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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2월 소한 닭이 알을 품는다 7
1월 우수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 41
2월 경칩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한다 65
3월 청명 산비둘기가 깃을 턴다 91
4월 입하 냉이가 죽고 보리가 익는다 109
5월 망종 사슴뿔 떨어진다 131
6월 소서 썩은 풀이 반딧불이 된다 147
7월 입추 벼가 익는다 163
8월 백로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189
9월 한로 국화가 노랗게 피고 초목이 누렇게 진다 213
10월 입동 물이 얼고 땅이 언다 255
11월 대설 범이 교미를 시작한다 287
에필로그 317

작가의 말 343
발문 347
추천의 글 357
저자 소개
저자 : 이소정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밸런스 게임」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의 차와 미래의 문장들』이 있다. 2025년 제3회 연세-박은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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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탈출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우리들의 농경 사회』는 어둡고 엄혹했던 세계에서의 탈출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지와 문복, 그리고 ‘나’는 당장이라도 퍼질 듯한 다마스를 타고 어느 산으로 향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가 셋에게 남긴 유산과도 같은 땅이 그 산에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며. 선지와 문복, 그리고 ‘나’는 갈 곳이 없었던 아이들로, 각자의 사정으로 흘러든 한 기도원에서 만난 사이다. 기도원에서 그들은 ‘어머니’를 섬기며 낮과 밤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지내 왔다.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기도하거나 울고, 낯선 이에게 문을 함부로 열어 주었다는 이유로 창 없는 방에 갇혀 벌을 받고, 간절한 기도로 로또 번호를 알아내라는 어머니의 명령에 숫자를 읊어 대는 사이 세 인물은 몸만 훌쩍 자라 버린 어른아이가 되었다. 다음 생을 향해 달려 나가는 다마스 짐칸에는 그들 셋의 친구를 죽게 만든,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그렇게 만들었다고 믿고 있는, 한 남자가 결박된 채 실려 있다. 그들이 기원하는 땅은 바람대로 그곳에 있을까. 그 땅은 그들을 어둠에서 구원해 줄 수 있을까.

■정직하게 흘러가는 땅의 시간
마침내 도착한 곳에 구원은 없었으나 듣던 대로 맹지가 있었다. 빈 땅은 황토 집 한 채를 품고 있었는데 선지와 문복, 그리고 ‘나’는 황토 집에 있던 마른 멸치로 끼니를 때우며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앞에 자신을 ‘구순태’라 소개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일을 하면 먹을 것을 주겠다며 셋을 농사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땅의 일을 하자 시간이 땅의 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냉이가 죽고 보리가 익는 입하(4월)에는 감자를 심고 완두콩 씨를 뿌리는 일로 하루를 다 보내는가 하면, 국화가 노랗게 피고 초목이 누렇게 지는 한로(9월)에는 참깨를 털고 들깨를 짜 들기름을 얻는다. 땅의 시간은 정직하고 넘침이 없다. 때가 되면 씨를 뿌리고, 다시 또 때가 오면 뿌린 만큼 거둔다. 농경 사회 바깥에 넘쳐흐르는 욕망의 물결이 땅을 붉게 물들이거나, 그들을 ‘새벽 배송’의 물살에 휩쓸리도록 만들지만, 땅의 속도로 세상에 뿌리내리며 비로소 자라나기 시작한 그들은 잠시 흔들리다가 곧 다시 땅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래된 삶의 방식으로 지금의 우리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함께 바라보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들의 농경 사회』는 가장 정직하고 가장 적당한, 그리하여 가장 세계다운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손으로 만지는 삶
해가 언제 뜨고 지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것, 영원히 닿지 못할 대상을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라고 또 바라는 것, 다른 이의 욕망에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바로 『우리들의 농경 사회』의 세 주인공이 ‘어머니’가 군림하는 기도원에 살던 시절 참고 견뎌 내야 했던 현실이다. 그런데 이는 도시에서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수많은 우리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우리를 매일같이 괴롭히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감각’은 과정과 원리를 생략하거나 감춘 채 결과물만을 마주하게 하는 도시의 작동에서 기인한다. 구순태가 선지와 문복, 그리고 ‘나’에게 내건 조건인 “산에서는 나이, 출신, 과거는 무시된다. 누구나 똑같이 땅에 무릎 꿇고, 똑같이 손에 흙을 묻힌다.”, “싸워서 진 자는 침묵하고, 이긴 자는 나무를 심는다.”에는 단어마다 생명력이 넘친다. 세 인물이 어둠의 방에서 벗어나 다다른 곳이 손으로 심고 손으로 거두는 세계라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빼앗긴 삶에 대한 사유를 되찾게 만들어 준다. 머리로 생각하는 대신 손으로 만지는 삶, 이소정이 그리는 미래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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