 조언 역시 함께 늘어나고 있다. 안양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센터장을 거쳐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재직하며 20여 년간 매일같이 환자들을 만나 온 저자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허물기 위해 고심하며 열아홉 가지 정신질환의 실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으로 서두를 연다. 정신의학계에서는 회복 탄력성의 생물학적 요소를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유전학, 신경 내분비학, 신경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저자는 이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한편, 한층 더 근본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탱탱볼이 아무리 좋은 탄성력을 갖고 있어도 무른 면에서는 튀어 오를 수 없듯 우리의 마음도 사회의 노력과 변화 없이는 온전히 솟아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8쪽) 책을 읽다 보면 ‘공동체의 지지’가 단순히 교과서적인 해답이 아니라 치유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힐링과 위로를 넘어 ‘정신을 치료’하는 정신의학의 실질적 힘을 믿는다고 말하는 동시에 면담과 약물만으로는 온전한 회복에 이를 수 없다고 역설한다. “무언가를 치료하는 행위는 사회적 맥락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관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막연한 고통을 해부하는
정신질환의 뇌과학

사회적 요인을 살피는 것만큼이나 개인의 생물학적 요인을 살피는 것 역시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정신질환의 뇌 과학적 배경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곳곳에 담긴 흥미로운 의학 상식들은 질환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돕는 훌륭한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예컨대 따돌림을 당할 때 겪는 심리적 고통이 뇌에서 실제 물리적 통증과 유사하게 처리된다는 연구 결과는 심리적 고통의 물리적 실체를 보여 준다. ‘신체 이형 장애 환자의 경우 전두-선조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전체적인 조화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설명은 외모의 특정 부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이해하게 만든다.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수집광의 경우 뇌가 물건에 자아를 과도하게 이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물건을 버리는 행위가 그들에게는 팔다리를 내다 버리는 것과 같은 고통을 동반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환자들의 고통이 과장된 것이 아니며, 개인의 의지만으로 쉽게 조정될 수 없는 차원의 아픔이 있음을 이해하게 만든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온전한 해결책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본문 147쪽) 저자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기보다 마음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이유를 과학의 언어로 명확히 제시한다. 이는 독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나아가 역경을 잘 견뎌 내는 사람들의 생물학적·환경적 조건을 두루 살피며, 일상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질환에 압도당하는 대신 스스로 치료의 주체가 되어 삶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단순 공감으로 그치지 않는 깊은 이해는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계기로 이어지고, 이는 회복을 이끄는 사회 분위기로 확장될 수 있다.

이해는 연결이 되고, 연결은 회복이 된다

저자는 정신질환을 소개하는 중간중간 자신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버무린다. 의사로서 첫 증상 발표를 앞두고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자낙스를 복용했던 일, 병무청 근무 시절 동료 의사들에게 소외되는 것 같아 마음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타이레놀을 복용했던 일…. 음반 쇼핑에 중독되었던 시기에 겪은 갈망과 금단 증상을 의존증과 비교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 모습은 “병원에서 만나던 의존증 환자와 여러 부분에서 유사했다.”(본문 80쪽)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의 ‘산후 정신증’, 『한중록』 속 사도세자의 ‘양극성 장애’, 뇌가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해 맞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이의 ‘거울-촉각 공감각’, 어느 날 갑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게 된 야구선수의 ‘입스’, 사람과의 대화가 무서워 화장실에 머무는 슈퍼스타의 ‘사회 불안 장애’, 창조성으로 미화되곤 하는 작가들의 ‘기분 장애’까지. ‘아픈 마음’의 사례를 하나하나 곱씹고 있으면 이 세상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밖에도 조현병, 뇌전증, 공황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수면 부족과 체중의 관계, 데자뷔와 과몰입의 과학적 원리, 슬픔과 우울의 차이 등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무시무시하게만 느껴졌던 질환에 대한 분석이 오히려 일상 문제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느끼며 낯선 질환들 역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것임을 알 수 있다. 편견은 정신질환을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의 문제로 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타인의 아픔이 내 세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고, 정신질환자를 편견의 테두리에 가두는 관점에서 한 걸음 벗어나게 된다.

저자는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에서 나아가 사회 일반의 차별 문제로 논의를 확장한다. 혹자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다른 인종의 사람을 만났을 때 속으로는 불안과 공포를 느껴 감정의 중추인 뇌의 편도체 활동이 증가한다. 하지만 순간적인 느낌이 차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자신의 태도를 조정하고 주의를 기울인다. 저자는 자동 발생한 감정과 그 상위에 있는 이성적 조절의 줄다리기가 우리의 차별, 혐오 감정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이해, 그리고 관계를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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