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델피, 베르기나, 아토스, 암피폴리, 요아니나, 레프카다….
신화와 역사의 길을 따라서 그리스 도시를 걷다
‘신화와 역사의 나라 그리스.’ 이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리스는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탄생한 땅이자, 나라 구석구석에 신화의 기운이 스민 공간이다. 1장 <그리스 도시를 걷다>에서는 그리스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도시와 섬을 소개한다. 그리스 중부의 델피는 제우스가 지구의 중심을 알고자 두 마리 독수리를 날려 보내 만난 지점이라는 신화가 전해진다. 그곳에는 제우스가 지구의 중심을 상징하며 세웠다는 바위 옴파로스가 있다. 그리스 북부의 도시 베르기나에는 마케도니아 왕국을 호령한 알렉산더 대왕의 영광이 고요한 유적 속에 남아 있고, 그리스 정교회의 성지 아토스산과 인간의 염원과 정성이 깃든 암벽 위의 수도원 메테오라에서는 그리스 정교회의 근본과 영성의 원천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섬 산토리니와 크레타 외에 숨겨진 아름다운 섬들을 소개한다. 이오니아 제도에 위치한 레프카다 섬은 그리스 서해안 외진 곳에 있지만 수많은 연예인과 부호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는 아름다운 곳이다. 긴 시간 베네치아 공화국에 지배를 받은 레프카다 도시 곳곳에서는 베네치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 서부 최북단의 섬 케르키라는 이오니아해 섬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 케르키라 역시 음식과 언어, 건축에서 베네치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영국의 통치를 받으면서는 영국의 색채가 덧입혀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군 필립공이 태어난 곳이자 합스부르크 시씨 황후가 사랑했던 아킬레온 궁전 또한 이곳에 있다.
필리피, 테살로니키, 베뢰아, 코린토스, 겐그레아, 사모트라케….
신약성경 속 그리스 도시를 사도 바울과 함께 걷다
신약성경의 주요 무대가 되었던 그리스는 지금도 전 세계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를 위해 찾고 있다. 사도 바울은 신약성경 27권 중 13권을 집필한 주요 저자로, 그의 두 번째 선교여행은 그리스를 무대로 펼쳐진다. 소아시아의 끝인 드로아를 반환점으로, 왔던 지역을 거슬러 돌아가고자 했던 바울은 그 유명한 마케도니아 사람의 환상을 보고 그리스 지역으로 배를 타고 건너오게 된다. 바울이 첫 번째로 발 디딘 유럽의 도시가 바로 네아폴리스(네압볼리)이다. 이곳 네아폴리스에는 바울 도착 기념교회가 있고 교회의 벽면에는 바울이 보았던 환상이 모자이크 벽화로 그려져 있다.
2장 <사도 바울의 길을 걷다>에서는 네아폴리스를 시작으로 유럽의 첫 기독교 공동체가 세워진 필리피(빌립보), 바울을 시기한 유대인들의 소동이 일어났던 테살로니키(데살로니가), 복음을 받아들인 신사적인 사람들이 있던 베뢰아, 아레오 파고스 언덕의 논쟁이 있었던 아테네(아덴) 등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다녔던 그리스의 도시들을 소개한다. 신약성경 속 바울은 단순한 선교자가 아니라, 도시를 사랑하고 영혼을 붙드는 사람이었다. 아테네의 아레오 파고스 언덕에 서서 그는 철학자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코린토스(고린도)에서는 기독교 공동체 성도들을 향해 눈물로 편지를 썼다. 바울의 편지에는 교리보다 뜨거운 가슴이 쓰여 있었다. 성경 속 도시들에는 이제 돌무더기와 유적 터만 남아 있지만 기독교 신앙의 첫 숨결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더 대왕, 카타르시스와 노스텔지아
신화와 철학으로 만나는 그리스인의 삶과 영혼
3장 <그리스인의 영혼 속을 걷다>에서는 오늘날 그리스인들의 영혼을 만든 그리스의 철학, 축제, 신화를 소개한다. 그리스인의 삶에는 늘 축제와 철학, 그리고 신화가 함께 있었다.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울려 퍼진 합창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인간과 신의 관계를 묻는 깊은 물음이었고,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영원한 질문이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영웅들의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인간의 고통과 선택, 그리고 운명에 대한 성찰이었다.
모든 그리스 남성들이 차가운 바다에 뛰어드는 빛의 축제 주현절은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 들렸던 하나님의 음성을 기념하는 절기다. 종교를 넘어 민족의 명절로 지켜지는 부활절은 모든 그리스인이 기다리는 최대 명절이다. 이들 명절을 지키는 그리스인의 풍습은 그리스인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30여 년을 더불어 살아온 그리스 집시 종족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그리스를 이해하는 또 다른 퍼즐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