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정원
저자가 누리는 제2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상담’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향과 태도를 새롭게 얻기 위해 시작한 상담학 공부가 그를 한층 더 깊이 있는 통찰과 사유로 이끌었다. 상담의 기본은 경청. 내담자를 대하듯 꽃과 나무에 귀 기울이고 관심 있게 바라보니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들려왔다. 체로키 나무의 웅장한 생명력, 불두화의 공(空)의 자세, 자기를 낮추어 다른 존재를 빛나게 하는 잔디의 내공, 부추의 꼿꼿한 기개 등 식물들의 진면목이 저자에겐 중요한 인생 공부나 마찬가지였다. 이 책의 제목이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인 이유다.
인생 2막에 만난 정원과 상담은 비슷한 점이 많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상담처럼 소통, 공감, 이해, 위로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원을 가꾸듯 타인의 마음을 보듬고, 타인의 마음을 돌보듯 정원을 가꾸는 70대 노년의 잔잔한 하루하루가 책 속에 스며 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나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나 결국 본질은 같다. 대상을 향한 깊은 배려, 그러면서도 상대가 스스로 피어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포근함을 간직한 눈송이〉 중에서
정원에서 나를 되찾은
정원생활자의 따스한 응원
정원 가꾸기는 단순한 노후의 취미가 아니라 저자의 삶을 새롭게 설계해 주었다. 치열한 경쟁과 압박이 지배하는 도심의 사무실에서 벗어나 흙과 나무와 꽃이 어우러지는 정원을 벗하며 인생의 마음가짐도 섬세해지고 평온해졌다.
새로운 일상은 총 3부로 나뉘어 기록됐다. 1부 ‘사색이 깃드는 뜰’에서는 잡초를 뽑고 흙을 만지는 동안 피어나는 수많은 상념을, 2부 ‘꽃들의 세계’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면 보이는 꽃들의 강인한 내면을, 3부 ‘풍성한 삶의 열매’에서는 정원에서 돈독하게 다져가는 인간관계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원이 존재하는 한 즐거운 하루하루가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정원 일을 하며 몸을 쓰고 햇볕을 듬뿍 쬐니 밤에 잠이 깊이 들고, 정원 의자에 앉아 나누는 아내와의 대화도 깊어졌다. 이런 하루 속에서 우울과 분노, 증오와 강박 등이 발붙일 여지가 없어졌다.
“도시에서, 게다가 바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이런 여유를 갖기가 어려웠다. 말과 행동은 빨라야 했고 마음은 조급했다. 우리 집에 정원이 만들어지고 그 정원이 마음속에 들어서면서 조급함의 악순환이 느림의 선순환으로 바뀌고 있음을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느끼고 있다.”
-〈우리 집 행복규칙〉 중에서
정원으로 인한 즐거운 변화를 경험한 노년의 설레는 고백을 듣고 나면 가슴에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나의 ‘정원’은 무엇일까?” 꼭 전원생활을 하며 수백 평 정원을 가꾸지 않아도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존재와 장소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달라질 것이다.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는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가 자신만의 정원을 잘 가꾸어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격려이자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