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피규어 하나에 담긴 이별과 사랑의 무게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이별의 무게도 깊어진다. 그런데 그 슬픔을 온전히 이해받기란 쉽지 않다. “동물이 죽은 것 가지고 왜 그래”라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반려인이라면,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저자 이건학은 반려동물 피규어 작가다. 그의 작업실에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와 고양이의 사진을 품에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부러진 발톱마저 그대로 남겨달라는 고객, 반려견의 유골을 피규어 안에 넣어달라는 고객의 사연 하나하나가 이 책의 씨앗이 되었다. 펫로스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당신의 슬픔은 충분히 슬퍼할 만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조용한 위로가 될 것이다.
흙을 빚어 마음을 살리는 사람
이 책이 단순한 펫로스 에세이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저자의 독특한 직업 이야기 때문이다. 의료경영학을 전공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청년이 퀴즈쇼 ‘1대100’에서 우승한 상금을 밑천 삼아 34세에 피규어 제작을 배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군사물이나 역사물 피규어를 구상했지만, 블로그에 올린 아기 고양이 피규어 하나가 반려동물 피규어 주문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꼭두나라’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수업 중 완성된 피규어를 품에 안고 “작가님, 사람 하나 살리셨어요”라고 말한 고객의 한마디는, 그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말 대신 흙을 빚는 사람의 이야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의미를 남기고 싶은 모든 이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것이다.
떠난 자를 기억하고, 남은 자를 위로하다
책에는 철사 뼈대를 만드는 것부터 시바톨과 스컬피로 형태를 잡고, 실리콘 거푸집을 떠서 복제하고, 채색과 마감까지 반려동물이 피규어로 다시 태어나는 전 과정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또한 오르골 피규어, 반려동물 소품, 고양이 발바닥의 젤리까지 재현하는 장인의 디테일은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이들,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특별한 형태로 간직하고 싶은 이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어간 한 사람의 여정이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