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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 환자 만들어내는 사회에서 지혜롭게 건강 지키는 법
창비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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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제1장 청년을 환자로 만드는 사회

‘아픈’ 젊은이들이 왜 이리 많아지는 걸까
“운동을 못하니 체중이 확 불어나네요” 과로하는 이들을 노리는 대사증후군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장시간 노동과 식이습관
“온몸이 아파요”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려던 고립.은둔 청년
불면과 우울이 섬유근통으로 이어진 26세 여성
“저는 왜 이렇게 자주 깨는 걸까요?” 젊은이는 잠 못 이루고
“나한테 왜 이래?” 못된 건지 아픈 건지 분간할 수 없는 34세 남성
미래세대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고립과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소시오패스의 나라?

제2장 왜 내가 환자가 아닌지 설명하시오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 한국인들
“자가면역질환에 걸렸는데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믿는 41세 남성
아픈 곳이 없는데 대학병원을 찾은 51세 여성
“입이 헐어요. 눈이 말라요” 류마티스 내과에서 보는 가짜 환자 단골 진단
“제가 암에 걸렸어요” 갑상선암 진단에 눈물을 보인 46세 여성
과잉 진단 논란은 갑상선암뿐일까? 전립선암과 유방암의 사례
불확실성은 우리 삶의 기본 조건입니다
오징어 게임: 돈과 건강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

제3장 늙는 건가요, 아픈 건가요?

어디까지 질병이고, 어디부터 자연적인 노화일까
“손 모양이 변해요. 이러고 살아야 하나요?” 친구들과 만나기 싫어진다는 62세 여성
“나 이거 참 남사스러워서……” 누가 실금을 알아차릴까 두려운 70세 여성
“밥을 통 못 드세요. 큰 병 걸리신 거 같아요” 체중이 10킬로그램이나 빠진 89세 남성
이쯤 되면 공포 영화? 치료보다 돌봄이 중요한 치매
“이 사람 죽었나요?” “모르겠는데요” 의사도 사망 선고를 못 내리는 시대
환자가 되지 않고 늙고 싶으십니까?
존엄사를 논할 자격

제4장 낫지 않는 병과 살아가기

질병의 절반은 사회문제
치료도 안 되는 걸 왜 병원에 다녀야 합니까?
병원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쉽고도 어려운 방법

제5장 알아야 고칩니다: 의료제도 이야기

대한민국의 의사는 무엇으로 사나: 외과 의사 이야기
대한민국의 의사는 무엇으로 사나: 내과 의사 이야기
한국 의료제도의 모순은 어떻게 발생했나
공공재인가 소비재인가
신약보다 뛰어난 암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는 이유

나가며: 두 이반 일리치 이야기
저자 소개
저자 : 김현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 내과에서 전문의·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 있으며, 관절염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 업적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 일본류마티스학회 젊은의학자상 등 다수의 국내·국제 학회에서 수상했고, 다양한 강연을 해왔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대한내과학회 정책단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료 정책에 관한 논문도 다수 출판했다. 현대 의료가 다루는 죽음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집필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 그밖의 저서로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의사외전』(공저) 등이 있다.

30년을 의사로 살면서 ‘질병의 절반은 사회가 만든다’는 사실을 절감해왔다. 현대 의료가 삶의 모든 문제를 의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관련 제도와 정책은 갈등만 조장하며 문제를 악화시키는 현실 속에서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해보고자 의료와 건강에 관한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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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혹시 이거 큰 병인가?”
남용되는 정밀검사와 첨단장비
당신도 ‘가짜 환자’가 될 수 있다

‘가짜 환자’란 누구일까? 저자는 가짜 환자를 세가지 유형으로 정의한다. 첫째는 현대 의료 장비가 우리 몸 구석구석을 들추며 굳이 알 필요 없는 소소한 이상을 잡아내는 바람에 수백만원의 검사비와 한가득 수심만 얻게 되는 유형이다. 수많은 세포와 그것들 간의 연결로 이루어진 복잡계로서의 인체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루에도 수차례 오작동했다가 자체적으로 고쳐지며 기능한다. 그 오작동의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갈 때 비로소 병으로 발현된다. 그러나 오작동을 잡아내는 이른바 ‘첨단장비’와 ‘정밀검사’는 사실 그다지 정밀하지 못하다. 저자는 민감도(실제 환자를 ‘환자’로 가려내는 정도)가 높은 검사일수록 필연적으로 특이도(비환자를 ‘비환자’로 가려내는 정도)는 낮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늘날 병원에서 남용되는 정밀검사들이 거짓 양성 반응을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가짜 환자를 만들어내는 과잉 검사와 진단은 의료 현장에서 적잖은 폐해를 낳고 있다. 이상 소견을 받아 든 환자는 왠지 아픈 듯한 느낌과 증상을 호소하게 되고, 이를 해명해줄 진단명을 들을 때까지 끝없는 검사의 수렁에 빠진 채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부담에 시달린다. 의사들 역시 직접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대화하기보다 환자에게 속칭 ‘검사 뺑뺑이’를 돌게 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이렇게 의심 환자가 밀려듦에 따라 진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은 정작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저자는 “제가 도움을 줄 수 없고 제게 진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가 너무 많이 저를 찾아오게”(6면) 된 상황이 집필 동기가 되었다고 밝히며 의료 과잉 문제의 심각성과 만연함을 일깨운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가장 많고, 실제 기대수명에 비해 주관적 건강 인식 수준이 유독 낮은 편에 속한다.

자연스러운 나이듦이 질병으로 둔갑한다
‘노화 비즈니스’의 실체

가짜 환자의 두번째 유형은 자연스러운 “노화에서 기인하는 문제를 모두 질병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려는”(9면) 경우다. 저자는 삶의 이치인 늙음과 죽음을 현대 의학이 마치 질병처럼 호도하면서 ‘노화 비즈니스’를 펼친다고 지적한다. 의당한 노화 현상으로서 점차 굳어가는 관절에 무리한 수술을 권하고, 치매를 낫게 한다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신약을 유통하고, 심지어 심장이 정지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행하며 기약 없이 중환자실 신세를 지게 한다.

생과 사의 숙명마저 의술로 치료하려 드는 노화 비즈니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환자에게 끝 모를 의료비를 지출하게 하지만, 증명된 효과는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저자는 ‘마법의 신약’과 ‘최첨단 수술’이라는 미명의 연구 개발 계획들이 노인 빈곤 해결과 돌봄 인프라 확충 등에 투여되어야 할 보건 관련 예산을 싹쓸이해가는 씁쓸한 현실을 고발한다. 삶의 당연한 과정으로 노화와 죽음을 바라보는 철학이 실종되고, 그 대신 ‘삶 vs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늙어가는 것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가 퍼져나가기도 한다.

건강해야 마땅한 청년들이
쓰러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가짜 환자의 마지막 유형은 병원이 아닌 사회가 치료해야 하는, 즉 장시간 노동과 경쟁이 빚어낸 과로성·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이다. 대표적 사례로 저자는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폭증하는 대사질환과 정신질환을 꼽는다.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건강한 식이 섭취와 운동을 위한 활동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비만·대사증후군 등 대사질환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증·불면증 등 여러 정신질환과 여기서 비롯한 신체적 증상 역시 “노동시간에 비해 보수와 복리 후생이 충분하지 못하고 고용 불안정이라는 위협이 끊이지 않는”(이상 8면) 사회적 문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러나 환경적 여건을 도외시하고 병원에서만 답을 구할 경우 불필요한 검사와 투약 등이 오히려 환자를 더 나쁜 결과로 내몰 수 있다. 실제로 저자는 섬유근통과 신체화장애 환자들을 예로 들면서 “거의 모두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가족 간의 불화, 직장 내 괴롭힘 등 환경 요인이 있었”(40면)다며, 이때 환경 요인을 개선하지 않고 무리하게 약만 처방받다가 마약성 진통제 복용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우려한다. 아프지 않아야 마땅한 젊은이들이 경쟁적 사회 환경과 타성적 의료 관행 속에서 환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3분 진료, 과잉 진단, 공공의료 붕괴…
병에 걸린 건 환자가 아니라 의료제도와 한국사회

가짜 환자가 양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저자는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환자를 이해하는 ‘진찰’ 행위의 가치가 너무나 평가절하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진료의 기본이 되는 진찰에 대한 보상과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 간의 차이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에서 유독 현격하다. 1970년대에 의료보험을 도입할 당시 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가 매우 낮게 책정되었음에도 이후 정부들은 정치 셈법에 따라 수가 체계를 손보기보다 각종 검사와 신약에 대한 보상을 후하게 해주는 정책을 취해왔다. 이에 따라 의약산업 자체가 자본 질서에 의해 정밀검사, 예방치료, 신약 개발 등의 이름으로 환자를 만들어내는 기형적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양대 재벌 병원의 등장과 뒤이은 소비주의 행태는 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더불어 IMF 이후 신자유주의의 쓰나미와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나 하나 아프면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들어진다’는 벼랑 끝 심리를 자극하여 개인들로 하여금 건강에 집착하게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제도적·사회적 왜곡을 먼저 바로잡아야만 3분 진료, 과잉 진단, 공공의료 붕괴 등 오늘날 맞닥뜨린 문제적 의료 실태가 개선되고 환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것이라며, 이 근본 과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논의를 촉구한다.

“완벽한 건강 대신 행복한 삶을 처방합니다”
30년 경력 의사가 전하는 슬기로운 의료 활용법

저자는 완벽한 건강을 추앙하게 만드는 “현대사회와 현대 의료가 오히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어떻게 방해하는지”(10면) 실증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조곤조곤 독자를 설득한다. 나아가 ‘완벽한 건강’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어딘지 조금은 불편한 데가 있는 것 같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행복한”(11면) 생활을 구가하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라며 오늘날의 과잉된 건강 패러다임을 반추하게 한다. 실제로 저자는 신체화장애를 겪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에게 진통제 대신 “매주 한시간씩 누워 있는 시간 줄이기”(35면)를 처방하고, 치매를 앓는 노인과 그 가족에게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 대신 돌봄을 누가 어떻게 어디까지 맡을 수 있을지 구성원끼리 기준을 터놓고 상의해보기를 권한다.

독자들이 당장 따라 해보고 도움받을 수 있는 건강관리 및 병원 이용 ‘꿀팁’도 곳곳에 가득하다. 30년 임상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의사와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 방법과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들일 때 필요한 마음가짐을 일러주고, 과잉진단 되기 쉬운 질환과 그 이유, 노인성 질환의 일상 관리 비법 등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들에 대한 답변도 사려 깊게 담아냈다. 환자 만들어내는 사회에서 과잉 의료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건강을 지키고 싶은 이들을 위한, 깊은 통찰이 담긴 처방전이자 쓸모 있는 실천 지침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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