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10년간의 축적과 3부작의 완결
그런 점에서 본서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고구려 주니어 포럼’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다. 이 포럼은 국경과 언어, 학문 전통의 차이를 넘는 토론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문제의식을 형성하고 연구 방법을 확장해 온 학술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10년간 축적된 63편의 발표는 단순한 연구 성과의 집적을 넘어, 서로 다른 학문 전통 간의 대화와 조정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이미 『소장학자들이 본 고구려사』(2018), 『경계를 넘어서는 고구려·발해사 연구』(2020)로 출간된 바 있으며, 이번 『고구려·발해 연구의 최전선』(2026)은 그 연속선상에서 기획된 세 번째이자 마지막 결과물이다.
따라서 본서는 개별 연구 성과의 집합을 넘어, 10년간의 공동 연구를 정리하고 향후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결산적 성격을 지닌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본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고구려·발해 연구를 연구사, 제도사, 국제관계사, 고고학의 네 축에서 체계적으로 조망한다.
제1부 「동아시아 고구려사 연구의 성과와 전망」은 한국, 중국, 일본, 북한 각국 학계의 연구 동향을 비교·검토하며, 고구려사 연구가 정치사 중심 서술에서 사회구조와 제도, 대외관계로 확장되어 온 흐름을 정리한다. 이를 통해 국가별 연구 경향의 특징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공동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제2부 「고구려의 국가 운영과 제도」는 고구려의 정치·행정 체계를 제도사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부의 연구들은 지방 지배, 외교 전략, 행정 체계, 주민 통합 등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검토함으로써, 고구려 국가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제3부 「국제관계 속의 고구려·발해」는 기존의 주변적 인식을 넘어, 두 국가를 동아시아 국제질서 속의 능동적 행위자로 재구성한다. 사료의 형성과 서술 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토대로, 정보 수집, 외교와 군사 전략, 제도의 수용과 변용 등을 분석함으로써 고구려와 발해의 선택이 국제관계 속에서의 전략적 움직임이었음을 드러낸다.
제4부 「고구려·발해 유적 조사와 새로운 역사상」은 고고학적 성과를 통해 문헌 중심 연구의 한계를 보완한다. 고분, 성곽, 유적의 구조와 분포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공간 인식과 지배 구조를 복원하고, 물질 자료와 텍스트를 결합한 연구 방법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고구려ㆍ발해 연구의 새로운 출발점
본서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공동 연구의 성과를 정리하는 동시에, 고구려·발해 연구의 향후 방향을 제시한다. 필자들은 연구가 주도권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유에 기반해야 하며, 단선적 해석을 넘어 다층적 접근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실제 연구로 확장될 경우, 고구려·발해사 연구는 기존의 국가 중심 서사를 넘어 보다 넓은 동아시아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고구려·발해 연구의 최전선』은 그러한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후 연구의 출발점을 제시하는 저작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