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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썩지 않는 시체, 비밀을 숨긴 여자들
17세기 로마를 뒤흔든 독살 스캔들

1659년, 지독한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로마. 사망 후에도 시신이 부패하지 않고 산 사람처럼 혈색을 유지하는 기이한 죽음들에 대한 괴담이 도시를 잠식한다. 마술과 미신에 사람들이 현혹될 것을 경계한 교황청은 출세를 열망하는 젊은 수사 판사 스테파노에게 밀명을 내려 조사를 시작하고, 그 결과 이 기이한 죽음들이 모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약물에 의한 독살임이 밝혀진다. 관련된 자들을 하나씩 감옥에 가두던 스테파노는 모든 단서가 로마 서쪽 강변에서 비밀스럽게 약초 정원을 가꾸는 여인 지롤라마에게 이어진다는 것을 밝혀낸다. 하지만 진실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상황에서 모든 증인이 입을 다물고, 독약 제조법이 담긴 ‘비밀의 책’의 행방 또한 미궁에 빠진다. 학대받는 아내들을 위해 지롤라마가 제조한 것은 신의 심판을 대신할 독약이었을까, 아니면 파멸을 부르는 주술의 매개였을까. 그리고 모든 진실을 담은 ‘비밀의 책’은 과연 어디에 숨겨져 있는가. 추락한 권위를 회복하려는 교회의 가혹한 정의와, 생존을 위해 독약을 쓸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은밀한 연대가 충돌한다.

《비밀의 책》은 평민층부터 귀족층 깊숙한 곳까지 연루되어 6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17세기 로마 사회를 뒤흔든 실화 ‘아쿠아 토파나 사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압도적인 고딕 스릴러이다. 역사가 단지 ‘악녀’로만 기록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낸 눈부신 서사는, 장르적 완성도와 깊은 주제 의식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2025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최고상인 골드대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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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비밀의 책

작가의 말
참고 자료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안나 마촐라
197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런던법학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인권 및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실제 역사적 사건에 장르적 상상력을 더한 독보적인 역사 범죄 소설들을 선보이며 현대 영국 문단의 중요한 목소리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발표한 첫 소설 《보이지 않는 자(The Unseeing)》는 19세기 런던의 실화 살인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에드거상 페이퍼백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가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18세기 파리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을 다룬 《시계태엽 소녀(The Clockwork Girl)》(2022)가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1938년 파시즘 치하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 《속삭임의 집(The House of Whispers)》(2023)으로 핑거프린트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작가로 발돋움한다.
2024년 발표한 《비밀의 책(The Book of Secrets)》은 17세기 로마의 실제 독살 사건을 치밀하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2025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최고의 영예인 골드대거상을 수상했다. ‘안나 샤프’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변호사 경험을 녹여낸 법정 스릴러 《익사 노트(Notes on a Drowning)》(2025)와 《라이 포 유어 라이프(Lie for Your Life)》(2026)를 발표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자 : 유소영
전문 번역가이며 포항 출생으로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했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첫 번째 이야기 『본 컬렉터』부터 전담으로 번역하고 있다. 번역 책으로는 딘 쿤츠의 『사일런트 코너』, 『위스퍼링 룸』, 로버트 브린자의 에리카 경감 시리즈 『나이트 스토커』, 클리브스의 형사 베라 시리즈 『하버 스트리트』, 존 르 카레의 『민감한 진실』 『나이트 매니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전담으로 번역하였으며,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자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법의관』, 『하트잭』, 『시체농장』, 『데드맨 플라이』를 우리말로 옮겼다. 그 밖의 역서로 존 스칼지의 『무너지는 제국』, 『타오르는 화염』, 리처드 모건의 『얼터드 카본』, 존 딕슨 카의 『벨벳의 악마』, 발 맥더미드의 『인어의 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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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나 마촐라
번역 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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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남편의 폭력과 교회의 방조 아래 맨몸으로 내몰린 하층 여성들에게 세상은 거대한 감옥이었다. 이 소설은 홀로 고립된 채 막다른 길에 다다른 여자들이 생존을 위해 택했던, 가장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탈출구를 서늘하게 재조명한다.”
_유소영(옮긴이)

아내를 학대한 남자들 그리고 남편을 독살한 여자들
무색무취하고 치명적인, 독의 이름은 아쿠아

1659년 로마는 전염병이 휩쓸고 간 직후의 폐허 위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사랑마저 메말라버린 비정한 도시였다. 바티칸은 땅에 떨어진 교회의 권위를 세우고자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고 엄격한 법을 내세워 사람들을 옥죄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병에 걸려 죽었다기엔 얼굴색이 지나치게 좋고 시신이 썩지 않는 기이한 죽음들이 잇따른다. 당국은 이를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고 수사 판사 스테파노 브라키에게 은밀한 조사를 맡기는데, 그 끝에서 마주한 진실은 남편의 매질과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들이 선택한 무색무취의 독약 ‘아쿠아’였다.

당시 여자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남편의 가정 폭력을 견뎌야 했고, 그러다 목숨을 잃더라도 사회가 이를 모른 척할 만큼 인권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이처럼 출구 없는 절망 속에서, 아쿠아 제조법의 유일한 계승자 지롤라마 스파나는 그녀를 따르는 여인들과 연대하여 《비밀의 책》을 지키며 고통받는 아내들을 위한 비밀 조직을 움직인다. 법과 교회가 외면한 자리에서 그녀들이 나눈 지식과 독약은 단순한 범죄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처절한 생존 전략이었다.

썩지 않는 시체들이 남긴 기괴한 질문
죄 없는 살인자들을 마주한 판사의 흔들리는 정의

젊고 유능한 수사 판사 스테파노 브라키는 권위적인 집안에서 차별받던 누이들을 보며 자란 탓에 여자를 소모품처럼 대하는 당대의 분위기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성공을 향한 뜨거운 야망을 품고 독살 사건을 추적하는 그이지만 수사가 깊어질수록 총독의 조사가 정의가 아닌 가톨릭 중심의 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적 폭력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평민에게는 가혹하고 귀족에게는 너그러운 법의 이중성 앞에서, 그가 믿어온 정의의 근간은 뿌리째 흔들린다. 살인은 절대적 죄악이라는 법의 원칙과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독을 든 약자들의 현실 사이에서 스테파노는 방황한다. 권력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법의 칼날이 진정 향해야 할 곳을 자문하며, 자신만의 정의를 찾기 위해 치열한 고뇌를 이어간다. 냉철한 수사관의 시선과 인간적인 연민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심리적 서스펜스는 소설 후반부를 묵직하게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동력이 된다.

철저한 고증과 독창적 변주가 빚어낸 팩션(faction)
역사가 악녀로 기록한 이들의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하다

안나 마촐라는 역사 속에 매몰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스릴러라는 장르로 꾸준히 복원해온 작가다. 실제 사건에 소설적 재미와 독창적인 변주를 더해 팩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비밀의 책》 역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지롤라마를 비롯한 여인들에게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작가는 역사가 그저 ‘악녀’로 기록하고 지워버린 존재들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내며, 낡은 기록의 틈새를 파고드는 치밀한 상상력으로 남성들의 시선에 갇혀 있던 사건의 이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장르적 쾌감과 묵직한 주제 의식을 인정받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골드대거상을 거머쥔 《비밀의 책》은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범죄자가 된 약자들을 법은 과연 심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피할 수 없는 질문 끝에 이름 없이 사라질 뻔한 존재들의 삶을 놓아둠으로써, 잊혔던 이들의 목소리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서늘하고도 긴 여운으로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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