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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옥분뎐傳!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책을 마치며
저자 소개
저자 : 권영준
극작가 겸 연출가 권영준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독일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다. 「메이에르홀드의 생체역학 훈련과 Noh(能)의 신체 훈련을 통한 배우 활용 방법의 특성 비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득한 후 연출 작업을 했으나, 지금은 오롯이 희곡 쓰기와 이따금 끄적대는 소설 작업을 즐기고 있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페드난도 아라발의 〈기도祈禱〉를 재구성한 〈아담의 꿈〉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의 〈피의 결혼Bodas de sangre〉 창작극 〈꽃님 이발관〉 2006년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주제 공연 〈열풍 변주곡〉이 있으며, 희곡 작품집으로는 『에께오모ecce homo』 『립笠, 명鳴!』 『모심에 가시난 듯』과 장편소설 『칼이 피다』 『거기. 그가. 있다.』 『동시상연집』이 있다. 62회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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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책은 극작가 권영준의 대표 희곡 세 편을 통해 한국적 삶의 정서와 관계의 결을 무대 언어로 치밀하게 직조해 낸 작품집이다. 이에 이어 살펴볼 세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서사와 형식을 취하면서도, 기억·가족·상실이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색한다.

먼저 「나, 옥분뎐傳!」은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수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딸과 그를 기다려 온 어머니의 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변두리의 낡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떠남과 남겨짐’의 시간, 그리고 언어와 문화의 단절이 만들어내는 거리감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사투리와 외국어가 교차하는 대사는 인물들 사이의 어긋남과 긴장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그 틈을 메우려는 정서적 몸짓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특히 일상의 소소한 대화 속에 스며든 과거의 상처와 죄책감, 그리고 뒤늦은 이해의 가능성은 이 작품을 깊이 있는 인간 드라마로 확장시킨다.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보다 상징적이고 시적인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내면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바다를 오른다’는 역설적 이미지 자체가 이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 이는 현실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욕망과 도전, 혹은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은유한다. 인물들은 구체적 사건보다는 감정과 기억의 흐름 속에서 움직이며, 장면들은 단선적 서사보다 파편적이고 리듬감 있게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언어는 설명의 도구가 아니라 감각과 정서를 환기하는 매개로 작동하며, 관객과 독자는 인물의 내면에 보다 직접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연극이 서사를 전달하는 매체를 넘어 감각과 사유를 환기하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는 제목이 암시하듯, 정지와 단절의 시간에서 다시 생명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겨울이라는 시간은 상실과 고립, 혹은 관계의 단절을 상징하고, 봄으로의 전환은 회복과 변화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비교적 서사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인물의 내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된다. 특히 관계의 균열과 그 복원 과정을 통해 인간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묻는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다시 연결을 시도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절망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만든다.

이 세 편의 작품은 형식과 서사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모두 ‘살아 있는 인물’과 ‘지금-여기의 언어’를 통해 인간의 관계와 시간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궤를 이룬다. 권영준의 희곡은 과장된 극적 장치보다 생활의 결에서 길어 올린 언어와 상황을 통해 인물을 구축하며, 그 안에서 한국 사회의 정서와 기억의 층위를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이 희곡집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한국 연극이 다루어야 할 주제와 표현의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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