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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7

서언 ·13

제1장 명성 쌓기 1956~1967

제3세계 상상하기·42
반둥에서 평양까지·46
쿠바라는 동맹·59
베트남전쟁·72

제2장 국경을 넘어선 김일성주의 1968-1971

비국가 행위자 지원·99
신문·105
사진 전시회와 영화 상영회·114
‘사회주의 낙원’ 여행·120
친선협회·127

제3장 김일성의 ‘조선 우선’ 정책 1972-1979

해외로 나간 북한의 건설사와 노동자들·141
주체의 세계화·146
이집트에서 제국주의와 싸우고 자이르를 돕다·156
비동맹운동에 가입하다·164

제4장 김정일의 세계와 혁명적 폭력 1980-1983

제3세계의 집단체조·184
랑군 테러·200
북한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 작은 섬나라 외교·214

제5장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살아남기 1984-1989

북한, 제5여단, 공산주의 에티오피아·230
북한의 우간다 군사 지원·236
왕과 혁명가·246
소련 제국주의를 바라보는 북한의 입장·250
비동맹운동의 효용성 감소와 서울올림픽의 당혹감·253

결어·269

참고문헌·276
미주·293
감사의 말·351
옮긴이의 말·354
찾아보기·365
저자 소개
저자 : 벤자민 영 (Benjamin R. Young)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에서 「게릴라 국제주의: 북한의 제3세계 관계, 1957-1989」로 201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19년 CSIS 차세대 한국학 연구자 펠로우십을 받았다. 이후 버지니아커먼웰스대, 랜드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페이엣빌주립대 교수로 국가정보학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 관심사는 동아시아학, 냉전 국제사, 국제관계학, 안보학 등이다.

역자 : 옥창준 외
고자연 │ 인하대 한국어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북한의 문학과 문화, 냉전 문화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도민 │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한반도 냉전과 분단,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연구한다.
김태경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공회대 교수로, 북한 정치, 남북 관계, 한반도 미래 전략 등을 연구한다.
류기현 │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하대 사학과 교수로, 한반도 냉전사, 남북 관계사, 북한사 등을 주로 공부한다.
백원담 │ 연세대 중어중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냉전학회 회장 역임.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평화 아시아와 다원 평등한 세계의 구성을 지향한다.
옥창준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로, 냉전사와 한반도외교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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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3세계를 무대로 한 북한 대외관계사 첫 책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는 항일 유격대 빨치산파가 ‘위대한 수령’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정적들을 숙청한 1956년부터 평양에서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열린 1989년까지 30여 년 간의 북한과 제3세계 관계사다. 연대기를 따라 내용의 흐름을 개관하면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인도네시아, 쿠바, 북베트남과의 연대에 초점을 맞췄고(1장),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반군의 지원에서 신문 광고, 전시회, 영화 상영, 북한 무상 여행, 친선협회 설립에 이르는 김일성주의의 지구적 확산 과정을 검토한다(2장). 가장 성공적이었던 시기인 1972년부터 1979년까지 김일성의 ‘조선 우선’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북한 인민들과 물자의 동향을 탐색하며(3장), 1980년대 초, 버마 랑군 테러, 무기 판매 등 김정일의 등장으로 북한의 제3세계 정책이 폭력적으로 변한 시기를 다룬다(4장). 마지막으로 1980년대 말까지 북한의 대아프리카 정책을 살핀다(5장).

오늘날 ‘제3세계’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과는 달리, 냉전 시대에는 미국식 자유주의와 소련식 사회주의와는 다른 대안 체제를 모색하던 탈식민 세계의 사람들이 이 단어를 자랑스럽게 사용했다. 이 책은 제3세계주의를 전 세계의 반제국주의와 반식민주의에 헌신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북한이 제3세계와 교섭하며 자주와 반식민주의라는 국가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왔는지를 규명한다. 이러한 교류는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자신이 진정한 주권 국가라는 내부 정당성까지 강화하는 기능을 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북한의 제3세계 외교를 대외정책의 주변부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자기 이해와 자기 정당화의 핵심 회로라는 것을 논증한다. 또한 냉전 자체를 미·소 강대국 중심의 대결사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분단국가의 생존 전략과 정통성 경쟁 그리고 제3세계라는 세계질서의 주변부에 형성된 대안적 국제정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북한 모델의 핵심은 ‘산업화 비백인 소국’과 ‘주체’ 사상

그렇다면 북한은 어ㄸ?ㅎ게 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에 이르는 제3세계 전역에서 하나의‘발전 모델’로 인식되고 주목받았을까? 저자는 그 이유로 첫째는 북한이 사회주의 제2세계와 반식민주의 제3세계 사이의 ‘산업화한 비백인 소국’이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주체’라는 사상과 그 언어를 든다. 냉전 시기 북한은 전쟁 이후 경제를 빠르게 회복한, 지금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였다. 1973년 『뉴욕타임스』 기자 해리슨 솔즈베리는 북한이 “엄청난 기술 및 산업적 성취”를 이루었으며,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산업화한 국가”라 말했다. 오늘날 북한은 과거에 멈추어 있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당시 북한은 자주성과 사회주의 근대성에 기반한 탈식민 발전의 선진적 사례를 대표했다. 특히 북한과 소련과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두 강대국 사이의 체급 차이는 신식민주의를 우려하는 신생독립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작은 나라 북한이 다른 나라의 사회경제를 지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3세계가 북한을 지지했던 것이다. 서구식 자유주의는 물론 소련과 중국에 거리를 둔 북한의 탈식민 발전이라는 브랜드는 식민주의의 흔적을 지우며 자립을 촉진했다. 이 독특한 모델로 북한은 탈식민지화 세계 내에서 명성과 지위를 얻었다.

또한 북한과 제3세계를 단단히 이어준 것 중 하나가 바로 “주체”사상이었다. 주체는 국민 주권이라는 미래지향적 목표를 내세운 일종의 제3세계 유토피아주의였다. 동시에 북한의 주체가 제3세계의 사상을 담아낸 언어로 작용했다는 대목이다. 벤자민 영은 북한 측에서도 인정하듯이 주체사상이 철학적으로 정교한 사상체계여서가 아니라 자주·자립·자결이라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언어를 통해 탈식민 국가들의 욕망과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3세계에서 호소력을 가졌다고 본다. 민족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주체사상의 유토피아적 동기와 이념적 단순성 때문에 주체사상이 제3세계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고, 북한 정권에 효과적인 소프트파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복잡한 냉전 환경에서 제3세계 틈새를 개척하다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는 북한과 제3세계 관계를 설명하면서 김일성의 항일 유격대 경험, 반제국주의 정치문화, 주체 담론, 북한의 민족해방운동 지원, 북한의 아프리카 외교, 남한과의 경쟁 등을 서로 분리된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흐름 안에서 파악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북한은 스탈린주의가 외삽된 국가로 볼 수 없으며, 1930년대 만주의 유격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국가나 지역을 향하여 대외정책을 펼쳐온 국가라는 주장에 있다. 북한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와 나미비아의 서남아프리카인민기구 등 반식민 운동에 깊이 공감했고,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해방운동과 반정부 세력에 물자(건축 자재, 군사 장비, 무기 탄약)과 인력(군사 고문, 농업 전문가, 간부, 체조 선수, 예술가, 의사, 교사, 기술자)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반제국주의적 세계관을 실천했다.

또 다른 북한 대외정책의 특징은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자주성을 지키려는 노력과 사회주의 세계질서에 참여하는 것 사이의 긴장에 있었다.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에서는 사회주의권과 접촉하여 이익도 얻고 동시에 외교정책에서 자주와 자립도 추구하고자 한 김일성의 열망을 추적한다. 김일성 정권이 복잡한 냉전 환경을 헤쳐 나간 방법 중 하나는, 제3세계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독특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앞서 말했듯이 집단체조 강사를 파견하고, 외국 지도자 집무실을 짓고, 값싼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틈새시장에서의 활약은, 김일성이 소련이나 중국의 단순한 괴뢰가 아니라, 그 어느 공산주의 초강대국도 따라올 수 없는 특화된 서비스와 기술을 제공하는 자주적인 지도자로 이름을 떨치게 만들어 주었다.

아프리카, 남북한 사이의 정통성 경쟁이 벌어진 핵심 공간

벤자민 영이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북한-아프리카 관계 연구는 북한의 대외정책이 단순한 외교 기술이나 선전 활동이 아니라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 그리고 국제적 정당성이 얽힌 장기적 프로젝트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아프리카가 남북한 사이의 정통성 경쟁이 벌어지는 핵심 공간이었다고 본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비단 남북한 경쟁의 측면에서만 아프리카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민족해방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이를 통해 ‘북한 모델’을 아프리카에 전수하고 싶어했다. 군사훈련과 재정 지원, 선전물 배포, 유학생 초청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들에게 접근했고, 자신들을 탈식민 제3세계 발전의 대안적 모델로 제시하려 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몇몇 아프리카 정권이 북한의 사회주의적 근대성, 군사화, 수령 숭배, 전위 정당 중심 발전 노선을 한때 본받고 싶은 모델로 발아들였다고 썼다.

작은 나라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최근 냉전사 흐름과 호응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는 북한 대외관계사를 한반도 내부의 문제나 강대국 관계의 부속 변수로 보지 않고, 글로벌 냉전과 탈식민 세계의 역동성 속에 위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을 옮긴 옥창준(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은 특히 작은 나라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최근 냉전사 연구의 흐름과도 잘 호응한다고 하며 “한반도 위쪽은 단지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 아니라 20세기 후반의 세계사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 역사적 행위자였으며, 따라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역시 냉전 지구사의 지평 속에서 다시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북한 대외관계사는 북한사를 넘어 동아시아현대사, 더 넓게는 글로벌 냉전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히 변화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미 종속을 탈피하고 다각적인 대외관계를 통해 활로를 열어야 하는 우리에게 북한의 세계 정치 경험은 중요한 창으로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지은이의 말

초기 반식민 투쟁 경험은 김일성의 만주 유격대 무리가 훗날 북한의 정치 엘리트가 된 이후 북한 정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만주적 전통’은 북한을 많은 제3세계 민족해방 투쟁에 동조하는 확고한 반식민주의 국가로 만들었다. 스스로 유격대 출신이기도 했던 북한 지도부는 반식민 반란에는 영웅주의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후 냉전시대에도 북한 지도부는 전 지구적 탈식민화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하고자 했다.

옮긴이의 말

이 책에 나오듯이, 베트남, 쿠바, 북한의 사례는 같은 지평에서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베트남, 쿠바가 지나치게 낭만화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여 북한은 지나치게 악마화되어 있다. 이와 같은 시선이 모두 다 오리엔탈리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인 저자의 접근 방식을 통해 배웠다. 진실은 그 사이 언저리에 있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독자들이 책을 읽어가면 좋겠다.
- 옥창준(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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