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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비평의 쓰임과 운명에 대하여
타협으로서의 비평
자가 진단으로서의 비평
미운 오리 새끼로서의 비평
아주 조금 있는 문학
결과로의 환원
시적이라는 말의 쓰임과 운명에 대하여-『별세계』의 시 몇 편을 중심으로

2부 충분히 있고 무한히 많이 있는
마틸드와 함께 김수영을
예외적인 것의 완전한 포기
Quiz. 그래서 이 시의 '나'는 앙코르 와트에 입성을 했을까 못 했을까?
모든 것들의 평면-박솔뫼, 『인터내셔널의 밤』
낭만적인 개들-금정연, 『서서비행』
충분히 있고 무한히 많이 있는 희망-정지돈, 『인생 연구』
자가 진단으로서의 소설-김유림, 『갱들의 어머니』
미래가 너무 가까이 있다-김홍, 『엉엉』
그래도 사랑해-민병훈, 『금속성』
만들어진 세계를 사랑하기-리처드 브라우티건, 『워터멜론 슈가에서』

부록
박탈당할 수 없는 것
독립 출판, 변증법, 패터슨

발표 지면
저자 소개
저자 : 강보원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 산문집 『에세이의 준비』,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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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비평의 쓰임과 운명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이란 무엇일까?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이 말하는 문학의 형식을 폭넓게 말하자면 "매체적 조건이나 관습" 등으로, 이러한 형식은 그에 따른 "내용적 지향"을 갖는다. 이는 문학이라는 담론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따라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강보원은 이 "이유 없음"을 오히려 주목하고자 한다. 그것을 주목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기에 어떠한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을 수 있는 문학, 그렇게 "잘 들리지는 않는 말의 형식 중 하나로서의 문학", 그것을 강보원은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이라고 말한다.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은 부분적으로 그리 많이 읽히지 않는 책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적게 팔리거나 적게 읽힌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문학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이해되지 않는 말이라 해서 반드시 그 말을 우리 사회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러한 정당성을 특별히 지니고 있지 않고, 지녀야 할 이유도 없지만 어쨌든 잘 들리지는 않는 말의 형식 중 하나로서의 문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는 산발적이고 파편적인 방식으로나마 우리가 그러한 형식과 어떤 유의미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했다." (강보원, 「서문」 중에서)

『아주 조금 있는 문학』 1부의 소제목이 가리키는 "비평의 쓰임과 운명"은 이러한 "아주 조금 있는 문학"에 복무한다. 이 책은 비평을, 나아가 문학을 바라보는 상대적으로 '조금 있는' 관점과 태도를 드러내면서, 비평적 전개를 통해 이 '조금 있음'을 남겨 간다. 책을 여는 첫 글 「타협으로서의 비평」은 비평이라는 글쓰기 형식이야말로 타협을 직접적으로 의식하고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비평이 타협하지 않는 글쓰기여야 한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글에 따르면 비평가는 구분할 줄 모르는 자로서, 다만 구분하기 위한 기준이 결여되어 있음을 생각하는 이이다. 이를테면 누군가에게 보편성이 없을 때, 즉 누군가의 보편적이지 않은 선택을 접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보원은 "우리가 타인을 그냥 좀 내버려두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묻는다. 이러한 '내버려두기'는 각자가 나름대로 가지고 있을 자신의 신념과 타협해 가면서, 즉 자신이 일관되지 않은 사람이 되어 감을 받아들여 가면서 이루어진다. "모두가 나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그 생각" 다시 말해 보편성이라는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도 지킬 수 있는,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각자의 '작은 것'. 그것이 타협으로서의 글쓰기인 비평을 통해 얻게 되는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의 부분이다.

이후 펼쳐지는 비평의 여러 국면은 여러 갈래이면서 결과적으로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문학에 대한 결정적인 사랑으로 읽힌다. 강보원은 문학을 둘러싼 모종의 오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오해 내지 비난 혹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던 문학의 어떠한 속성이야말로 문학을 이루는 핵심임을 설파한다. 문학이 문학이기에 지적받게 되는 속성은 이 책에서 문학에 궁극적으로 필요한, 문학의 핵심으로 이해된다. 이를테면 '문학성'이라는 말이 그러하다. 문학에 본질적인 혹은 내재적인 '문학성'은 문학이 갖는 '이질성'이며, "서로 다른 두 담론의 이질성"은 "대화의 조건"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내재적 문학성"이자 "본질적 문학성"은 문학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된다. 더불어 '자가 진단'이라는 말 역시 정당성 없는, 이해될 수 없는 말의 형식으로서 비평의 속성으로 간주된다. 자가 진단으로서의 비평은 "어떤 한 작품을 위해 아직 쓰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쓰일 수 없는 법을 창안"하며, 이 법은 "보편적으로 편파적이며 따라서 어떤 정당성이나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고, 이에 따라 말해진 "사랑" 역시 그러하다. "도대체 문학과 같은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 착각" 속에 기꺼이 머물며, "백조가 되는 것을 미루고 지연시키는 날갯짓에 가까울", 미운 오리 새끼로 착각되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의 '비평이라는 쓰기'는 그렇게 자신의 이유 없는 사랑을 향해 간다. 그러면서도 강보원은 (오규원을 따라) 문학을 "할 만한 일 가운데 하나"로 한계 지어 바라보는 태도를 견지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문학은 어떤 특정한 생각"이며 "그 생각은 다른 생각들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다시 한번 밝혀 둔다.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은 문학과 비평을 향한 여러 오해를 풀어 나가는 지나가는 사랑의 과정이면서, 그럼에도 남아 있는 잔여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다가올 사랑의 과정에 열려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이 되지 않는 말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촉발하는 이질성을 사유해 보자고 권한다. 이러한 사유를 위해, 무언가는 풀려야 할 문제이겠지만, 무언가는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것을 문학이라는 형식이 우리에게 안기는 질문이자 비평이 쓰이는 방식이고, 그 운명이라고 말해 본다.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은 워크룸 한국 문학 '입장들'의 여섯 번째 책으로, '입장들'의 세 번째 책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를 쓴 소설가 정지돈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강보원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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