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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여러 개의 리듬으로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초상 · 555
저자 소개
저자 : 올가 토카르추크 (Olga Tokarczuk)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1962년 1월 29일 폴란드 술레후프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이다.
등단 초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데뷔작인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은 폴란드 출판인 협회 선정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E. E.』(1995)와 『태고의 시간들(Prawiek i inne czasy)』(1996) 발표 이후 1997년에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 『태고의 시간들』은 폴란드 시사 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도서’로도 뽑혔다.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 흐름을 따르지 않고, 짤막한 조각 글들을 촘촘히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특유의 스타일은 『낮의 집, 밤의 집』(1998)으로 이어졌다. 이후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100여 편의 에피소드들을 기록한 모음집인 『방랑자들(Bieguni)』(2007)을 발표해 2008년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8년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학계에 크게 회자되었고, 영어판 『Flights』로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2009년에 발표한 추리소설 『죽은 자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2017년에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의 영화 [흔적(Pokot)]으로 각색돼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이후 발표한 『야고보서』(2014)는 니케 상과 스웨덴의 쿨투르후세트 상을 받았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에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2010년에는 폴란드 문화훈장 은메달을, 2013년에는 슬로베니아의 국제문학축제에서 시상하는 빌레니카 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낮의 집, 밤의 집』이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최종심에 올랐고 2015년에 독일-폴란드 국제 교류상을 수상했다. 현재 노바루다 근처의 작은 마을에 살며 집필 활동과 더불어 루타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다.

역자: 최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 『태고의 시간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다정한 서술자』를 비롯하여 『끝과 시작-쉼보르스카 시선집』과 『충분하다-쉼보르스카 유고시집』, 『쿠오 바디스』, 『코스모스』,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등이 있으며,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과 『흡혈귀-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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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서사적 상상력의 한계를 확장하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정수가 담긴
열아홉 편의 이야기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는 제목 그대로, 마치 여러 개의 북을 동시에 연주하듯 다양한 템포의 이야기들과 서로 다른 음색의 서사들을 펼쳐 보이며 독자의 감각을 뒤흔든다. 고정된 자아를 잠시 내려놓고 세계의 박동에 자신을 내맡기는 태도,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이 제안하는 미학이다.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단언하는 대신, 토카르추크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리듬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을 통해 올가 토카르추크는 불협화음인 듯하면서도 하나의 연주로 어우러지는 여러 개의 북의 합주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새로운 소설을 집어 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모험을 겪게 되는 추리소설 애호가부터, 1981년 12월 12일 폴란드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바르샤바를 헤매는 영국인 교수, 은퇴 후 낡은 건물을 사서 극장으로 만들어 홀로 춤을 추는 나이 든 발레리나,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듯한 종말을 마주한 한 부부와, 낯선 도시에서 울려 퍼지는 북들의 연주에 동참하며 ‘나’라는 존재를 새로이 찾아가는 신원 미상의 서술자의 이야기까지. 열아홉 편의 단편들은 작가와 독자뿐 아니라 작가와 서술자, 나와 타인, 진실과 허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공식적인 역사에서 다루지 않는 주변부의 삶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기록하며, 일상과 자아를 해체하여 인간 존재와 세계의 가변성을 담아내는 등 토카르추크 세계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내게는 서술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육관 같은 책이었다.”
토카르추크 문학의 본질을 이루는 ‘서술자’에 대한 탐구

한 대학 강연에서 토카르추크는 자신의 초기 단편들을 엮은 이 책을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서술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육관 같은 책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세상에 관해 서술하는 방식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야기를 기록하는 관점에 따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달라질 수 있기에,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줄 새로운 유형의 서술 방식과 서술자의 등장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더 풍부하고 광대해진 문학 세계를 완성한 창작자가 된 그 시점에 토카르추크가 방점을 찍은 곳에는, 이야기 자체가 아닌 그것을 전하는 목소리, 즉 서술자에 대해 천착하기 시작했던 오래전의 이 초기 작품집이 놓여 있었다.

작가가 ‘훈련’이라고 칭했을 만큼 이 단편집에는 다양한 서술자가 등장한다. 예컨대 어느 단편에서는 읽기와 쓰기, 현실과 허구 사이의 복잡한 관계성을 드러내고 작가가 일방적으로 모든 서사를 통제하는 전통적인 서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독자인 서술자가 직접 소설 속으로 침투한다. 어떤 서술자는 모든 존재 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마치 진리를 설파하듯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야기를 통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이 극명히 달라지는 형식적 실험을 이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술자’ 정체성 속에서 찾은
새로운 인간 존재 방식―
유사성을 통한 다정한 유대

‘서술자’에 대한 올가 토카르추크의 탐구는 표제작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에서 하나의 해답을 찾은 듯하다. 이 이야기의 서술자는 “마술사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듯 서로 다른 존재들을 내 안에서 언제든 꺼”내어 필요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하나의 자아에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른 자아가 되는 이 서술자는 어느 특정 성별이나 민족, 사회적 지위와 같은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우리가 “끊임없이 흔들리며 매 순간 다른 자신을 연주하듯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렇듯 흔들리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서로 교차하며 유사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진실을 드러낸다.

세상 도처에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그저 관점의 차이일 뿐, 모든 존재는 서로 닮아 있다고. 유사성은 사물들을 연결하여 정교한 그물처럼 엮고, 부드러운 질서 속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세계의 뒤엉킨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_534쪽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 중에서

열아홉 편의 이야기를 전하는 각각의 다채로운 목소리는 마지막 표제작에 이르러 어느 곳에나 스며들 수 있고 누구든지 될 수 있는 서술자로 결합한다. 이 책을 펼치면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은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서술자들 간에 오가는 대화 소리이자, 한 서술자 안에 존재하는 여러 자아가 충돌하는 소리이다. 이야기들을, 우리와 이야기를, 또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유사성을 담고 있는 이 어지러운 목소리의 합창은 올가 토카르추크가 문학을 통해 닿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지, 서로와의 다정한 유대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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