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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루카 토르톨리니
이탈리아에서 이야기를 쓰고 가르치며 고양이와 정원, 그리고 책을 사랑하며 지냅니다. 신비로운 것들을 이해하고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매일 글을 씁니다.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으로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을 받았고, 『엄마 몰래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으로 프레미오 안데르센 최우수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 : 마야 셀리아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나 크로아티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이탈리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에 이탈리아 대표 작가로 참가했습니다.

역자 : 한규민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이어이문학과에서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문학화한 희곡이라고 평가받는 『만드라골라』에 관한 논문으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탈리안 패션 데이즈 인 코리아에서 2021년과 2023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통역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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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계절을 따라 흐르는 정원의 시간

어릴 때는 계절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고 느끼곤 한다. 봄이 오면 벚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매미 소리가 들리고, 가을에는 낙엽이 쌓이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봄을 느끼기도 전에 더위가 찾아오고, 가을 낙엽이 금방 눈으로 덮이는 날들을 겪으면서 계절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그림책 속 정원도 그렇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변화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확실하게 끊어지지는 않는다. 정원은 계절을 나누지 않고 그저 흐르게 둘 뿐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계절을 구분하기보다 계절이 변하는 흐름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지금이 어떤 계절인지 알아내기 위해 집중한다. 지금이 견뎌야 하는 시기인지, 쉬어야 하는 시기인지 구분하고 위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든 순간은 하나의 흐름 속에 이어져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처럼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하는 것에 귀 기울이면 어떨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계절이나 때가 아니라 그 사이를 흐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변화 속에서도 끝내 남아 있던 것들의 가치

익숙한 장소가 왠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알고 있는 곳인데 많은 것이 바뀐 느낌이다. 거리의 가게 간판, 가게 앞의 사람들을 비롯해 모든 풍경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곳을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그 이유는 아마 그 안에 남아 있는 어떤 감각 때문일 것이다.
이 그림책 속 정원 역시 끊임없이 변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이 달라지고 생명들의 움직임도 바뀐다. 어떤 순간은 활기차지만 한순간에 고요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지속되는 것이 있다. 정원을 지키는 조각상이다. 그는 늘 같은 자리에 머물며 정원의 변화를 지켜본다. 가만히 있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정원의 변화를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이 조각상이다.
이 책은 마지막 장면에서 변화 그 자체보다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지속에 대해 이야기한다. 만약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변화는 단순한 소멸에 불과하다. 계속해서 바라보고, 기다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변화는 의미를 갖는다. 덕분에 정원은 그렇게 끊임없이 달라지면서도 같은 장소로 남을 수 있었다. 우리의 삶에서도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변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 가장 조용한 방법

정원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움직임들이 있다. 꿀벌이 지나가는 소리, 나비의 날갯짓,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낮과 밤 사이에서 변하는 빛의 흐름 같은 것들이다. 겉으로 보면 그저 지나가는 풍경처럼 보이지만 시선을 오래 두고 바라보면 그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그림책은 그런 장면들 속에 아주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그 모든 것은 관심을 갖고 느리게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시간은 그저 감각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책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뭇잎 아래에서 작은 곤충들이 무언가를 옮기는 장면,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들을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닌 흔적들, 때로는 힘을 모아 무거운 통나무를 움직이는 장면. 얼핏 보면 단순한 상상력처럼 보이지만 그 움직임들은 정원 속 조각상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이 장면들을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빠르게 지나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선을 오래 두고 천천히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닮아 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다는 것은 어쩌면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변화들을 놓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서두르지 않고 오래 바라보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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