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1 파벌의 연구 과제
중국 정치에서 일당독재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파벌은 오랫동안 주요한 관심사로 자리해 왔다. 문화대혁명기 「린뱌오 집단」에서부터 장쩌민의 「상하이방」, 후진타오의 「공청단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벌이 중국 정치를 극적으로 형성해 왔다. 파벌 간 권력 투쟁은 중국 정세 보도의 핵심적 소재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5년마다 개최되는 중공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가 다가오면 파벌 구도를 중심으로 차기 지도부 인선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의 향방을 전망한다.
그러나 중공은 분파 활동을 금지하는 레닌주의적 조직 원리에 따라 당내 파벌의 형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파벌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비공식적 행위이기 때문에, 그 활동의 실태가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파벌을 둘러싼 논의는 종종 인상론이나 추측에 근거한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중공의 파벌은 실제로 어떠한 존재이며, 어떠한 활동 양상을 보이고 있고, 중국 정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쳐 왔는가.
본서는 중공의 파벌에 주목하여 그 영고성쇠의 과정과 정쟁과의 연동을 분석함으로써, 파벌이 당내에서 권력 기반으로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행위로 기능해 왔음을 밝힌다. 또한 파벌의 활동이 중공 내부에 일정한 다양성을 창출하고 중국 정치 변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일당독재 체제의 강인성을 제고해 왔음을 지적한다.
본서는 중공 성립부터 2023년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넘는 당의 전 역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비교역사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대표적 파벌을 선정하고, 사례 연구를 통해 각 파벌의 성쇠 과정과 정쟁과의 연동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중국 정치에서 파벌이 수행해 온 기능과 그 중요성을 규명한다.
본 장은 논의 전개의 출발점이 되는 파벌의 이론적 분석 틀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본 절에서는 우선 중국 정치 연구와 비교정치 연구의 선행 연구를 정리한 뒤, 이를 토대로 본서의 학문적 공헌을 제시한다.
본서는 중공의 파벌에 대해 상세한 실증 분석을 수행하지만, 단순한 정치사 연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아가 일당독재 체제하에서의 정쟁과 체제 지속의 메커니즘을 해명함으로써 이론적 차원에서 기여하고자 한다.
이 책의 기여
상술한 선행 연구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본서는 일당독재 체제의 집권당인 중공을 대상으로 비교정치학에서 축적된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파벌의 활동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단순히 파벌이 중국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만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종래 선행 연구의 의의를 재확인하는 데 그칠 뿐이다. 본서는 파벌의 영고성쇠 과정이 정쟁의 원동력임을 강조하며, 파벌 간 경쟁이 중공의 적응력을 높여 권위주의 체제의 강인성에 기여하고 있음을 밝힌다. 종래 중국 정치 연구와 비교정치 연구가 간과해 온 동태적 파벌관을 제시하고, 권위주의 체제의 지속이라는 정치체제론의 핵심 문제에 이론적으로 기여하는 데 본서의 의의가 있다.
2 파벌이란 무엇인가
중국 정치에서 파벌은 실로 혼란을 일으키기 쉬운 개념이다. 중공의 파벌이 일본의 자민당과 같은 조직화된 집단이 아닌 것은 널리 이해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실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분석자는 흔히 정치 엘리트의 경력에 주목해, 엘리트끼리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으로 파벌의 존재를 추측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석유 부문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석유방」으로 분류되기 쉽다. 그러나 그 인물이 실제로 「석유방」의 수령으로 여겨지는 저우융캉(周永康)과 개인적인 유대를 가지고 있다고는 한정할 수 없다. 통상 파벌이라는 말로부터 상정되는 것은 이러한 개인 간의 협력 관계이다. 비밀주의적이고 정보가 부족하기 쉬운 중공의 파벌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현실로서 다소의 추측은 불가피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치 엘리트 간의 협력 관계로부터 파벌의 존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본 절에서는 논의의 토대가 되는 중공 파벌의 정의를 제시하고 싶다
중공 파벌의 은고주의(恩顧主義)적 구조
파벌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그 성격은 다양하다. 따라서 분석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제시될 수 있다. 비교정치학에서 파벌 연구의 초기 대표적 업적 중 하나로, 라파엘 자리스키는 파벌을 “공통의 정체성과 목적을 공유하며 조직화된 당내 집단”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집단의 공통성과 조직성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파벌을 분석하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되었으며, 주로 서유럽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 내 파벌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 틀을 중공과 같이 느슨한 인맥으로 구성되며 반드시 공통의 정책 선호를 공유한다고 보기 어려운 파벌에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3 파벌의 역동성
중공에서 파벌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내 정치 과정에서 구체적인 활동과 역할을 수행한다. 이 절에서는 파벌 활동의 역동성을 살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이 논의를 전개한다. 먼저 파벌 내부의 정치 역학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파벌의 합종연횡을 논한다. 세 번째로, 파벌의 다양성과 변용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파벌의 성쇠와 정쟁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본서는 파벌이 단순한 개인적 유대의 집합이 아니라, 중공 당내 권력 구조와 정치 변동의 핵심 동력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파벌의 성쇠와 정쟁
권력의 영고성쇠는 보편적인 현상이며, 파벌도 예외가 아니다. 파벌은 형성되어 세력을 확대하고 영향력을 증대시키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쇠퇴하기 시작하고, 점차 축소되어 결국 소멸한다. 파벌의 성쇠 과정은 정쟁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여기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파벌의 성장과 쇠퇴, 그리고 정쟁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4 파벌과 권위주의 체제의 강인성
파벌은 일반적으로 정치의 병리 현상으로 인식되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이는 미국 건국 당시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며, 일본의 자민당에서도 여러 차례 파벌 해소 시도가 이루어진 바 있
다. 즉, 파벌은 어느 사회나 정치 체제에서 일정한 위험이나 문제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중공을 비롯한 레닌주의 정당은 공식적으로 분파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벌의 존재는 널리 인식되어 있으며, 파벌이 활발히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중공이 오늘날까지 높은 단결력과 강인한 일당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권위주의 체제의 강인성이라는 관점에서 파벌의 역할을 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