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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근원으로의 여정
2부 통과의 여정
3부 회복의 여정
4부 해방의 여정

감사의 말
주

추천의 글 1 | 정희진
추천의 글 2 | 김순남
저자 소개
저자 : 에이먼 돌런 (Eamon Dolan)
에이먼 돌런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집자 중 한 사람이다. 창조론의 허울을 예리하게 논증해 과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미국식 먹거리 산업의 부조리와 위험성을 파헤쳐 건강한 식생활 운동의 전환점을 제공한 『패스트푸드의 제국』 등 그가 편집한 도서들은 논란의 중심에서 통념과 맞서며 사회와 독자 대중의 사고 변화를 가져왔다. 『만들어진 신』 출간 이후 도킨스로부터 ‘책의 주제를 깊이, 지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비판과 조언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 편집자’라는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했다.

『가족 해방』은 돌런의 첫 저서로, 자신과 같은 문제의식을 품은 저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본인이 직접 집필한 책이다. 성역에 도전하는 지적 논픽션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그가 이번에는 가족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심리학이자 사회학이며 통렬한 자기고백이기도 한 이 독특한 형식의 책은 관계를 맺고 나를 지키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돌런은 하퍼콜린스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펭귄프레스, 호턴미플린하커트 등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사에서 30여 년 동안 편집자로 일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임프린트 에이먼 돌런 북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사이먼앤드슈스터에서 부사장 겸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역자: 김은지
영어 번역가. 고려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해외영업팀에서 13년간 근무했다. 분야는 달랐지만 늘 경계에서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고 본 것을 전하는 일을 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읽는 일을 사랑해 읽는 기쁨을 전하고 싶어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글로하나 출판번역 에이전시에서 소설과 에세이를 중심으로 영미서를 리뷰,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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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생존자의 입을 막는 사회와
위선적인 긍정 신화에 맞서는 지적 투쟁

인류 역사상 신체적·성적·정서적 학대의 가장 큰 가해자는 언제나 가족이었다. 그 결과, 미국 인구의 사분의 일이 친족과 절연했고, 2015년 케임브리지대학 가족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친족과 결별한 사람 중 80퍼센트가 삶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회는 지금껏 가정 내 학대 피해자에게 화해만을 강요하며 절연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려왔다. 많은 이의 삶을 파괴한 가족이라는 거짓 우상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것이다.

심리치료사들은 가족구성원 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기법은 배우지만, 내담자가 해로운 가족과 안전하게 결별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정신의학계 역시 학대 예방을 위한 연구도, 학대가 아동 개인에게 미치는 위험을 예측하는 분석 도구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에이먼 돌런이 어린 시절 학대의 영향으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복합 PTSD’다. 뇌의 해마와 전전두엽 구조를 변형시키는 복합 PTSD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PTSD와 다르게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트라우마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주디스 허먼과 베셀 판데르콜크 모두 복합 PTSD를 유년기 학대로 인한 가장 흔한 질환으로 지목했고, 공신력 있는 정신질환 개요서인 DSM에 그 내용을 포함시키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판데르콜크는 이러한 배제가 정확한 진단을 막고, 적절한 치료법 개발을 지연시켜왔다고 탄식했다. 한국의 정신의학계 역시 DSM의 기준을 사실상 표준으로 삼아 따르고 있다.

생존자들은 문화적으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책과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생성하며 몸집을 불려가는 자기계발 산업은 시종일관 우리에게 좋은 생각을 통해 내면의 긍정성을 끌어내라고 촉구한다. 이러한 긍정 압박은 학대 피해자에게 특히 해롭다. 생존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고통을 억누르게 하는 한편, 억지 용서와 화해를 강권하여 문제를 일으킨 학대자와 사회는 보호하기 때문이다. 에이먼 돌런은 이를 ‘유해한 긍정성’이라 칭하며, 생존자들이 자신의 학대 경험과 고통을 들여다보고 논의하는 과정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돌런은 이 외에도 법률과 드라마 등 다양한 전문분야와 대중문화를 분석하며 사회가 학대 생존자의 입을 막아온 방식을 폭로한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대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또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제안한다.

우리는 가족에게 빚지지 않았다
피의 유대를 넘어 선택의 연대로

저자는 세간의 오해와 다르게 절연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극단적이고 돌발적인 과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절연은 점진적이고 세심한 과정이며, 잠재중인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파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돌런은 문제가족과의 안전한 절연을 위해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절연의 전 과정에서 돌런이 가장 강조하는 수단은 학대자와 생존자 사이에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규칙은 세 가지 놀라운 변화를 불러온다. 첫째, 이전과 달리 생존자가 자신의 요구를 우선시할 수 있다. 둘째, 학대자가 규칙을 따른다면 그와 화해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학대자와 생존자 사이 힘의 균형을 바꿈으로써 생존자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규칙을 만들고 알리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생존자는 ‘혹시 내가 너무 독선적으로 판단한 건 아닐까?’ 하는 염려를 지운다. 돌런은 규칙 세우기 외에도 어린 시절 받아 마땅했던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재양육’과 학대의 증상과 영향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로 자각시키는 ‘목록화’ 등 생존자의 치유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제시한다.

생존자는 절연 과정에서 다양한 부담을 느낀다. 특히 부당한 죄책감을 느끼는 생존자가 많다. 양육자는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자녀에게 의식주와 교육, 의료서비스를 마땅히 제공해야 한다. 당연한 권리인데도 많은 생존자가 자신이 빚을 졌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돌런은 단호히 선언한다. 우리는 가족에게 진 빚이 없다고. 오히려 빚을 진 쪽은 학대자라며 ‘배상’ 개념을 제시하기도 한다. 생존자가 학대자에게 받은 지원은 모두 생존자가 받은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일 뿐이다. 그간 받아온 고통에 비하면 그들이 제공한 보상은 너무나도 변변찮다.

절연에 대한 오해와 죄책감에서 벗어나도 생존자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사회가 우리에게 다른 어떤 관계도 원가족과의 특별한 유대 관계에 비할 수 없다는 그릇된 관념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돌런은 이때 가족의 개념을 재정립하길 권한다. 생존자에게 학대 가족은 필요 없을 지라도 유대감을 나눌 공동체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아미스테드 모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생물학적 가족을 가리키는 바이올로지컬 패밀리를 변형한 ‘로지컬 패밀리’ 개념을 제시한다. 로지컬 패밀리는 혈연 가족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나와 걸맞은 사람들을 직접 선택해 꾸린 공동체를 뜻한다. 돌런 역시 유전자에 기반하지 않고도 깊은 유대를 맺은 ‘선택 가족’이 많다고 밝힌다. 많은 피해자가 가족과 절연하면 유대 관계를 잃고 혼자가 될까봐 두려워하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힘이 있다.

학대가 사회에 만연해진 배경부터 절연의 과정과 절연 이후의 삶까지, 『가족 해방』은 가족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두를 위한 책이다. 특히 가정 내 학대 생존자를 위한 책이며 더 많은 생존자를 만들고 연결한 책이다. 에이먼 돌런은 『가족 해방』이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자의 뜻대로 분명 많은 이의 삶을 구원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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