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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종업식
언니가 돌아왔다
밍밍한 밀크티와 때아닌 추격전
각설탕의 쓸모
피낭시에 시식회
정상 영업합니다
오래된 가게의 비결
틈
해피 엔딩이 될 수 없는 동화
파피용, 니농!
물 한 컵만큼의 오해
매일이 밸런타인데이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연소민
2000년생. 소설가이자 방송작가이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공방의 계절』과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가을 방학』 『노 웨딩』이 있다.
『공방의 계절』은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덴마크, 일본, 브라질, 이집트 등 전 세계 30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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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람에게도 긴 동면이 필요해지는 때가 있는 법이야.”
겨울은 움츠러드는 계절이 아니라,
무한의 가능성을 품은 시간이다

소설은 겨울 방학을 앞두고 마음이 복잡해진 열다섯 살 ‘미도’의 시선을 따라간다. 다큐멘터리 PD라는 분명한 꿈을 품고 국제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 윤아와 달리, 미도는 아직 자신의 앞날이 흐릿하게만 느껴진다. 여기에 교통사고로 입원한 엄마가 오랫동안 지켜 온 뜨개 가게 ‘털실아이’를 정리하겠다고 말하면서, 미도의 불안은 한층 더 깊어진다. 그러던 중 미도는 마카롱 가게인 ‘니농마카롱’에서 일하는 또래 소년 가호를 알게 되고,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마음을 털어놓으며 엄마의 가게를 살리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하는데…….

주인공 미도에게 겨울은 숨고만 싶은 시린 계절이다.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 할지도,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초조한 마음으로 몸을 한껏 웅크리는 시간. 친한 친구인 윤아에게조차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괜히 더 멀어질까 봐 눈치만 보는 시간. 가족 앞에서도 애써 괜찮은 얼굴을 한 채 집 안에 내려앉은 불안을 혼자 견뎌 보려는 시간. 가호와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시간이다.

친구들은 자기 몫으로 주어진 흙덩이를 이리저리 조각해 얼추 모양을 만들어 가는데, 내 것만 여전히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투박하고 밋밋한 흙덩이로 남아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친구들을 볼 때면 나는 한없이 초조해졌다. 그 초조함은 나를 쉽게 뒤흔들었다. 남을 부러워하게 만들었고 그 끝에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102~103쪽)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때를 지난다. 나만 뒤처진 것만 같고, 때로 내 마음조차 또렷이 알지 못해 답답한 나날을. 이런 순간에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다음 챕터는 없을 것 같은 무기력에 빠진다. 그러나 마음은 다소 무겁겠지만, 이 시기는 언젠가 지나기 마련이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듯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은 흙덩이는 다른 형태로 빚어질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비록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 보일지라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다. 잠시 동면을 하며 숨을 고르는 시간은 꼭 필요하니까.

“사람에게도 긴 동면이 필요해지는 때가 있는 법이야. 너무 길어지지만은 않길 바라는 수밖에.” (187쪽)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게 만들던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분명 자기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모양을 만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남들이 정해 놓은 결말의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어.”
희미한 미래 앞에 불안해하고 망설이면서도
나만의 엔딩을 향해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는 마음

미도는 엄마의 가게를 살리기 위해 친구와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다. 가호는 디저트를 만들어 털실아이와 니농마카롱을 함께 알리고, 언니는 강좌를 열며 가게의 SNS를 맡아 운영한다. 윤아는 영상을 찍어 홍보에 나서고, 할머니는 입소문을 내 친구들을 가게로 이끈다.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있지만, 미도는 정작 자신만은 아직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가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멈춰 두었던 동화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가게의 앞날도, 자신의 진로도 마치 동화처럼 새드 엔딩일 것만 같다.
그렇다면 흔한 동화의 결말처럼 우리의 삶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귀결되어야만 해피 엔딩일까. 그게 아니라면 모두 새드 엔딩인 걸까.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러한 질문 앞에 자연스레 멈춰 서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슬픈 동화가 필요해.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잔혹 동화가 필요할 수도 있지. 그리고 어느 정도 슬픔이 동반될 때 비로소 진정한 해피 엔딩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야. 미도의 동화가 어떤 결말이든 독자들은 그 속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어떻게든 찾아낼 거야. 아무리 비극적 결말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러니까 미도만의 엔딩을 보여 주면 돼. 남들이 정해 놓은 결말의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어. 분명 미도만이 쓸 수 있는 결말이 있을 거야.” (224~225쪽)

누군가에게는 밝은 결말이 위로로 다가오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슬픔을 품은 이야기가 더 진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정해 놓은 결말의 모양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끝까지 써 내려가려는 마음이다.
작가는 “우리가 주춤거리고 망설일 때 시간은 절대 멈춰 주지 않지만, 꿈은 기다려 준다. 그 사실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러니 실컷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전한다. 불안해하고, 머뭇대고, 때로는 새드 엔딩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자신의 마음을 잘 지키고 있으면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것. 이것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나만의 엔딩을 향해 걸어가는 모든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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