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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위기의 시대의 비평

I
한야의 소년들
먹고 먹히는 소녀들
오페라 유령
끝장내버려
나쁜 년!

II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에 관하여
나쁜 TV
핑크
중국 뇌

III
사이코 분석
아무도 원치 않아
메트로 골드윈 마이라
끼리끼리
무대 뒤의 천사
여성에게 투표를
오 노

IV
권위

V
가짜 신성
울부짖는 나라
병가
혼합 은유
있을 법한 사람들
당신이 결정해야지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안드레아 롱 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1992년생 작가이자 비평가. 2018년 《n+1》에 발표한 데뷔 에세이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에 관하여On Liking Women〉로 트랜스젠더 연구의 제2물결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이후 문화비평 전반에서 활동하며 2023년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추가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를 파고드는 비평을 쓰며, 복잡한 사회적 이슈를 여러 문화적 렌즈를 통해 탐구”한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2019년 출간된
첫 에세이집 《피메일스》는 람다문학상 트랜스젠더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역자 : 허원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주로 인문·사회 분야의 책을 만들어왔다. 옮긴 책으로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우리는 모두 불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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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또 PC야?”라는 문장 앞에서 어떻게 창작하고 비평해야 하는가?
‘정치적인 것’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모두가 자유롭게 무엇이든 비평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대, 비평은 존재 위기를 맞았다. 모두가 비평할 수 있는 오늘날, 좋은 비평은 무엇이며 왜 필요할까? 이 책에서 롱 추는 이 시대의 젊은 비평가로서 문화예술 비평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이 좋은 비평·비평가인지를 진지하게 논한다.

특히 롱 추는 미투 운동 이후 들불처럼 일어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워크니스(wokeness)’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자유주의자들과 예술만의 불가침적 자유와 순수성을 말하는 예술가·비평가들에게 일갈하며 예술의 ‘세속성’에 대해 역설한다. 그는 “결국 비평가는 언제나 사회 비평가”라고 말하면서 정치적인 비평을 옹호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만약 비평이 정말로 하나의 예술이라면,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저급하고 가장 구체적인 예술일 것이다.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반드시 기능적이어야 하는 것.” 롱 추에게 비평이 지닌 ‘기능’이란 바로 천상의 예술과 지상의 세상을 연결하는 세속성이다. 그는 동시대 작가·작품의 사회적 맥락을 파고들어 작품의 정치적 위치와 욕망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상징적인 사건 전후, 백래시와 파시즘의 광풍 속에서 우리 사회는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예술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이들은 예술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며, 있는 그대로 존재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롱 추는 정치와 예술은 별개라는 명제를 거부하고, 치명적인 유머 감각과 논쟁을 불사하는 명쾌함으로 좌파가 어떻게 냉소주의자나 기계적 중립을 말하는 이들에게 휘말리지 않고 문화비평에 임할 수 있는지 시범을 보인다. 그는 예술 속 “정동의 물길을 따라 흐르는 사상이 가진 살아 움직이는 성격”을 꿰뚫어보며, 그것이야말로 비평가가 예술과 세상,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기 위해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책무라고 생각한다. 롱 추는 이렇게 쓴다. “예술가는 원하는 만큼 찬란한 창조의 천국으로 올라가도 좋다. 그를 땅으로 다시 끌어내리는 일은 비평가에게 달려 있다.”

이 책에는 소설, 논픽션, 드라마, 뮤지컬, 비디오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를 아우르는 롱 추의 ‘동시대적’ 비평이 잘 드러나 있다. 게이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리틀 라이프》를 쓴 한야 야나기하라의 인물관을 신랄하게 분석하고(〈한야의 소년들〉), 《아르고호의 선원들》로 지성적인 에세이스트로 자리매김한 매기 넬슨의 새로운 저작을 안일하다고 비판하는(〈나쁜 년!〉) 등 롱 추는 실시간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지켜볼 수 있는, 동시대 작품을 ‘까는’ 비평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뮤지컬극의 형식을 역사화하고(〈오페라 유령〉) 〈라스트 오브 어스〉를 통해 비디오 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예술성을 칭송하는(〈끝장내버려〉) 등, 오늘날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콘텐츠를 직시하고 장르를 뛰어넘어 예술의 범위를 넓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의 비평에는 작품의 정치적 맥락을 파악해 예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우리가 그것을 통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말하는 힘이 있다. 롱 추의 글에는 차별과 혐오, 백래시와 파시즘, 전쟁과 대량 학살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위기에 비추어 작품을 어떻게 읽어내고 해석해야 하는지, 오늘날 예술과 문화적 표현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과 명확한 비평론이 담겨 있다. 오테사 모시페그의 소설 속 모순과 그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며 작가가 독자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하고(〈가짜 신성〉),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의 소설의 계보를 역사화하며 인종적 경험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며(〈혼합 은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개인적 정체성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도 존재하게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있을 법한 사람들〉). 설령 롱 추를 잘 모르는 독자라도 그의 명쾌한 글을 읽으면 좌파적 정치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비평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어떻게 작품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사회로 끌어들여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성별·인종·성적 지향·정치적 성향 등을 둘러싼 ‘정체성 정치’ 시대를 넘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예술과 비평의 모습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롱 추를 세상에 알린, 퀴어-트랜스-페미니스트로 살아오며 쓴 초기 에세이들도 수록되어 있다. 트랜지션 경험이나 조울증 치료에 관한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비평하는 글에는 냉소적이면서도 진솔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 롱 추가 가장 천착해 있는 주제이자 자주 사용하는 비평적 관점인 ‘욕망’과 ‘실망’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

읽는 이가 ‘관점’을 갖게 하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만드는 날카로움!
지금 여기, 가장 급진적이고 중요한 안드레아 롱 추의 첫 비평집

롱 추가 쓰는 비평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은 특유의 과감함과 공격적인 문체로 무장하고, 그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매료시키고 몰입시킨다는 점이다. 롱 추의 신랄한 비평을 읽다 보면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주장에 대비해 스스로의 ‘관점’을 세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의도하고 또 믿는 비평의 효능이다. 롱 추는 비평 하나가 사회 전반을 변화시킨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그는 비평이 독자가 어떤 주제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의 글은 독자를 논쟁이라는 링 위로 끌어올리고, 자신의 입장을 정해 주먹을 쥐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작품과 작가 그리고 시대에 대한 찌르는 듯한 비판을 읽는 데서 오는 짜릿함, 확고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입장을 전개하는 작가를 지켜보는 즐거움, 위트 넘치는 문장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상 초유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 동시대 문화예술과 콘텐츠를 마주할 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정치적 현실 속에서 인식하고 해석하며 비평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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