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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비도 있지, 있구말구 : 청도 감나무골 어르신들의 평생이 가서 닿은 그림 이야기
학이사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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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_가지 끝마다 탐스러운 홍시

동네 오빠야가 꺾어준 감나무 가지 _ 허연자
언니 언니, 우리 언니야 _ 박영숙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 _ 이득분
청도 씨 없는 반시 _ 전필이
곶감 _ 황선분
자랑스러운 우리 맏아들 _ 이태순
감나무 덕을 잊지 말거라 _ 김말녀
무심경지 _ 황필분

2부_아, 그리운 아버지, 우리 어머니!

장한 어머니 상을 받으신 우리 어머니 _ 박정식
엄마의 치맛자락 _ 곽지숙
봉선화보다 곱던 어머니 _ 이영림
대구로 유학 가던 날 _ 박영신
우리 엄마 이상분 여사님 _ 현순덕
두레반 밥상과 엄마 목소리 _ 최현자
엄마의 버터 간장밥 _ 이금자
막걸리 심부름 _ 류월연
엄마의 뒷모습 _ 장태춘

3부_가슴에 묻은 못다 한 사랑

언제나 가슴에 까까머리로 남아있는 아들 _ 이손득
할머니의 보배 장손자 _ 최외분
금숙아, 감같이 어여쁜 내 새끼야 _ 박임선
아들을 위한 기도 _ 전득이
보고 싶은 오빠 _ 박잠분
잊을 수 없는 할아버지 사랑 _ 안동화
나무를 닮은 든든한 두 아들 _ 정덕금
내 집을 처음 갖던 날 _ 허연회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면 _ 권경애
자식의 행복이 나의 행복 _ 최태이
신발 한 켤레로 남은 할머니 _ 박순화

4부_그리운 내 고향

물속에 잠긴 내 고향 _ 박문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다 있다 _ 한동순
아, 그리운 동창천 _ 이말숙
가장 행복했던 시절 _ 전병인
이제 이 농사를 누가 지을까… _ 김수화
유년의 꿈이 자란 기차방구 _ 장명호
단발머리 소녀 _ 황순태
소싸움 하던 그 시절 _ 예봉수
윷판의 추억 _ 최영자
엄마랑 빨래하러 가던 날 _ 최순화
운문골 친구들 _ 조영옥
부귀도 영화도 뜬구름 같은 것 _ 박이수
몸서리치게 하던 다림질 _ 김성자
친구와 홍시 세 알 _ 유금경
내가 가꾼 내 인생 _ 이분자

5부_인생이란 무엇인가

둥글둥글 서로 같이 살아야 _ 이계분
우주가 담긴 그림 한 장 _ 이용술
오락가락하는 인생 _ 김일중
진정한 불자이고 싶습니다 _ 홍천기
지난 시절의 고난을 딛고 _ 추남숙
자연의 변화가 주는 아름다움 _ 이춘옥
숨 가빴던 내 인생 _ 박경인

추천사 _ 평생이 가서 닿은 그림들 _ 장미진
저자 소개
저자 : 영담
운문사 승가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닥나무에서 종이가 되기까지 전통한지를 45년간 연구했다. 현재는 영담한지미술관 관장으로 있다.

그림 : 청도지역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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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청도 감나무골 어르신들의
평생이 가서 닿은 그림 이야기

경상북도 청도는 씨 없는 감이 특산품이다. 감나무로 가득한 마을을 지나다니다 보면 나무 그늘에 놓인 평상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밭일이나 논일, 과수원일 같은 현장에서 은퇴하신 분들이다. 이번 생에 할 일을 다 마친 어르신들! 그분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은 무엇일까? 한지미술관을 운영하는 영담 스님은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무슨 기억이 남아있을지 궁금해져 직접 한지를 챙겨 나섰다.

“그림예? 그림은 못 그립니더. 그려본 적 한 번도 없심다.
어떻게 그리나, 연필 잡아본 적도 없어라예!”

영담 스님은 4년여 동안 청도 마을 마을을 찾아다니며 어르신 400여 분을 만나 인터뷰를 이어갔다. 연필 잡아본 적도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에 붓과 색연필을 쥐기까지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으나, 막상 그리기 시작하면 그 옛날 문종이로 쓰던 한지의 질감을 느끼며 당신들이 살아온 시대의 문화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책에 수록된 50편의 그림은 70대부터 90대까지의 어르신들이 직접 그렸다. 91세의 할아버지는 살아온 집과 소달구지, 헛간과 식구들을 자세히 그려 이름을 써넣고 지도로 집 방향까지 표시한 그림을 남겨놓고 돌아가셨다. 한평생 잊지 못할 죽은 딸 아들의 얼굴을 그린 할머니와 할아버지, 젊은 시절 늘 어른들 두루마기를 다림질하던 숯불 다리미를 그려놓은 할머니, 운문댐에 수몰된 옛집을 그려놓고 집 주소와 가족, 이웃마을 절친들의 이름을 기록해 놓은 할아버지, 초가집과 양옥집, 집 앞 개울과 유년의 꽃밭, 빨래터 나들이 가던 날과 마을을 뒤집어 놓은 윷놀이 등 많은 순간이 사라지지 않고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청도 감나무골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추억 속에서 감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감나무 가지를 그린 할머니는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풍성한 감이 열린 가지를 잘라 선물했던 동네 오빠야, 하지만 서로 가슴속에 품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각자 부모님이 정해주신 다른 사람에게 시집 장가를 가게 되었다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제사상에 올릴 곶감을 몰래 빼먹던 철부지 시절, 감 하나 따면 엄마 반쪽 나 반쪽 나눠주던 착한 언니야, 아이들 생각에 고된 줄도 모르고 감을 이고 지고 날라 장에 내다 팔던 날, 굴뚝 연기 피어오르면 동생 손 잡고 뛰어들던 사립문 옆에도 당연하게 감나무가 서있다.

“할머니요, 뿌리가 눈에 보입니까?”
“안 비도 있지, 있구말구!”

영담 스님은 한 분 한 분의 삶이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웠다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우고, 웃고 울며 행복했다고 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못 잊을 추억에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함께 지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젊은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자매와 일가친척 그리고 친구들이 있는 고향마을이다. 세상 근심 걱정 없는 철부지로 부모님 슬하에 있던 시절, 결국 평화롭고 안전한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이다. 이런 기억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감나무를 곧게 세우는 뿌리처럼 우리를 단단히 붙잡아 준다.

『안 비도 있지, 있구말구』에는 그릴 기회가 없었다면 각자의 마음속에 사장되어 버렸을 유일무이한 세계가 펼쳐진다.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그림 속에는 청도 감나무골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 들어있다. 장미진 미술평론가는 그림이란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기억의 보물창고에서 무엇을 끌어내 시각화하느냐가 관건이라 말한다. 그림 속에 녹아난 평생의 희로애락을 통해 어르신들의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순간을 함께 경험해 보자.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일상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동시에 내 존재의 본향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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