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여덟 아이들이 의리를 다짐하다
계백의 아들 바람결은 아버지처럼 백제를 지키는 장군이 되고 싶다. 사자춤을 추며 노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무술 연습 역시 부지런히 했다. 어느 날, 무술 시합에 나간 바람결은 동무 7명을 만난다. 그중엔 축제에서 만난 여자아이 수리야도 있고, 의자왕의 사랑을 받는 부여강 왕자도 있었다. 8명의 아이들은 의자왕이 선물한 칼로 서로에 대한 의리를 다짐한다.
흑치상지 장군의 딸 수리야는 어려서부터 무술에 대한 관심이 있고 능력 또한 출중했다. 담대함과 배려하는 마음까지 가진 보기 드문 아이다. 사자 옷을 입은 바람결이 놀라게 했을 때는, 오히려 기절한 척해서 바람결의 정신을 못 차리게 했을 정도다. 수리야는 여자아이가 참가하면 안 되는 무술 시합에 나가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무술 연습을 계속해도 좋다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수리야는 바람결에게 함께 무술 연습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수리야와 바람결은 무술 연습을 시작했고, 다른 6명의 동무도 함께 무술을 연습하게 된다. 아이들은 무술 실력을 키우고 서로에 대한 의리와 우정을 다진다.
백제엔 어두운 구름이 뒤덮이고
무술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어느 날, 바람결은 동무 중 한명인 거루의 집에 수상한 자가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 이후 거루는 무술 연습에도 자주 나오지 않았다. 신경이 쓰인 바람결은 사람을 시켜 거루의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게 한다. 듣게 된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거루 집에 새로 들어온 종이 신라 사람이고, 신라군에게 백제의 소식을 전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당과 신라가 손을 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노리고 있던 시기였기에 더욱 심각한 일이었다. 우선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바람결은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 시기에 사비 도성 안에서는 처음 왕이 되었을 때 해동 증자라고 불리며 백제를 크고 강하게 만들었던 의자왕이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무당 금화의 말만 듣고 충신인 성충과 윤충을 내치고, 의자왕에게 바른말하는 신하들은 멀리 보내 버렸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태자궁을 지어 나라의 돈줄을 마르게 하고, 강이나 바다에 쇠 그릇을 마구 던져 변변한 무기도 만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렇듯 백제엔 조금씩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대백제를 위해 칼날을 높이 치켜들고
그러던 어느 날, 신라와 당나라가 손을 잡고 백제를 정복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의자왕은 서둘러 회의를 열어 신라와 당나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라 했다. 신하들은 뜻을 한데 모으지 못하고 군대는 계속 백제로 오고 있었다. 충신들이 말했던 군대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장소는 모두 놓치고, 계백은 황산벌에서 5천 명의 군대로 5만 명의 신라군을 막아야만 한다.
바람결과 동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백제를 지키자며 다짐을 하고 용기를 북돋웠다. 바람결과 동무들은 백제를 지킬 수 있을까?
절망의 백제에서 발견한 ‘아이들’이라는 희망
《사비성을 지키는 아이들》은 백제 아이들의 성장을 그린 역사 동화다. 머리글에 쓰여 있듯 작가는 신라의 화랑처럼 백제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아이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사자춤 추는 것,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하며 이제 첫사랑을 막 시작한 바람결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몸과 마음을 키워 가는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온전한 모습으로 지금 남아 있는 유적이 많이 없기에 백제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는 철저하고 방대한 조사로 백제의 모습을 잘 살려냈다. 또한 그림 작가는 탁월한 상상력으로 백제의 시대상을 그림으로 구현했다. 왕흥사 초파일 행사의 왁자지껄한 모습, 많은 나라의 배가 구드래 나루터에 모였던 모습 등. 현재 백제는 사라졌지만, 이 작품에선 살아 있는 백제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2011년 《아버지, 계백》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새롭게 다듬은 것이다. 《아버지, 계백》이 계백 장군의 기개와 업적, 황산벌 전투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2019년 《사비성을 지키는 아이들》은 계백의 후예인 아이들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더욱 새롭다. 그래서 스러져 가는 암담한 백제를 그리면서도 바람결과 수리야를 통해 새롭게 비상하는 백제의 희망적인 모습을 그리려 했다. 멸망의 길목에 선 백제의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꽃씨를 발견한 작가이기에 ‘백제는 사라지지 않았어요.’라는 작가의 말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저자의 말
백제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가끔 공주나 부여에 가서 공산성이며 백마강, 낙화암, 정림사지, 부소산 등을 둘러볼 때면 마음이 슬퍼졌어요. 황산벌 근처에 있는 계백 장군의 묘를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두커니 무덤을 바라보던 나는 속으로 가만히 물었어요.
‘전쟁터로 떠나기 전에 부인과 자식들을 베었다는 게 정말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어떤 역사가는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했어요. 사비성이 무너지던 날, 삼천 궁녀가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사실이 무엇인지 밝혀낼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백제문화단지’ 쪽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세상에, 1400여 년 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백제가 오롯이 그 안에 살아 있었어요. 대백제의 왕궁인 사비궁에는 중궁전, 동궁전을 비롯해 온갖 전각들이 들어서 있었어요. 백제 왕실의 대표적인 사찰 능사도 있었고, 백제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어요.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백제 시대로 들어간 듯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의자왕이 충신들과 나랏일을 의논하고 계백 장군이 갑옷을 입고 늠름하게 걸어오는 듯했어요. 비단옷을 입은 왕자가 또래들과 무술 시합을 하는 모습도 그려졌고요.
‘그래, 신라의 화랑처럼 백제에도 나라를 지키려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야.’
그런 상상을 하자 문득, 나당 연합군의 공격으로 사비성이 무너지던 660년, 흔들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던 부여강 왕자, 바람결, 수리야, 아침해, 거루, 태풍, 천둥, 마루벌이 떠올랐어요. 나는 어느 틈에 백제의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백제 속으로 들어갔어요.
비록 백제는 사라졌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백제의 아이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럼, 백제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들 가슴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 테니까요.
이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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